주제: “오직 나와 내 집은 여호와를 섬기겠노라”

- 여호수아 24:14-18 (구약), 요한복음 13: 14-15 (복음서), 베드로전서 4:10 (서신서) -

김경재 목사
(한신대 명예교수)

[1] 제91회 총회주제 선정의 배경과 그 신학적 맥락(脈絡)

  기장교단 제91회 총회주제가 “오직 나와 내 집은 여호와를 섬기겠노라”(수 24:15)로 결정되었다. 금번 총회주제는 지난 90회 주제였던 “은총의 하나님, 세상을 변화시키소서!”와 기장 희년신앙 선언(2003)의 3대주제인 “은총·생명·섬김의 희년”정신의 연장선상에서 그 영성의 맥을 같이하고 있다. 그리고, 그 무게중심은 ‘섬김’에 놓여있다. 다시말해서, 기장교단의 희년신앙 고백의 총괄어휘인 ‘은총·생명·섬김’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신비 앞에 선 신앙공동체가 삶으로써 응답하는 개혁파교회의 오늘의 고백이 아닐 수 없다.

기장 희년선언 3대주제 (2003) : 은총·생명·섬김

제 89회 총회주제(2004) : ‘생명’- “생명의 강이 흐르게 하라”

제 90회 총회주제(2005) : ‘은총’- “은총의 하나님, 세상을 변화시키소서”

제 91회 총회주제(2006) : ‘섬김’- “오직 나와 내 집은 여호와를 섬기겠노라”

  섬김의 영성은 피조물을 긍휼히 여기시어 임마누엘하시는 성부 하나님의 은총에 대한 감격없이는 불가능하다. 동시에, 죄 때문에 죽을 수 밖에 없게된 인간에게 생명을 주고 더 풍성하게 하시기 위해, 자기를 내어주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신앙 없이는 인본주의적 사회개량주의에 그치고 만다. ‘섬김’은 그리스도인들에게 도덕적 권면사항이거나 여러 가지 실천덕목중 하나가 아니다. ‘섬김’은 교회공동체가 고백하는 하나님 신앙과 십자가 신앙의 진정성(眞正性)을 판별하는 시금석 이다. 참 신앙 공동체의 심장박동이 힘차고 건강한가 아니한가를 진단하는 관건이 된다. 우상숭배 종교와 십자가 신앙을 구별하는 잣대가 되고, 거짓목자와 참 목자를 가려내는 기준이 되며, 죽은 정통신앙과 산 개혁신앙이 갈라지는 갈림길 표식이 된다.

[2] 성경본문 해설을 통한 주제이해

구약성경 여호수와 24:14-18 “오직 나와 내 집은 여호와를 섬기겠노라”(18절)
여호와 신앙은 우상숭배와 구별되는 참 하나님 섬김

복음서 요한복음 13:14-15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겼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기는 것이 옳으니라”(14절)
섬김의 도는 예수그리스도 십자가 신앙의 본질

서신서 베드로전서 4:10 “각각 은사를 받은대로, 하나님의 각양은사를 맡은 선한 청지기같이 서로 봉사하라”(10절)
은사는 봉사하라고 맡기신 다양한 성령의 선물

  2.1. 여호수아가 비판하는 이교신앙과 종교혼합주의 본질

    여호수아서의 내용을 이루는 사건들은 모세가 이끌고 온 이스라엘 백성을 약속의 땅 가나안에 입주시키고 ‘약속의 땅’을 기업으로 분배받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역사적 사건의 배경은 주전 12-13 세기 이지만, 여호수아서가 문서책으로 편집 기록된 것은, 유다왕 요시아(주전 640-609)의 종교개혁(주전 622-621) 이후, 예언자 신앙에 영향을 받은 일군의 역사가들에 의하여 이루어 졌다. 이들을 구약학자들은 ‘신명기적 사가들’이라고 부른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단순한 역사적 사실들의 집합물은 잡서에 불과하다. 흩어진 역사적 단편들을 뚜렷한 가치관 곧 사관에 의해 해석되고 정리될 때 역사서가 된다.
  선민 이스라엘 백성은 성전이 훼파되어 이교도들에게 수모를 당하는 비참을 맛보았다. 사제들과 왕들과 귀족들과 기술자들이 먼 바벨론으로 끌려가는 비극도 맛보았다. 그들은 첨엔 야훼 하나님을 원망했으나, 역사적 ‘불의시련’을   겪고나서 그 모든 것이 이스라엘의 죄의 결과임을 자복하게 되었다. 신명기 역사가는 여호수아의 세겜연설의 형식을 빌어서, 특별히 세가지 종류의 우상숭배의 잔재물을 철저히 청산하고 야훼신앙의 순수성을 회복해야 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첫째 청산해야 할 우상들과 이교신앙은 저 멀리 강건너 땅, 곧 아브라함 조상들이 살던 유프라테스강 저쪽 하란 땅의 신들이다(수24:14), 둘째는, 비록 노예신분이긴 했지만, 에집트 바로의 집 고깃가마 곁에서 살던 시절, 에집트에서 섬기던 신들이다. 셋째, 지금 팔레스타인 가나안 땅에서 혼거생활하는 아모리 사람들이 섬기는 바알숭배의 종교이다(수24: 14-15). 메소포타미아 하란 땅의 신들이란 라헬이 라반집에서 가지고 도망나온 친정집 가정수호신 ‘드라빔’이 말해주듯이 가족혈통 중심의 기복종교이다(창31:19). 에집트 바로 집의 종교란 거대한 피라밑을 축조하면서 바로를 신으로 숭배하며 강자가 약자를 채찍으로 지배하는 정치적 권력숭배의 종교이다(출1:1-22). 가나안 아모리 사람들의 종교란 ‘황금송아지’로서 상징되는 번영과 다산(多産)숭배 바알종교이다.
  이상 세가지 종류의 종교성 안에는 야훼신앙의 핵심인 공의로움, 약자보호정신, 긍휼이 여기는 마음, 자유와 평화에 대한 갈망, 약속에 대한 신실성, 평등사상, 하나님과 겸손하게 동행하는 신앙(미6:8) 같은 것을 찾아 볼 수 없다. 거기엔 오로지 약육강식의 원리, 물질지상주의, 감각적 쾌락주의, 폭력과 전쟁 신의 숭배, 정치적 메시야주의, 성적 혼음과 다산(多産)과 번영을 신적 축복의 표징이라고 강변하는 바알주의가 있을 뿐이다. 여호수아는 이런 우상숭배적 이교신앙과 결별하고, 오로지 야훼(여호와)만을 섬기자고 이스라엘 백성에게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야훼(여호와) 신은 어떤 신이기에 그만을 섬겨야 한다는 것인가?

  2.2. ‘오직 여호와만 ’의 고백언어에서 야훼·여호와 ·주(主) 하나님의 동일성

  금번 총회주제가 “오직 나와 내 집은 여호와만 섬기겠노라!”라는 여호수아의 고백적 선언을 잘못 이해 할 경우, 신앙고백의 본래 의도와는 전혀 다르거나, 본래 뜻에 역행하는 보수적·배타적·공격적 기독교 신앙에로 퇴화를 초래 할 위험이 있다. 개역성경에서 주제를 인용함으로써, 신 이름 ‘여호와’가 다시 부각되었다. 그러므로, 먼저 성경의 번역이나 해석과정에서 성서적 하나님의 신명과 관련하여 야훼(Yahweh), 여호와(Jehowa), 그리고 주님( the Lord )이라는 형식상 서로다른 세가지 번역과 호칭이 왜 발생하게 되었는지 간략하게나마 고찰해야 한다.
  고대사회에서는, 특히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야훼(YHWH)라는 신명(神名)은 단순히 대상을 지시하여 부르는 호칭이 아니었다. 이름은 곧 실재· 힘· 존재였다. 야훼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거룩하신 이·두렵고 경외할 이· 멸절시키는 불’이라고 느끼고 체험되었으므로 야훼(YHWH)라는 표기어(表記語)가 나타나면, 곧바로 아도나이(adonai, 主 )라고 고쳐 읽었다. 이러한 발음습관이 오래동안 계속되는 과정에서, 히브리어 경전 자음본문 야훼(YHWH)에 아도나이(adonai) 발음모음이 결합되어 여호와(YeHoWaH)라는 발음이 되고, 이 히브리어 발음이 14세기경 영어발음으로 여호와(Jehovah)라고 그리스도교에서 표기·발음하게 된 것이다. 우리말 성경 ‘표준새번역성경 개정판’(대한 성서공회, 2001)과 영어성경 ‘옥스포드 표준번역본’(RSV)은 이 혼성어 현상으로 빚어진 언어학적 변모과정을 십분고려하여, 야훼나 여호와 신명을 발음대로 표기하지 않고, 특별한 경우만을 예외로하고, 대부분 ‘주(主) the Lord’ 로서 표기하였다.
  다시말해서, 야훼라고 발음하거나 여호와라고 발음하거나 발음이 중요하지 아니하고, 그 이름에 담긴 하나님의 속성·본질·품성·역사(役事)하시는 양태(樣態)가 여호수아가 지적한 이교신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속성을 지니신 하나님 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비근한 예를 든다면, 개화기 선교초기에 많은 수고를 한 장로교 선교사 언더우드(H.G. Underwood,1859-1916)와 마펫(Samuel Moffet,1864-1939)은 조선 땅에 도착하여, 영어발음에 가까운 한글이름과 한자어로 각각 원두우(元杜尤)와 마포삼열(馬布三悅)이라고 부르고 표기했다. 선교지 현장의 문화와 언어문자에 의해서 이름의 발음과 문자표기가 다르게 변형되었지만, 본래 인물은 동일한 인물 그대로이다. 마찬가지 원리이다. 야훼·여호와·주(主)·하느님·하나님등 발음이나 표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참된 신적 품성과 신적 본질이 중요한 것이다.
  (i) 야훼, 주(主) 하나님은 인간들의 정교한 종교의례나 주문이나 제물공여를 통해 불러낼 수 있는 그런 신이 아니다. 야훼는 “나는 나다: 나는 되고자 하는 대로(있고자 하는대로) 될(있을) 나 이다”라고 말씀하는 주(主) 하나님 이다(출3:14).
  (ii) 야훼, 주 하나님은 자비롭고 은혜로우며, 노하기를 더디하시며, 한결같은 사랑과 신실하심이 풍성한 하나님이다 (출34:6).
  (iii) 야훼, 주 하나님은 거룩하신 하나님이다. “너희의 하나님인 나 주(主)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해야 한다”고 요구하시는 하나님이다(레19:2).
  (iv) 야훼, 주 하나님은 모든 것을 창조하신 이요(사45:8), 새 일을 행하시는 이요(사 43:19), 사랑과 진실이 만나고 정의는 평화와 입을 맞추게 하시는 이다 (시85:10).

  옛조상들의 유프라테스강 유역 하란문명의 혈통적 가족주의 수호신, 에집트 고깃가마 곁에서 경험했던 약육강식의 정치적 힘숭배 우상신, 그리고 가나안족의 다산(多産) 번영을 보장한다는 바알신을 버리고, 야훼 하나님만을 섬기는 순수한 신앙을 굳게 붙잡자고 여호수아는 독려한다. 여호수아는 특히 강조하기를 지금 이스라엘 백성이 살고있는 땅과 성읍의 소유, 그리고 직접 개간하거나 심지도 아니한 포도밭과 올리브 밭에서 열매를 따먹는 것이 모두 야훼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것이다(수24:13).
  다시말해서 이스라엘의 생존 그 자체가 주 하나님의 은총이요 선물이니, 마음과 뜻과 성품을 다하여 주 하나님만을 섬기고 사랑하는 것은 마땅한 응답이라는 것이다. 이 신앙은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 안에서, 그리고 그 보다 앞선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는 마지막 ‘행위언어’(行爲言語, Performance Language)를 통해서 명료하게 재천명이 되는 것이다.

2.3. 주(主)요 선생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겼으니, 너희도 서로 남의 발을 씻겨야 한다 (요13:14)

여호수아의 고별설교에서 따온 우리들의 주제 “오직 나와 내집은 여호와를 섬기겠노라”는 고백은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야훼(여호와) 주(主) 하나님이 먼저, 하비루 떠돌이 무리들에 불과한 이스라엘을 돌보고 광야길을 인도하여 땅을 기업으로 주신 은총에 대한 응답적 고백임을 살폈다. 하나님을 섬기라는 계명은 강압적인 율법명령이 아니고, 하나님의 선행적(先行的) 은총에 대한 마땅한 도리임을 강조했다. 성경의 진리는 언제나 율법에 앞서는 하나님의 은총을 강조한다. 이 놀라운 은총의 논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발 씻기시는 마지막 행위언어’를 통해 분명하게 재천명 되었다.
  요한 복음에 의하면, 예수께서는 고난 당하시기 앞서서 유월절 전날밤, 이 세상을 떠나 아버지에게 가실 때가 된줄 아시고, 제자들과 마지막 고별식사를 나누셨다. 세상에 남게 될 자기 사람들 곧 제자들을 극진히 사랑하셨기 때문이다(요13:1). 그런데, 요한복음 기자에 의하면, 유월절 기념식사 자리가 아닌 하루 전날, 제자들과 마지막 고별만찬 자리에서 공관복음서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성만찬 제정’의 인상적인 ‘행위언어’ 대신에 ‘제자의 발 씨기는 행위’를 대신 넣어 예수의 전 생에의 교훈과 삶의 총괄언어로서 제시하고 있다. 다시 강조한다면, 요한 복음에 의하면, ‘발 씻기시는 행위 언어’는 제자 상호간의 사랑과 친밀한 교제를 강조하는 한가지 덕목이 아니라, 복음의 본질이요 예수로 말미암아 세상 속에 들어온 ‘혁명적 누룩’ 임을 갈파한 것이다.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는 상징적 행위를 통하여, 복음의 급진적 철저성이 드러났다. 기존 세상질서를 거꾸로 뒤집는 혁명적 새 질서가 세상 속에 들어온 것이다. 그 급진성의 본질이야말로, 예수와 그리스도인을 연결시키는 ‘공개된 비밀’이다. 이 행위 속에 내재된 ‘예수의 영구혁명’ 코드 암호를 읽지 못하면, 아무리 성공한 기독교회가 될지라도 , 이 세상에 흔해빠진 성공적 종교단체가 되고 마는 것이다. 왜냐하면, ‘발 씻기시는 상징행위’는 거룩하신 하나님이 이 세상의 죄를 씻는 십자가 사건의 전조(前兆)이며, 하나님이 세상 피조물의 발을 씻기시는 역설적 은총 사건의 표징이며, 예수 말씀대로 주(主)요 선생 된자가 제자들과 낮은 자들을 섬기는 ‘가치의 전도’ 사건을 선포하는 선포식이기 때문이다.
  베드로의 발을 씻기려하자, 베드로는 일반적인 세상의 도덕예법의 의식차원에서 “어떻게 선생님이 제자인 제 발을 씻긴단 말입니까? 절대 그리할 수 없습니다”. 라고 말했다. 당연한 말이요, 그것이 세상 삶의 질서요 도덕종교의 가르침이다. 그런데, 스승 예수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가 행하는 일을 지금은 네가 알지 못하나, 후에는 알게 될 것이다”(요13:7). “내가 너를 씻기지 않으면 너는 나와 상관이 없게 된다”(요13:8). 십자가를 통하지 않으면 혈육적 인간과 예수 그리스도 사이엔 아무런 상관이 없게 됨과 같이, 예수가 몸소 발을 씻기시는 행위 앞에서 순명하지 않으면 도덕적으로 모범적인 제자가 될는지 모르나, 그리스도의 사람이 되지 못한다.
  제자들과의 고별의 밤에, 예수가 세상에 오셔서 가르치시고 행하신 모든 내용의 알짬을 총괄하여 ‘행위언어’로 보이신 것이 ‘제자들 발 씻기심’ 사건이다. 그리고, 그 비의(秘義)가 세상사람들 앞에서 만천하에 공개적으로 드러난 ‘행위언어’가 십자가 사건이다. 그것은 거룩하신자가 속된 죄인을 씻으시는 대속적 행위요, 강한자가 약한자를 섬기는 가치관의 전도(顚倒)이며, 이교도적 종교와 여호와 종교가 판가름 나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유월절 전날밤 제자들과 고별식사 자리에서 보이신 예수님의 파격적 행동은 흔히 생각하듯 ‘겸손과 사랑’의 덕을 실천하라고 강조하시는 선생님의 도덕적 담론이 아니라는 점이다. 거기엔 겸손의 도덕이 문제되지 않고 은총의 복음이 문제되며, 당연한 세상질서가 재강조되지 않고 ‘섬기는 자’(눅22:27)로서 세상에 오신 하나님의 아들의 혁명이 강조되고 있다. 이 세상에 아직도 남아 있어야 할 그를 따르는 모든 제자들에게 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말씀은 “주요 또 선생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겼으니, 너희도 서로 남의 발을 씻겨야 한다”(요13:14)는 것이다.
오늘의 기독교의 모든 혼란과 정체성위기와 영적 무능력은 다름아니라, 이 마지막 주님의 부탁이자 엄숙한 계명인 ‘섬김의 도’를 행하지 않는데서 온다. 구체적인 ‘섬김’은 다양하게 부여받은 은사(恩賜)를 바르게 사용함으로서 실현된다.

2.4. 받은 은사대로, 하나님의 다양한 은혜를 맡은 청직이로서 섬김

  서신에서 베드로는 말한다. 종말론적 의식을 가지고 이 세상을 나그네 의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깨어 기도하며 열렬히 사랑해야 하는데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기 때문이다 (벧전4:7). 은사론(고전12장, 로마12장)에서 바울이 강조하는대로, 하나님의 은사는 다양성과 평등성과 유기적 통일성을 갖는다. 은사는 사람마다 다양하게 주어진다. 지혜의 말로 가르치고, 예언하고, 병고치고, 방언하고, 기적을 행하고, 봉사하고, 다스리고, 귀신을 내쫒는다. 은사의 능력과 형태는 다양하지만 혼잡스럽지 아니하고, 평등하지만 평균적 획일성에 내몰리지 않으며, 인간이 지닌 재능이나 가능성이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오고 주어진 선물로서, 그 모든 은사들의 공동근원은 성령이다.(벧전12:4-11) 베드로는 말한다: “ 각각 자기가 받은 은사를 사용하여, 하나님의 여러모양의 은혜를 맡은 관리인으로서 서로 봉사하시요”(벧전 4:10)
  세가지 점이 강조되고 있다. 각각 받은 은사의 다양성과 은사를 받은 자는 관리인 의식을 가져야 할 것과, 그 은사의 궁극목적은 봉사 곧 섬김을 위해서 주어진 것이라는 점이다. 바울의 은사론에 의하면, 은사에 직급이나 서열이 있는 것이 아니다. 사도, 예언자, 복음 전도자, 목사, 교사, 기적 행하는자, 병 고치는자, 남을 도와주는자, 관리하는자, 방언 말하는자등등을 은사의 다양성의 사례로서 열거한다. 그러나, 그 모든 은사들의 구경목적은 성도들을 준비시켜 봉사의 일을 하게하고,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게 하려 함이다(엡4:12).
  유기체인 몸에서 두뇌와 심장은 위장(胃腸)이나 신장(腎臟)보다 기능상 더 중요한 일을 감당하는 것 같지만, 위장이나 신장이 병들면 두뇌와 심장이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평소엔 자각하지도 않는 담관(膽管)에 작은 종양이 발생해도, 몇 개월이 못되어 몸 전체는 황달색으로 변하여 죽음을 맞는다. 받은 은사를 십분활용하여 하나님과 사람을 섬기는 일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일이며, 동시에 하나님 형상의 비밀은 ‘선한 일을 행하는 기쁨’을 맛보게 한다. ‘섬김’이라는 신비한 삶에서 하나님의 영광과 피조물의 감사와 찬양이 하나로 공명한다.

[3] 주제가 근거하는 성경본문 말씀이 오늘의 기장교단과 한국 기독교에 주는 의미

첫째, 평양대부흥운동 100주년(2007)을 맞이하는 한국교회가, 왜 한국 사회에서 성장이 둔화되고 냉소적인 사회세평을 받게 되었는가 치열한 자기성찰을 하도록 촉구한다.
   근본원인은 여호수아가 경고하는 대로, 우리시대 이교적 우상들을 복음과 야합시켜, 주 하나님만 섬김이라는 신앙의 제일계명을 범했기 때문이다. 복음진리의 순수성과 자기정체성을 상실하고 다산번영의 바알주의적 물량주의 추구, 거인주의를 흠모하는 제국주의이념에 맹목적 종속, 가족신 숭배차원과 별다름없는 기독교 종파주의·교파주의· 개교회주의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예언자 요엘의 음성을 들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진심으로 회개하여라. 나 주가 말한다. 금식하고 통곡하고 슬퍼하면서, 나에게로 돌아 오너라. 옷을 찢지 말고, 마음을 찢어라.”(욜2:12)
둘째, 십자가신앙이란 세상을 위한 하나님의 사랑의 아픔이요, 자기 희생적 섬김이라는 진실을 외면하고 ‘서로 발을 씻기라!’는 예수님의 마지막 분부를 준행하지 아니한 것이, 교회가 사회로부터 불신당하고, 교회가 무력하게 되는 근본 원인임을 직시해야 한다.
  섬김은 도덕적 덕목이 아니라 그리스도교 신앙의 본질이다. 섬김은 교회의 사회복지 증진을 도모하는 교회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하는 특별사회봉사 프로그램 행위가 아니라,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 되게하는 성례전적인 신비행위이다. 세계와 한국사회가 빈부 양극화문제가 점증되고, 전쟁과 폭력과 빈곤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은 ‘섬김의 도’를 행하라는 지상명령을 직무유기 했기 때문이다.
   셋째, 복음이 증언하는 ‘그리스도 안에서 섬김의 비의(秘義)’는 그것이 율법이 아니고 은혜이며, 인간의 도덕의지로써 행하는 선행이 아니라 은사(恩賜)로 추동(推動)되는 감사의 응답이라는 점이다. 은사는 다양하고, 유기적이며, 상하위계질서란 없고 기능이 다른 전문성이 있을 뿐이다.
   오늘날 한국 교회내에 암종근처럼 퍼져있는 보이지 않는 ‘성직위계질서’는 종교개혁의 만인사제직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서로 발을 씻기라!’는 그리스도의 계명을 배반한다. 교회직제상 받은 은사를 따라 분담한 기능적 전문성을 특권으로 오인하여 교회주도권을 둘러싼 일부 목사직분자와 장로직분자사이의 갈등은 거룩한 그리스도의 몸을 능욕하는 부끄러운 죄이다. 남녀평신도들이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다양하고도 아름다운 은사들을 사장(死藏)시켜놓고 맹종을 강요하는 교권주의가 오늘의 교회를 무력하게 만든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하나님만을 하나님으로서 섬기고 예배하는 자만이 우상의 유혹과 덫으로부터 놓임받아 자유인이 되고, 이웃을 기쁨으로 섬기는 ‘사랑할수 있는 자유’를 갖는다. 자기보다 어려운 형편에 처한 작은 자들을 섬길수 있는 자는, 진정으로 야훼 하나님만을 예배하는 사람이다. 하나님을 바르게 예배로써 섬기는 일과 이웃을 봉사와 사귐으로써 섬기는 일은 동전의 앞뒤관계이지만, 순서로서 말한다면 하나님 섬김이 바로선 후라야 이웃섬김이 가능하고 옳바르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이웃섬김은 자기자랑과 명예욕과 과시욕의 방편이 될 뿐이다.
그 사람은 그리스도 안에서 중생한 사람이다. 주(主)요 스승이신 예수께서 자기 발을 씻은 체험을 경험한 사람이다. 그래서 하나님의 은총을 받고 ‘사랑 안에서 섬기는 자유와 능력’을 깆춘 사람이다.   예수의 심장과 만나고 그리스도의 십자가보혈로 그 죄를 씻김받은 사람은 무의도인(無衣道人)·무위진인(無位眞人)이 되어 주님의 계명에 순명하는 ‘섬김의 도’를 삶으로 산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그리스도로 옷입고 하나님의 자녀로 인침 받아서, 이 세상의 명예욕·권력욕·소유욕으로부터 자유하였기 때문이다.
  교회는 바로 그런 사람들이 모인 그리스도의 제자 공동체인 것이다. 자기가 받은 크고작은 은사를 감사로서 응답하는 은사공동체인 것이다. 받은 은사로서 섬김의 도로서 형제를 사랑하는자는 이미 죄를 그쳤다. 죄의 권세가 ‘섬김의 도’ 안에서 무력하게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교회공동체가 본래의 모습대로 ‘섬김의 도’를 회복하기만 하면, 교회는 부흥발전되고 은혜와 진리로 충만할 것이다.

- 제91회 기장총회 주제해설 (동수원교회, 2006년 9월 20일)

2006/09/24 (06:30) from 84.173.62.19' of 84.173.62.19'	Article Number :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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