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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브라이즘의 본질은 무엇인가?(한신학보사, 2007년 3월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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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학보사, 2007년 3월 15일]

                 헤브라이즘의 본질은 무엇인가?


  서구문명을 형성한 다양한 요소들 중에서도, 헬라철학과   히브리 종교와 로마의 법체계 3가지 요소를 말하곤 한다. 헬라철학적 정신은 소크라테스, 플라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적 사유체계 속에서 고전적으로 정립되었고,  히브리적 종교정신은 아모스, 호세아, 이사야등 구약예언자들 정신 속에서 원형적으로 정립되었다. 그리고 갈릴리 복음 속에서 예수와 그의 제자들에 의하여  한번 더 정화 되어 신약성경의 마르지 않는 샘물이 되었다.
  역사적 종교로서 1세기에 출현하여, 4-5세기경에 그 정통교리적 틀을 정립한 그리스도교는 지중해 연안지역을 풍미하던 헬레니즘의 토양속에 히브리적 정신씨앗이 떨어져 싹이트고 거목으로 자라난 생명나무라고 은유적으로 말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엄밀하게 말하면 씨앗과 토양은 상호영향을 주고받는 것이므로,  헬라철학적 사유체계와 히브리 예언자들의 종교적 영감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그리스도교와 서구문명을 풍요롭게 형성해 왔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갈릴리 예수의 하나님나라 운동과 초대교회 제자들의 복음전파 속에서 무엇이 그들의 중심 혼이며 정열이었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단연코 히브리적 사유 곧 헤브라이즘의 정신이었다고 보아야 옳은 것이다. 헤브라이즘의 정신은 구약성경 특히 예언자들의 정신 속에서 활화산처럼 이어왔기 때문에, 그리스도교 경전중에서  구약성경을 제거하면 그리스도교의 핵심적 정신을 그 뿌리에서 단절시키는 것과 같고, 강물의 진원지인 호수를 흙으로 메워버리는 것과 같다.
  요즘, 도올 김용옥교수가 구약성경 폐기론을 주장하는 의도는 구약의 율법주의나 성경해석에서 경직된 문자주의, 그리고 유대 민족주의 선민사상이 끼치는 피해를 경계하는 과장어법이면 모르되, 그의 주장대로 구약성경을 폐기하자는 것이라면 그런 주장은 헤브라이즘의 인류문명사적 의미와 가치를 소홀히 생각하는 매우 잘못된 주장인 것이다. 설혹 과장어법이라 하더라도, 그러한 과장어법은 적절하지 않고 도올의 ‘구약폐기론’ 주장은 철회되거나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헤브라이즘의 본질은 무엇인가? 특히 헬라 철학적 사유체계와 어떤 점에서 다르며, 헤브라이즘이 인류문명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미치는 의미와 가치는 무엇인가?
  첫째, 헬라적 실재관과 헤브라이즘의 실재관이 다르다. 헬라철학적 실재관은 근본적으로 합리주의적 정신을 본질로 한다. 우주와 인간사 모든 것은 어떤 합리적 법칙이나 원리로서 질서지워져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인간의 정신은 그 합리적 질서를 발견하고, 그 질서에 맞도록 인성을 도야함으로서 폴리스 국가처럼 이상적 인류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헤브라이즘의 실재관은 열려진 실재관이며 창발적으로 만물은 새로움을 향하여  전진한다고 본다. 헤브라이즘은 본래 유목생활과 유랑생활을 경험하는 백성이기 때문에, 역사적 실재란 약속이나 비젼이  실현되어가는 ‘과정적 실재’라고 확신한다.
  둘째, 헬라철학 정신과  헤브라이즘은 인간이해에서 큰 차이가 난다.  헬라철학의 영향으로 빚어진 헬레니즘의 인간이해는 스토아철학에서 처럼 인간의 본성을 이성 혹은 로고스라고 본다. 이성은 신적인 것이고, 절대적 진리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규정하고, 실천하는 능력을 지녔다고 이해한다. 이성적인 것과 신적인 것은 본질적으로 같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헤브라이즘의 인간관에 의하면 이성도 역사적 ․ 문화적  제약성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상대적이고 인간자아의 이기심을 위해 복무하는 하인노릇을 한다고 본다. 헬라철학은 인간비참의 원인이 지성의 무지(ignorance)라고 보지만, 히브리적 인간관은  의지의 오만(pride)이라고 생각한다.
   다시말하면, 헤브라이즘은 인간의 이성기능을 절대적인 것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도리혀, 인간의 본질은 ‘유한하지만 자기초월적 자유의지’ 라고 본다. 인간의 자기초월능력은  창조적일 수도 있지만 교만과 허세와 자기과장과 무한 탐욕 속에서 악마성을 드러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타락과 죄의 가능성은  계몽되지 못한 이성이나 생물학적 본능욕구에 자리하지 않고, 매우 역설같지만  인간의 자기초월능력 곧 자기 의지가 행사하는 오만한 자유능력의 남용에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정신의 자기초월능력은  인간이 구상하는 모든 질서․ 제도․ 이념적 가치체계를 뛰어넘고 심판하며 불안해하면서 자기중심적인 이기적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집단에서 이기적 자기중심성은 기하급수적으로 강화되어 오늘날 미국정권력의 집단적 오만에서 보듯이 평화가 깨어지는 재앙의 근원이 된다.   
  셋째, 헬라철학자들의 폴리스정치와 헤브라이즘의 예언자사상은 바람직한 공동체가 무엇인가에 대한 견해에서 크게 다르다. 헬라인의  이상공동체  폴리스는 본질적으로 귀족정치이며, 인간들은 이념적으론 로고스를 지녔기에 평등하다고 말하지만 현실적으론 차등있는 것이 당연하고 정의롭다고 까지 생각한다. 그리고, 헬라 법정신은 차등적 폴리스가 혼동과 무질서로 빠지지 않도록 지켜주는 경찰기능 이다. 민주정치는 헬라철학 정신에서 보면  가장 저급한 하등정치체계이다.
   그러나, 히브리적 예언자들의 정치사상은 철저히 ‘자유와 평등’이 입맞추는 공동체의 평화실현에 있다. 인간은  하나님 앞에서 철저히 평등하고 존엄하며, 왕일지라도  평민의 인격존엄성과 권리를 박탈 할 수 없다고 본다. 헤브라이즘의 우상타파 정신은 종교적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구약의 계약사상과 법정신, 모세 율법정신은 강자의 권익을 보장하고 지켜주는데 있지 않고, 철저하게 ‘사회의 약자들’ 보호하고 그들의 생존권과 인간존엄성이 권력이나  이념체계에 의해서라도 침해당하지 않도록 수호하려는데 있다. 민주정치는 정의를 갈망하는 인간능력 때문에 가능하고, 불의에 빠지는 인간의 경향성 때문에 필요한 것이라고 본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헤브라이즘은 자본주의적 사회의  자유로운 창의성과 사회주의적 이념이 꿈꾸는 정의로운 평등성을 동시에 살려낸 사회를 꿈꾸는 인류의 영원한 유토피아적 희망의 원천으로서 항구적 열정의 근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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