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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와 신학의 회고와 책임(한국기독교학회 발제, 2007.5.18, 한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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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한국기독교학회 발제, 5월18일, 한세대 켐퍼스]

주제: 한국교회와 신학의 회고와 책임
김경재(한신대 명예교수)

1. 들어가는 말

   주어진 주제의 지향성에 먼저 주목해야 하겠다. 주제의 바탕엔 자기성찰을 통한 철저한 ‘참회’와 한국교회와 신학의 ‘책임’을 요청하는 소리가 있다.   올해가 ‘1907년 대부흥운동’의 100주년 되는 해이고, 한국 개신교는 위기돌파를 통해 또 한번의 도약을 이루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독교는 ‘위기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근래 한국기독교가 한국사회로부터 심각한 비판적대상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지난 10년동안 (1995-2005), 각종 연구자료와 객관적 통계자료들이 개신교의 ‘위기와 감소추소’를 증거하고 있다. 통계청, ‘ 1995년 인구주택 총조사’, 『한국통계연감』, 47호(대전: 통계청, 2000),98-99쪽; 통계청의 ‘인구주택 총조사’(2005). 위 두 통계자료가 보이는 10년간의 통계는 불교, 기독교, 천주교중 오직 기독교의 감소만을 통계자료는 나타내고 있다(동아일보, 2006년 6월 15일, 문화면 참조). 정부의 객관적 통계자료에 의하면 2005년 11월현재 , 종교별 신도수는 불교 1072만 6000명(천체인구중 22.8%), 개신교 861만 6000명(18.3%), 천주교 514만 6000명(10.9%)로 나타났다. 10년간(1995-2005) 신도수 증감은 천주교 219만5000명증가, 불교 40만 5000명 증가, 개신교 14만4000명 감소로 나타났다. 통계조사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전문통계연구조사기관에 의뢰한 최근의 조사보고서로서 한신대학교 학술원 신학연구소가 한국학술진흥재단 연구비(2003-2005)를 받아 「한국 개신교가 한국 근현대 사회-문화적 변동에 끼친 영향연구」(KRF-2002-073-AM1029)의 기초자료서 행한 사회조사연구보고서 다음3가지 자료가 있다. 조사의뢰한 전문사회통계조사 연구기관은 (주) 현대리서치연구소 이다: 『한국개신교와 한국 근현대의 사회-문화적 변동』(한울아카데미, 2003); 『한국 기독교인의 정치-사회 의식조사』(한울아카데미, 2004); 『한국인의 문화의식조사』(한울아카데미, 2005)
일부 교회들의 성공적 위기관리 능력과 탁월한 목회자들의 교역에 힘입어, 일부교회의 여전한 성장세에 현혹되어 지금이 ‘위기와 도전’의 시기임을 눈감아 버리려하는 낙관적인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 한국사회는 기독교의 질적 형태변화(Transformation)와 윤리적․영적 갱신(Renewal)을 준엄하게 요청하고 있다. 사회문화적․시대경륜적 ‘상황’이 크게 변하고 있다.
   다른 한편, 복음의 능력과 우리의 연약함을 도우시는 성령의 ‘탄식과 간구’(롬8:26)를 망각해버린 비관적 냉소주의나 의기소침한 배패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한국의 그리스도교의 역사는 천주교 220년이요, 기독교는 120년에 불과하다. 노쇄하거나 경직된 모습을 보이기엔 젊은 청년교회이다. 이 말은, 전체국민중 무종교인이라고 응답하는 인구비율이 50% 임을 감안할 때, 개신교 교회설립 200주년이 되는 해(2084) 쯤에, 개신교 교세를 통일한국민수(7,500만명) 대비 30%(2,300만명)이상까지 증가시킴으로써, 한국정신문화와 ‘동아시아 문화공동체’를 복음의 생명력으로써 변화시킬 수 있는 촉매역활을 감당하려는 장기적 안목과 사명을 자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먼저는 철저한 회개와 다시 거듭남의 쇄신이 요청된다. 비젼과 희망이란 철저한 자기비판과 근본적 거듭남 없이는 한낮 공상에 불과하다. 발제자는 주어진 과제를 다음 세가지 측면에서 말하고자 한다: (2장) 1907년 대부흥운동의 역사적 평가와 오늘의 의미 (3장) 한국교회의 비판적 자기성찰로서 회고와 책임 (4장) 한국신학의 비판적 자기성찰로서 회고와 당면과제.

2. 1907년 대부흥운동의 역사적 평가와 오늘의 의미

한국 신학계의 각 전문분과 학회 활동중 지난 20년동안, 눈에 두드러진 업적을 나타낸 학회중 하나로서 한국교회사학분야 학자들의 연구업적이 두드러진다. 특히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학자들의 연구업적에 의하여 우리는 ‘1907년 대부흥운동’의 실체에 어느정도 접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글에서 특히 발제자는 다음자료들에 도움받았다. 이만열, 「한말 기독교인의 민족의식 형성과정」, 『한국사론,1집』(서울대 한국사확회, 1973)에 처음 발표된논문, 이만열외 7인지음 『한국기독교와 민족운동』에서 중인용함 ; 민경배, 『한국기독교회사』,개정판, 제14편, 신앙생활의 形態構形, 249-277쪽(대한기독교출판사, 1981); 주재용, 「한국교회의 대부흥운동에 대한 역사적 비판」, 『신학사상』,13집 (한국신학연구소, 1978.9) ; 서정민, 「초기 한국교회 대부흥운동의 이해」, 『한국기독교민족운동』233-284쪽; 이덕주, 「초기한국교회 부흥운동」,『한국토착교회 형성사 연구』(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91-168쪽 ; 김홍기, 「1907년 대부흥의 역사적 의의」,『목회와 신학』(1998.6) ; 노영상, 『기독교사회윤리방법론에 대한 해석학적 접근』, 제12장,‘1907년 대부흥운동의 영성에 대한 고찰’ (장로회신학대학출판부, 2007)
1907년 대부흥운동의 역사적 평가와 오늘의 의미를 다음 4가지로 요약함으로서, 본론 전개를 위한 서론적 발판으로서 삼고자 한다.
첫째, 1907년 대부흥운동은 조선 기독교인들의 영적 정화․신앙의 내적 심화․교회의 질적변화가 그 운동의 동인이며 본질이었지 대외적 전도나 교세의 양적 성장이 일차적 동기도 아니고 목적도 아니었다.
이 점은 1907년대부흥운동의 본질파악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점인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명칭자체가 ‘1907년 대부흥운동’이라고 표현됨으로서 교계의 혼란과 역사적 계승발전과제에 심각한 오해를 가져오게 되었다. 물론 ‘부흥운동’이라는 표현안에 영혼의 회개와 용서받음 그리고 거듭남으로 말미암는 영적 역동성이 동반되고, 그 결과로서 교회의 양적 성장이 결실로서 맺는 것은 자연스러운 생명운동의 수순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동안 ‘대부흥’이라는 어휘자체가 교세의 폭발적 성장을 우선목적처럼 암묵적으로 인지하고 강조되어온 점을 정직하게 반성할 때, ‘1907년 한국교회성결운동’ 혹은 ‘1907년 한국교회 대각성운동’이라고 표기함이 역사적 사실에 더 근접한 표현일 것이다.
한국교회사가들이 공동으로 강조하는바처럼, ‘1907년 대부흥운동’의 시원과 동기와 전개과정이 선교사집단과 한국교회 지도부 및 신도들이 당면한 대내외적으로 막다른 상황에서, 그 돌파를 성령께 간구하는 영혼의 심층적 회개, 대인간의 화해, 비윤리적 관습의 청산을 동반한 일대 참회운동이요, 공개적 죄고백 성풍(聖風)이었다. 유뷸선 삼교의 종교전통에서 체험해보지 못한 영혼 밑바닥까지 내려가 죄를 자각통회하고 청산하는 영적쇄신 운동이었다. 교회자체의 자정(自淨)과 처절하리만큼 진지한 회개를 통한 성결(聖潔)운동이 본래 동기와 전개과정의 순서였던 것이며, 결코 교회부흥과 교세성장을 목적으로 삼고 전개된 인위적 종교부흥운동이 아니었다. 대부흥운동이후 10년간(1907-1919) 교인증감 도표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대 부흥운동이후 장로교와 감리교 교인수 증감도표는 서정민의 논문 「초기 한국교회 대부흥운동의 이해」, 『한국기독교와 민족운동』, 257쪽 참조.

  성령이 교회지도자들과 교인들을 이끌어가는 본래적 심령운동이었지, 교회지도자들과 교인들이 성령을 이끌어오려는 부흥운동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아무리 교회를 위하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영적 탐심’도 또한 탐심인 것이다. 한국교계 지도층들이 ‘1907년 대부흥’운동을 오늘에 되살려나가려는 동기와 목적에 있어서, 교세감소및 기독교 위상약화를 극복하려는 조급한 마음 때문에, 그 운동의 본질을 망각하고 변질시키고 있지는 않는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것이다.
  둘째, 1907년 대부흥운동은 조선교회의 비정치화로선을 강화시켰지만, 조선 기독교인들의 주체적 겨레사랑과 성서신앙의 불가분리적 통전신앙은 내향적(內向的) 신앙심의 축적단계인 ‘내연’(內燃: 민경배)과정을 거쳐 사회정치적 힘으로 분출되어 외향적으로 ‘외연’(外延)을 넓혀간 시발점이 되었다.
  평양대부흥운동이 조선교회가 초창기에 가졌던 건강한 ‘하나님 나라운동’ 곧 성경적 신앙의 본래적 성격이랄 수 있는 하나님의 뜻과 경륜을 역사 속에 구현해간다는 역사변혁적 개혁신앙을 비정치화․몰역사화․타계지향적 신앙형태로 변질퇴행 시켰다고 평가하는 비판적 견해가 있어왔다. 선교사 본국 선교부의 국제정치외교상의 기본선교정책과 파송된 선교사자신들의 경건주의적 개인신앙 행태와 신념이, 조선교회로 하여금 탈정치화하도록 강요하였다는 역사적 진실을 변명할 수는 없다. 일부 선교사들이 조선의 독립을 염원했고 도움을 주었으나, 대부분의 선교사들은 조선의 정치적 지배는 일본이 맡아 개화와 정치적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옳다고 보았다는 점도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1919년 ‘3.1 독립만세사건’에서 보여준 조선 기독교인들의 정치적 역사참여는 조선교회의 ‘비정치화’가 선교사들의 선교정책대로 관철된 것이 아니라, 보다 높은 정신적 수준으로 승화표출 것으로 보아야한다. ‘3.1만사건의’ 비폭력적 평화정신, 독립선언서에 나타난 높은 정치윤리의식, 자기희생을 각오한 조선 그리스도인들의 거족적 독립운동참여가 그것을 말해준다.
  당시 조선의 선교사들은 어린 묘목과 같이 착근하려는 조선교회가 ‘정치적 행동의 폭풍’속으로 휩쓸려들어갈 때, 식민지 정책의 속성상 교회의 그루터기까지 소멸되고 말 것이라는 우려를 했고, 후견인으로서 보호의식이 작용했다. 그러나, 기독교교회의 신앙을 인간 영혼의 내면세계에만 제한시키려 한다든가, 타계적-종말론적 영혼구원에만 강조점을 둔다는 것은 당시도 현대도 잘못된 것이다. 기독교 신앙은 ‘땅위에 있는 가이사의 정치’를 초월하지만, ‘이중왕국론’과 ‘정교분리론’을 빙자하여 인간 공동체의 정치사회적 삶과 관련된 책임을 회피 할 수도 없고 양자를 분리시키지도 못한다.
셋째, 1907년 대부흥운동은 조선 기독교교회사에서 처음으로 교회들과 교인들은 ‘그리스도 몸’의 지체들이라는 성경말씀(고전12:27)을 성령은혜 안에서 직접 체험하고, 교회란 세상 속에 있으나 세상으로부터 유래된 것이 아닌 신령한 영적 공동체임을 확증했고, 유기체적․성례전적 교회일치운동을 촉진시켰다.
  원산, 목포, 그리고 평양에서 불붙은 오순절의 성령강림사건은 그동안 인위적인 선교정책과 교회내의 신급(信級) 위계질서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리게 되었다. 후견인 노릇하던 선교사와 조선토착교회 지도자들간의 막힌 담, 교회내 목사와 장로와 신도들간의 갈등, 구미와 인도 및 중국교회와 조선교회사이의 ‘성도의 교통’(comunicatio sanctorum)의 단절, 장로교와 감리교등 다른 교파간의 경쟁갈등이 살아지게되었다.
  원산, 평양, 목포를 기점으로하여 폭발한 성령운동은 선천, 서울, 의주, 광주등 전국교회와 기독교 학교에로 확산되어갔을 때, 사경부흥집회를 인도하는 지도자 강사들은 소속교파나 직분을 뛰어넘어 유기적으로 서로 교류하였다. 대 부흥운동 이후, 조선기독교를 하나의 연합교회로 성장시키려던 꿈이 좌절된 것은 참으로 아쉬운 것이다. 뜻있는 선교사들마져 조선의 단일교회 연합운동의 가능성을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꿈이 좌절되었던 이유를 서정민은 다음 몇가지로 압축한다. 서정민의 위논문, 266-272쪽.

  선교사를 파송한 본국교회 선교부의 교회정치와 신조의 차이, 교파간의 이해득실 문제, 그리고 조선기독교 단일교회가 성립되었을 때 발생 할수 있는 단합된 교회의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조선 선교사들의 우려를 꼽았다. 모든 막힌담을 허시고 그리스도의 몸을 하나되게 하시는 성령의 은혜를 소나기처럼 받았던 1907년 대부흥운동결과, 주어진 단일연합교회형성의 기회를 성취못하고 각각 교파신학교를 세우고, 교파교회로서 발전해간 한국개신교 120년 분렬사는, 뒤늦게나마 ‘그리스도몸으로서 교회는 하나이다’라는 신앙고백을 실천해야할 시점에 한발 다가선다.
넷째, 1907년 대부흥운동은, 그 운동이후 100년동안 성장발전해오는 한국교회의 기본체질을 부흥회적 기질의 감성위주 신앙․ 사경회를 근간으로한 ‘오직 성경만’(sola scriptura)의 배타적 신앙․ 개인 영혼구원과 타계적 종말신앙등으로 조형(造型)하였다.
  모든 창조적 교회쇄신운동과 신학운동이 성령의 감동과 경륜속에서 발생하고 전개되지만, 계시의 수용자로서 인간의 시대적 제약과 해석학적 한계성은 무한한 창조적 영의 선물을 제한적으로 수용하고 특정형태로 조형하게 된다. 1907년 대부흥운동기간은 민족사적으로는 망국의 서러움과 울분이 온겨례에 넘치던 시기요, 교회는 민족심성의 토양 속에 뿌리를 내렸으나 아직 어린 나무 상태였다. 한민족의 종교적 심성의 원형구조라고 보는 ‘풍류도적 기질’ 유동식, 『風流徒와 한국의 종교사상』(연세대학교 출판부, 1997), 제1장 참조. 15-82쪽.
중에서 신바람과 예술성의 재능이 성령의 ‘하늘바람과 하늘 숨’과 쉽게 공명하였다는 것은 당연할는지 모른다.
  한국풍류도의 극단적 일탈형태인 샤먼의 신들린 황홀상태나, 세계교회사에서 탈선한 열광주의적 성령파운동의 무규범주의 위험같은 현상을 1907년 대부흥운동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사무엘시대 구약성경 신들린 ‘선견자들’의 열광적 광신현상을 ‘야훼말씀’으로 질서지우고 창조적 예언운동으로 승화시킨 사무엘처럼, 교회지도자들은 ‘성경말씀’위에 굳게서서 건전한 복음주의적 경건신앙으로 육성해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오직 성경말씀만’이라는 축자영감론적 성경관과 타계적 개인영혼 구원신앙 강조는, 오늘날 한국 기독교로 하여금 조선의 전통문화와 종교유산을 배타적․공격적 태도로 대하게 함으로서 한국기독교를 한국문화와 단절시키고, 이웃 종교들과 갈등을 초래하게 하며, 문화적 자기정체성 상실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루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오직 성경만’이라는 축자무오류설에 준하는 경전절대화 신앙은 눈부시게 발전해가는 과학사상과의 ‘대화단절’을 초래하여, 감성․지성․영성이 함께 숨쉬는 참된 영적 복음진리를 갈급하는 젊은 지성세대의 교회접근을 차단하고 교회성장 둔화의 한 원인제공을 하고 있다. 이점은 본론에서 다시 언급할 것이다.

3. 한국교회의 비판적 자기성찰: 4가지 유형적 예수像의 전일성 회복의 과제

  1960년도 이후, 한국교회는 크게 보수교단과 진보교단이라는 두 흐름을 이루며 발전해왔고, 근래는 ‘한국기독교 총연합회’ 소속교회 흐름과 한국교회협의회 소속 교단교회 흐름으로 대별되고 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한다면, 교회는 역사적 예수나 부활의 그리스도의 존재를 닮게 마련이다. 신약성경이 전하는 그리스도 예수像(Gestalt of Jesus)은 다양하지만, 가장 중요한 네가지 범주로 대별되며, 교단소속을 초월하여 실질적인 한국교회의 모형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들로 작용하고 있다.
  그 각각의 이름을 (i) 치유자이신 영 그리스도 예수(Pneuma Christ Jesus as Healer) (ii) 속량자이신 로고스 그리스도 예수( Logos Christ Jesus as Redeemer) (iii) 사회변혁적 예언자 그리스도 예수(Prophetic Christ Jesus as Transformer) (iv) 교사이신 지혜자 그리스도 예수(Sophia Christ Jesus as Teacher) 라고 명명해두자. 한국교회의 유형은 이상 네가지 예수이미지 중 어느것을 핵으로 삼고 남어지 이미지를 핵주위에 어떻게 배열하고 결합시키느냐에 따라 해당 교회의 자기정체성과 특성을 달리 나타내었다.
  ‘역사적 예수’ 연구자 마커스 보그(Marcus J. Borg)는 예수그리스도를 부활절 이전의 유대인 신비가로서 ’역사적 예수‘와 부활절 이후의 기독교가 고백한 메시야 그리스도를 구별하고, 부활절 이전의 역사적 예수의 유형적 이미지로서 4가지 예수상을 제시하였다. 마커스 보그 & N. 톰 라이트 공저, 김준우 역, 『예수의 의미』(한국기독교연구소, 1999),103-130쪽.
발제자는 20세기 후반기 신약성서 신학계에서 시도해오는 새로운 ’역사적 예수연구‘의 학문적 관심과 연구동기에 주목하고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 김창락, 「20세기 후반기의 역사적 예수연구 동향」, 김진호편 『예수 르네상스:역사의 예수연구의 새로운 지평』(한국신학연구소, 1996), 43-84쪽.
  그렇지만, 부활절 이전 역사적 예수와 부활절 이후 케류그마 예수를 철저하게 구분하려는 극단적 학자들의 견해를 발제자는 수용 않는다. 구원사건․구원신앙․케류그마증언 이라는 삼자관계는 논리상으론 구별될런지 모르지만, 실질적으로는 해석학적 ’페리코레시스적‘ 관계이기 때문이다.

3.1. 한국교회 첫째유형: 치유자이신 영 그리스도 예수를 강조하는 교회들

  한국교회 유형의 첫 번째 형태는 ‘영 그리스도론’을 강조하는 교회들이며, 1907년 대부흥운동의 신앙기질과 신앙유산을 가장 자연스럽게 물려받고 이어가려는 교회들이다. 성령을 물붓듯이 받아 충만한 영적카리스마로서 병자를 치유하고, 기적을 행하며, 귀신을 쫒아내면서 그의 영적권능의 현존이 곧 하나님나라의 실현을 가시화시키는 ‘치유자로서 영의사람 예수 그리스도’(Jesus Christ as man of Spirit with healing power)를 강조한다. 죄의 권세에 짓눌려있는 심령을 그 질고에서 해방시키며, 심령의 억압상태에서 발생한 질병과 풀리지 않는 삶의 꼬인 멍들을 풀어주어 영적 피돌기를 원활하게 해준다.
   초대교회 전승층 중 가장 시원적 예수론이며, 오순절 성령강림체험 이후, 베드로가 첨으로 세상을 향해 선포한 ‘케류그마’ 내용의 핵심 구성소이다. “하나님께서 나사렛 예수로 큰 권능과 기사와 표적을 너희 가운데 베푸사 너희 앞에서 그를 증거하셨다”(행2:22). 이러한 기본 관점을 중심부에 배열하는 교회들은, 한국교회사에서 성령운동을 통한 교회부흥운동을 주도해온 오순절체험과 복음주의적 성령부흥운동을 주도해온 교회유형들이다. 목회자들로서 대표적 상징인물을 든다면 신현균, 조용기, 김준곤, 이만신, 김장환목사를 들수 있을 것이다. 한국교회사에서는 1970-80년대에 ‘치유자로서 영의 사람 그리스도 예수’를 전하려는 부흥운동의 열기가 가열차게 지속되었다. ‘EXPLO '74대회'(1974), ’‘77 민족 복음화 대성회’(1977), ‘’80세계복음화 대성회‘(1980), ’‘86 아시아복음화 대성회’(1986)

  ‘치유자로서 영의 사람 그리스도 예수’ 이미지에 닻을 굳건이 내린 오순절운동계열과 통칭 복음주의를 표방하면서 대중적 부흥회를 통한 전도와 교회성장론을 강조하는 교회들이 이 범주에 속한다. 1970-80년대에 양적 급성장을 이루고, 1960년대초기에 300만 구령운동목표를 세웠던 한국 개신교교세를 1,000만명선으로 끌어올린 대내외적 원인분석은 아직 충분하게 신학적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 한국사회의 급격한 공업화, 산업화, 도시화, 시장경제화등 사회의 급변동 속에서, 익명성과 군중속의 고독과 무한경쟁에 불안해하고 상처받은 영혼들을 위로하고 치유시키며, 성령안에서 ‘적극적, 긍정적 사고방식’을 함양시킨 목회적 대중 접근성을 높게 평가해야 할 것이다.
이 첫 번째 교회유형은 ‘속량자이신 로고스로서 그리스도 예수’ 이미지를 강조하는 보수정통신학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한기총’의 신앙형태의 두 기둥이 된다. 그리하여, 한국교회는 오순절신학․근본주의신학․경건주의신학이 혼융된 특이한 신앙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치유자로서 영의 사람 그리스도예수’이미지에 뿌리를 둔 한국교회들은 다음같은 몇가지 점을 진지하게 보완하거나 회개해야 한다.
(i) 헤브라이즘 영성의 화산맥이자 하나님나라 운동의 또 하나의 본질인 사회적 정의와 평등실현을 추구하는 ‘예언자적 사명’을 거의 도외시하고 복음을 개인영혼의 내면세계로 옮겨 한정 시켰다. ‘사회변혁자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미지’를 잃어버리고, 정치경제적으로 보수적 계층과 구조에 편승하거나 야합하였다. (ii) 교회의 양적 성장에 치중하다보니 ‘교사로서 지혜자 그리스도 예수’이미지를 소홀하게 다루어, ‘성숙’이 ‘성장’과 병행하지 못하는 비판을 사회로부터 받게되었다. ‘성공적으로 잘살기’ 신앙지향성이 ‘바르게 잘살기’ 생활신앙을 따라잡지 못했다. 20세기 전반기 한국교회의 보수주의 신앙은 경건․청빈․절제․종파를 넘어서는 사랑실천이 특성이어서 세상속에 있으나 세상에 속하지 않는 신앙집단이라는 초월감동을 주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기 한국교회 보수주의 신앙은 축복․번영․개발성장․종파인 편애를 사회에 보여줌으로서 영적․도덕적 신뢰성과 감동성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원로사회학자 박영신 교수 표현을 빌리면 “교회가 가족주의와 경제주의에 갇혀 세상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김진홍목사의 성찰을 빌려말하면 “개신교지도자들이 물량주의적 사고에 젖어 올바른 대처를 못했다”. 동아일보 2006년 6월15일 문화면 특집기사 < ‘위기의 개신교’ 돌파구를 찾아라> 참조.
(iii) 해외선교 열정은 좋으나, 그 선교신학이 15-19세기 동안 서구 기독교 선교신학이 지녔던 정복적․공격적․독선적 선교신학으로 무장한체 새로운 선교신학 패러다임 전환에 태만함으로 인하여, 선교지에서 갈등과 비판을 초래하고 있다.

3.2. 한국교회 둘째유형: 속량자이신 로고스 그리스도 예수를 강조하는 교회들

한국교회의 둘째유형은 ‘속량자이신 로고스 그리스도’ 이미지를 교회의 기초로서 삼고, 베드로의 빌립보 가샤라에서 고백 속에 교회방주의 닻을 내린 한국개신교회사의 보수적 정통교회들을 말한다. “주는 그리스도이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마16:16)라는 베드로의 고백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음이라”(롬8:1-2)는 바울의 케류그마에 중심을 둔다.
  이 둘째유형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대속적 죽음을 통한 죄인들의 속량과 천국에서의 구원받은자들의 영생을 강조한다. 무엇보다도 성경의 영감적 계시경전으로서의 절대권위를 강조하며, 열려진 ‘역사적-비평적 연구방법’(historical-critical method)이나 현대신학동향을 용납하지 않는다. 세상나라에 속한 정치사회문제와 하나님나라의 관계는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라는 원론적 입장을 견지하려고 노력하지만, 성공적이지 못하고 보수정치적 입장을 노정한다. 한국 교계에서 이러한 둘째유형의 대표적 목회자를 상징적으로 예시한다면 한경직, 강신명, 김창인, 김선도, 정진경, 곽선희, 옥한음 목사등을 사례로서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둘째유형 곧 ‘속량자이신 로고스 그리스도 예수’이미지를 강조하는 한국교회들의 장점과 공헌은 주요하고 매우컸다. 무엇보다도 (i) 기독교 신앙을 성경말씀 위에 정초시킴으로써, 첫째유형의 교회성장운동과 성령부흥운동에 동참하면서도, 부흥회적 기질의 한국교회신앙운동이 지나친 열광주의적 혼란과 무질서 속으로 빠저들지 않도록 안전핀 역할을 하였다. (ii) 예배의 거룩성과 엄숙성을 지켜감으로서 복음주의적 경건신앙의 세속화를 방지하는 안전핀 역할을 하였다. (iii) 기도의 영성․ 말씀의 영성․봉사의 영성을 통전적으로 강조하는 균형잡힌 목회신학을 기조에 깔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둘째 유형의 교회들은 보완되어야하고 쇄신되어야 할 점들을 갖고 있다. (i) 이 유형의 교회신학의 기초는, 로고스 화육론(요3:16)과 유대교적 고난당하는 메시야의 속죄신앙이 통전된 것이다. 헬레니즘 정신풍토 속에서 형성된 니케야공의회의 정통교의 신학을 불변적 교리체계로 경직화시킴으로서, 거듭거듭 새로운 문화상황 속에서 기독교진리의 재해석과 새롭게 표현해야 할 과제를 금기시 하였다. (ii) 정통신앙적 교리신학체계를 성경의 절대적 권위성과 계시성 위에 정초하기 때문에, 현대 역사비평적 성서연구나, 제3세계 해방신학적 성경해석을 용납하지 않음으로서 기독교 신앙공동체를 반계몽주의적 신앙집단으로 게토화시킨다 (iii) 기독교 전래이전의 한국민의 심성과 영혼을 교화시켜온 불교와 유교등 한국전통종교문화와 문화갈등관계를 조성하여, 국민의 80%에 해당하는 기독교인 이외 사회인들로부터 개신교를 독단적이고 독선적 종교집단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고, 기독교 가정안에서 문화갈등을 겪게한다. (iv) 정치이념적으로 반공주의적․친미적․친자본주의적 성향을 가짐으로서, 교회가 하나님나라를 지향해가면서 담당해야할 이념비판적 기능을 포기하고 특정시대의 정치경제이념에 예속되어, 복음의 역사변혁적 열정을 상실하였다. 교회가 ‘세계 내 초월적 집단’이 되지 못하고, 20세기 세계자본주의 문명에 함몰된 ‘문화적 기독교’가 되어가고 있다. R. Niebuhr가 『Christ and Culture』에서 문화와 기독교와의 관계맺는 모델 5가지 패러다임중에서 ‘Christ of Culture'를 의미한다. 여기에서 문화란 좁은 의미에서 문화가 아니라, 해당시대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말한다. 1960년대 이후, 성장한 대표적 한국교회의 이념지향성은 오늘날 ‘세계화’ 라고 정치사회학자들이 말하는 세계의 정치․경제․군사․문화의 주류적 강대국의 이념에 대하여 ‘갈릴리 복음의 관점’에서 전혀 비판적 의식을 갖지 않는다.

3.3. 한국교회 셋째유형: 사회변혁적 예언자 그리스도 예수를 강조하는 교회들

  기독교는 갈릴리 예수의 예언자적 전통속에 깊이 뿌리 박고 있다. 예언자 전통은 제사장전통과 더불어 이스라엘 신앙의 양대 산맥이지만, 예언자 전통을 빼놓고서 성서적 신앙은 그 혼을 잃어버린 것이 된다. 예수안에 하나님의 영으로 충만한 영의 사람으로서, 지혜의 사람으로서, 마침네 십자가를 짊어진 대속적 속량자로서 삶을 살았을지라도, 예수의 심장의 중심 맥박은 ‘하나님 나라’에 대한 열망이요, 그 혼은 이스라엘의 위대한 예언자전통에서 온 것이다. ‘사회변혁적 예언자 예수’ 이미지는 기독교를 지중해문화권의 영지주의나, 헬레니즘 철학적 지혜종교나, 샤머니즘적 축귀와 병고침의 종교운동이나, 단순한 종말론적 말세신앙으로부터 기독교를 구별해주는 복음의 원형질이다.
  1960년대 이후, 한국교회의 흐름 속에는 이 세 번째 뚜렷한 맥이 흐른다. 불의에 대한 거룩한 분노와 사랑의 저항, 가난한 사람들과 변두리 바닥사람들(the poor and marginalized)에 대한 함께 아파하는 열정(compassion), 억압착취하는 정치체계와 야합하는 어용종교들에대한 비판, 힘을 추구하고 우상화하는 정치권력과 정치이념체계의 우상화에 대한 비판적 저항, 그리고 ‘새 하늘과 새땅을 대망하는 미래전망적 비젼’등이 예언자정신의 핵심 구성소들이다. 이러한 성경의 예언자 종교전통이 ‘지혜의 종교들’로서 가득찬 동아시아 문명속에 들어와서 가루서말 속의 누룩처럼 효소처럼 변화시켜가고 있다. 예수의 십자가 처형사건의 직접적 원인이 사회변혁적 예언자로서 예수의 말씀과 행동 때문이었다는 것은 성서학자들이 모두 동의하는 바이다.
  이러한 예언자 정신을 토대로한 교회공동체는 특히 1960년대 이후부터 한국교회협의회(KNCC) 주류를 형성해왔다. 그들 교회의 예언자 예수정신은 약자들에 대한 복음, ‘마리아의 찬가’(눅1:46-55), 야고보서에서 강조하는 ‘히브리적 경건의 실천’(약1:27), 그리고 성전숙정사건(마21;12-17,막11:15-19, 눅 19:45-46, 요2:13-22)속에 잘 나타나 있다. 1970-80년대, 한국사회의 근대공업화와 산업화를 최단시기에 성취하려는 군사혁명 군부독재정권의 시대에, 인권과 노동자와 민주주의를 위하여 희생된 한국진보적 교회의 사회변혁적 예언자 전통을 무시하고서 오늘 한국사회의 정치적 민주화나 노동․인권운동의 활성화를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러한 제3의 교회유형을 이끌었던 많은 인물들 중에서 상징적 인물들로서 김재준, 강원룡, 김지길, 장기천, 문익환, 박형규, 은명기, 홍근수등 제씨를 예로 들수 있을 것이다
한국교회 3번째 교회유형에 속한 교회들의 다음과 같은 공헌들은 잊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i) 성경적 복음신앙의 본주조음은 ‘하나님의 나라’이며, 그것은 항상 역사를 넘어서지만 역사로부터의 이탈은 아니며, 정치를 넘어서지만 메시야적 정치 실현을 거쳐야하며, 개인영혼의 구원을 담보하지만 공동체적 사회구원을 요청하는 것임을 분명하게 했다. (ii) 복음은 역사로부터 구원(salvation from)이 아니라 역사의 구원(salvation of hiatory)을 궁극적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샬롬공동체 실현의 필요조건인 ‘자유․정의․평등․평화’가 예수 그리스도 제자직의 실천 안에서, 사회와 문화를 변혁시키는 누룩이 되어야 한다. (iii) 교회는 항상 가난하고 약한자를 배려 할 뿐아니라, 사회구조적 개혁과 정치적 저항과 변혁도 두려워 말아야한다. 민족분단과 형제살해의 죄를 회개하고 평화통일의 과제를 신앙고백차원에서 각성시켜왔다.
  그러나, 제3의 유형 안에도 보완되고 쇄신되어야 할 다음과 같은 점들이 있다: (i) 정의를 요청하는 당위의 윤리는 용서․화해․사랑이라는 복음신앙의 본질에서 이탈하여 정치투쟁적․ 세속적 유토피안운동단체와 교회공동체 사이의 구별을 모호하게 하였다. (ii) 정치사회적 개혁과 개인 심령의 메타노이아, 사회구원과 개인구원은 손바닥과 손등의 관계처럼 불가분리적인데, 사회변혁적 참여신앙은   개인심령의 영성수행에 소홀히 한바 컸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iii) 역사적 교회는 그 부족한 현존에도 불구하고, 복음전도와 사회봉사의 전진기지여야 할진데, 한국교회 제3유형은 교회의 양적 성장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고 건전한 교회성장 자체마져도 비판적 안목으로 보았다.

3.4. 한국교회 넷째유형: 교사이신 지혜자 그리스도 예수를 강조하는 교회들

한국교회의 넷째유형은 규모나 숫자는 작지만, 분명한 색깔과 특징을 가지고 한국 개신교의 일면을 드러내는 크리스챤 회중들의 모임이다. 그것은 때로는 독립교회 형태, 초교파 교회형태, 퀘이커모임 같은 형태, 때론 성서연구회 같은 모임형태를 갖지만 맑은 옹담샘 샘물처럼 많은 새시대 주역인 청년들과 사람이 영혼의 갈증을 그런 제4교회형태 속에서 해갈한다. 예들면, 서울 강남 청소년 수련관을 빌려모이는 평신도 중심의 초교파교회 새길교회, 여성교회, 성남과 인천의 외국인 노동자교회, 서울 신촌 퀘이커모임, 이대여대 대학교회, 생명살림 농목교회 운동등을 예로 들수 있다. 상징적 지도자들의 면모를 보면 안수받은 목사들도 있지만, 평신도들도 있다. 유영모, 함석헌, 변선환, 유동식, 김흥호, 길희성등이 상징적 인물이었다.
한국교회 넷째유형은, 예수 그리스도 이미지 중에서 지혜자 예수의 가르침에 주목한다. 이스라엘의 지혜전승을 계승하면서도, 서기관이나 사두게인이나 유대랍비들의 인습적 율법해석과는 판이하게 다른 참신성․파격성․혁명성․권능성이 지혜자 예수의 비유들(parables)과 수많은 경구들(aphori는) 안에 담겨있었다. “안식일이 되어 회당에서 가르치시니, 많은 사람이 듣고 놀라 이르되 이 사람이 어디서 이런 것을 얻었느냐 이사람이 받은 지혜와 그 손으로 이루어지는 이런 권능이 어찌됨이나?”(막2:2).
  마가복음이 증언하는대로, 초대교회가 예수에게서 받은 강한 인상은 그의 지혜와 영적 권능은 분리되지 않고 함께 현존했다는 점이다. 지혜(sophia)․영(pneuma)․말씀(logos)은 함께 작용하는데, 때와 장소에 따라 어느 한면이 전면으로 나타나고 다른 두면은 후면에서 뒷받침 해주는 구성소로서 작용했다. 지혜는 영성과 말씀성을 하나로 통전시켜주는 끈이자 결실물이다. 지혜는 지식이 아니기 때문에, 지혜자 예수는 보통 말하는 학교교사가 아니라,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하고, 삶을 새로운 방식으로 변형시키는 힘이 있었다. 자기중심적 존재(egocentric being)에서 실재중심적 존재(Reality centered being)에로, 가난한자들과 주변으로 내몰린 사람들에 대한 경멸과 무관심에서 자비(compassion)과 연대성(solidarity)에로 전환시키는 변화를 일으켰다.
  이러한 지혜는 ‘말씀’에 대한 깊은 깨달음과 해석학적 지평확대로서만 가능하다. 그래서 한국교회의 넷째유형은 다음과 같은 장단점을 갖는다: (i) 대형집회나 영체험의 집단적 과잉흥분보다는 내면적 눈뜨임과 차분하게 천지인삼재(天地人三才)가 구별되면서도 상호 내주회통하는 것을 환히 꿰뚫어보고 삶속에서 실천하는 생활신앙을 함양했다. (ii) 지혜(sophia)는 하나님의 현존방식의 한가지요, 하나님의 존재양태(seinsweise Gottes)이므로, 이스라엘종교사에서만 활동하지 않고 세계적 보편성을 가진다고 확신함으로, 불교․유교․노장사상등 동아시아의 종교적 유산과 기독교와의 대화 협력의 길을 열어놓는다 (iii) 평신도의 만인 사제직, 여성신학의 의미 확대심화, 그리고 특히 생명평화운동 면에서 기층 풀뿌리 기능을 수행한다. 결정적 단점으로서는 (i) 교회의 조직력과 전도선교 면에서 약하다 (ii) 교회가 하나님 백성들의 ‘회중공동체’라는 의식보다도 개인심령 안에 임하는 것으로 강조되어 개인주의적 신앙을 신앙주체성이라는 명분으로 포장될 위험을 갖는다. (iii) 예배에서 말씀에 대한 일방적 집중은 ‘성례적적 예식’(Sacramental Ritual) 약화를 초래한다.

  제3장의 중간결론을 요약해보자. 1960년대 이후, 한국 기독교의 다양한 면모중 대표적인 유형으로서 4가지 유형은 각각 장점을 가짐과 동시에 단점이나 보안할 점을 갖고 있다. 다양성은 좋은것이지만, 교회는 사도성․우주적 보편성․일치성․거룩성이라는 4가지요소를 반드시 겸비해야하기 때문에, 한두가지 특성만을 성공적으로 갖춘다고해서 자랑할 것이 못된다. 치유자 영 그리스도예수교회․속량자 로고스 그리스도예수교회․ 예언자 그리스도 예수교회․ 지혜자 그리스도 예수교회는 모두가 다 ‘하나님나라’를 이뤄나가는 ‘그리스도 몸으로서교회’의 필수적 구성소들이다.
  각각의 특성교회들이 다른유형의 교회들을 존경하고 자신이 속한 교회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형제교회라고 생각하면서 진정한 의미의 에큐메니칼 정신을 살려나가야 한다. 에큐메니칼 운동은 조직구조통합도 현실적으로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형제교회를 자기보다 더 존경하고 귀중하게 여기는 ‘겸손한 자세’ 가 절대요청된다. 지난 몇 년동안 기독교대한 하나님의 성회(기하성) 와 정교회가 KNCC에 가입하고, 2007년 부활절 연합예배를 한기총과 한기협이 합심하여 실천해낸 것은 감사 할 일이지만, 그 파급효과가 한국 개신교를 쇄신시킬만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참된 의미에서 상호 영적회개와 겸손, 타교단교회를 자기교단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형제교회로 받아드리는 연대의식의 각성이 절실하게 요망되는 한국교회사적 카이로스 시점에 와 있다 할 것이다. 근래 교회개혁특징과 에큐메니칼 정신을 가지고 교회를 개혁해가려는 ‘한국목회자 협의회’(손인웅목사등)의 활동이 기대된다.

4. 한국신학의 비판적 자기성찰: 회고와 오늘의 과제

1960년대 이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반세기 동안 한국 신학계는 목회현장의 교세못지 않게 많은 발전을 이룩했다. 전국신학대학협의회(KAATS)의 ‘한국신학교육기관자료집’(2001-2002)에 의하면, 대학수준 이상의 신학교육기관 숫자가 38개 신학대학 및 신학교이며, 전임교수 인원수는 604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대학이나 연구소의 전임 자리를 아직 잡지 못한 신진 박사학위 소지자들까지 합하면 약 700명 정도의 전문신학자들을   지난 반세기 만에 한국 기독교는 양성 할 수 있었다. 한국기독교학회(KACS)에는 12개 분야 전문신학 분과학회가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기독교 신학논총』의 종합 학술지 이외에, 각 분과학회에서 발간하는 전문학술연구지가 발행되고 있다. 전국신학대학협의회(KAATS)는 1965년 창립된 이후,오늘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신학교육기관과의 학문교류 및 협력을 주관하고 있으며, 귀중한 ‘한국신학교육기관지료집’을 격년으로 발간하고 있다. 한국 기독교학회(KACS)는 1973년 결성되어, 12개전문학회(구약학회, 신약학회, 교회사학회, 조직신학회, 기독교윤리학회, 기독교교육학회, 실천신학회, 여성신학회, 선교신학회, 교회음악학회, 목회상담학회, 문화신학회)가 가입한 연합회 형태로서 명실공히 한국신학학회를 대표한다. 『한국기독교신학논총』을 발행한다.
한국 신학계의 회고와 책임을 성찰하는 본고에서는 전문영역 12개분과 학회의 활발한 활동을 다 언급하기 불가능하며, 또 각분과학회의 업적 성과를 소개하려는 장소도 아니다.
  한국교회 대각성운동 10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 신학계가 겸허하게 자신을 뒤돌아보고 미래의 과제를 전망하는 전체조망을 갖자는데 목적이 있다. 아래와 같은 네가지 측면을 강조함으로서 신학계의 자기반성적 회고와 당면과제를 제시하려고 한다.

4.1. 신학은 ‘교회를 섬기는 학문’임을 자각하면서, 목회현장과 신학교육기관 사이의 괴리․불협화음․상호불신 풍조가 시급히 치유되고, 건전한 본래적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한국기독교가, 오늘날 당면한 침체와 사회의 불신을 극복하고 새로운 비젼을 가지고, 재도약을 하려면 목회현장과 신학세미나 교실사이에 막혀있는 두꺼운 장벽을 걷어치워 내야 한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목회자들은 신학자들을 학문적 상아탑에서 현학적인 신학학문을 논하면서 교회의 목회와 성장과 발전엔 별 도움이 되지 못하거나 심지어 방해가 되는 학문을 하고 있는 ‘교만한 지식인 집단’이라고 비판적으로 본다. 한편, 신학자들은 교회현장의 목회자들을 볼 때, 진정한 복음적 진리를 설교하거나 선교하기 보다는, 복음을 현실에 타협시키고, 양적성장을 도모하기 위하여 복음적 신학원리를 왜곡시키며, 성경본문과 동떨어진 설교를 ‘은혜설교, 영해설교’라고 견강부회하며, 교권으로 신학적 새로운 학설과 연구를 억압하는 ‘교권주의적 목회자 집단’이라고 불평한다. 이러한 양극단적 불신형태가 얼마나 죄적인 것임을 진정으로 반성하고 바른관계의 재설정을 확립해야 한국 기독교가 살 수 있다.
  원론적 고찰이지만, 신학이라는 학문의 본질과 기능에 대하여, 20세기 신학적 지성을 대표 할만한 카알 바르트(Karl Barth)와 폴 틸리히(Paul Tillich) 입을 통해서 다시 환기해보자. 바르트는 『교회교의학』제1권, 교의학의 과제에서 다음같이 말하고 있다.

  교의학은 신학적 훈련으로서 교회에 고유한, 하나님에 관한 말의 내용에 관해서
  그리스도교 교회가 수행하는 학문적인 자체검토이다. 칼 바르트 지음, 박순경 옮김, 『교회교의학』1/1. 27쪽 ( 대한 기독교서회, 2003)

위의 인용구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교의학은 그리스도교 교회가 수행하는 학문적인 자체검토라는 점이다. 어디 교회학 뿐이겠는가? 모든 신학활동은 비록 전문적인 신학자가 책임적으로 그 과제를 수행할 때라도, 그 신학적 집단은 교회의 일원으로서, 복음선포에 관련된 모든 선교내용을 교회공동체 자체의 자기성찰 행위로서, 교회가 수행하는 학문활동이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학이라는 학문은 ‘교회를 섬기는 종’이며, 교회의 선교내용이 복음의 진정성에 부합하는가를 스스로 깊이 성찰하고 검토하는 교회의 노력이라는 말이다.
   만약 교만한 신학자가 있어서, 자기를 교회밖에 내세우고, 제3자를 비판하듯이 교회를 비판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가 없는 것이다. 반대로, 목회현장의 교역자들과 교단의 실력자들이, 신학자들을 교회밖에 있는 지식인 집단들로 간주하고 신학자들의 신학적 발언을 남말 듣듯이 외면한다면 이것도 잘못된 것이다.
  다른한편, 20세기 최고의 변증신학자 폴 틸리히는 신학의 기능에 대하여 다음같이 말했다는 것을 세삼스럽게 회상해야 한다.

   신학은, 그리스도교 교회의 한 기능으로서, 교회의 필요에 봉사해야만 한다. 신학           체계는 두가지 기본적 요구를 충족시켜주어야 한다: 그리스도교 진리를 진술하는 일과      이 진리를 모든 새로운 세대를 위해서 재해석하는 기능이다. Paul Tillich, Systematic Theology, Three volumes(1951,1957,1963) in one. vol.1., p.3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67)

  변증신학자 폴 틸리히는, 신학은 교회의 기능이라는 점과 교회를 봉사하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바르트와 똑 같이 강조한다. 다만 그는 변증신학자답게, 좀더 구체적으로 교회를 봉사하는 두가지 기본적 과제를 말한다. 하나는, 기독교의 진리를 바르게 진술하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그 진리를 모든 새로운 세대를 위해서 재해석 해주는 일이다. 기독교 진리의 본질이 무엇이냐라는 것을 밝히는 것 자체가 해석학적 노력이 개입되는 과제이지만, 특히 복음이 살아있는 역동적 진리로서 사람들에게 ‘생명의 떡과 생수’로서 받아지려면 매 시대마다 ‘재해석’이라는 과제를 맡는다고 했다. 기독교진리의 재해석 과정에서 복음의 본질내용을 변질시켜서는 않된다. 그러나, 복음의 영원성을 지키려는 의도 때문에, 성경을 반복 복송하는 신학수준에 잡착하거나, 과거 특정시대에 형성된 신학체계와 내용을 불변적 진리처럼 고수하는 쉬운 방법은 신학하는 바른태도가 아니다.
  여하튼 한국기독교의 장래는 신학계와 목회현장의 괴리, 상호불신, 상호 몰이해를 극복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비록 세계 기독교계가 주목하리만큼 역동성과 급성장을 이루었다고 하지만, 내실을 드려다보면 세계 그리스도교 신학계가 이룩한 20세기 신학적 결실과 체험과 지혜를 아직도 거의 수용하고 있지 못하고, 위험시하는 보수성향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참으로 통탄하고 우려할 만 한 일이 아닐 수 없다.

4.2. 한국 신학계는 진보․보수교단을 불문하고, 20세기 세계신학계가 이룬 학문적 결실물인 건전한 성경의 역사비평적 연구(the historical-methodological criticism)를 수용하면서 동시에 복음주의적 신앙을 증언 할 수 있음을 한국 목회현장에 설득해야 한다.

한국기독교 신학계와 교계목회현장 사이의 상호불신과 괴리의 근본적 원인이 ‘성경비평학’에 대한 무책임한 과신과 극단적 ‘성경문자무오류설’ 사이의 갈등에 있음을 직시하고, 그 갈등의 골을 메꾸어야 21세기 한국 기독교는 새로운 질량적 도약을 기대 할 수 있다. 20세기 세계 신학계를 거시적으로 뒤돌아볼 때, 성서신학분야의 거대한 발전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한마디로 정반합 3단계 변증법적 운동을 했다. 1단계는 헤르만 궁켈(Herman Gunkel), M. 디벨리우스, 그리고 R. 불트만으로 대표되는 양식비평적 성경연구 단계이다. 제1단계 특징은 19세기 인본주의적 자유주의 신학을 극복하려는 20세기 초 ‘말씀의 신학’ 혹은 ‘케류그마 신학’의 신학정신을 공유하면서 1950년대 전반기까지 풍미 시기였다. 그 공헌에도 불구하고, 20세기 전반기 성서신학계의 양식비평은 오경연구에서나 역사적 예수에 관한 역사적 사실의 의미(relevance)를 결정적으로 약화시켰다. 제2단계는 E. 케제만( E.Kaesemann)을 중심으로한 소위 후기 불트만 학파학자들이, ‘역사적 예수연구’에 관해서 그들의 스승 불트만의 입장을 비판하고 ‘역사적 예수 연구’는 방법론적으로 가능하고, 기독교 신앙을 신학적으로 가현설(Docetism)의 위험에서 지키기 위해서 ‘역사적 예수 탐구’는 절대로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시기이다. 김창락, 「20세기 후반기의 신약신학」, 김진호편 『예수 르네상스: 역사의 예수연구의 새로운 지평』,제2장 참조(한국신학연구소, 1996)
제3단계는 20세기 후반 1980년대부터 미국에서 일어난 ‘성서문학회’의 한 전문분과로서 ‘역사적 예수분과’ 활동일환으로 구성된 ‘예수세미나’ 연구활동의 시기이다. 김창락의 앞에 소개한 논문은 20세기 후반기의 신약성서신학동향을 가장 명료하고 정확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외 ‘예수 세미나’에 참여한 125명의 전문학자들이 내놓은 결과물이 한국기독교연구소와 기독교서회에서 소장학자들에 의해 번역소개되었으나, 일부 연구하면서 목회하는 목회자들 이외는 주류목회현장에 받아드려지지 않고 있다. 예들면, 『예수는 누구인가』(죤 도미닉 크로산, 한인철 역); 『역사적 예수』(죤 도미닉 크로산, 김준우역); 『예수의 의미』(마커스 보그 & N. 톰라이트, 김준우역) ; 『예수운동: 그리스도교기원의 탐구』(조태연, 대한 기독교서회)
제3단계는 역사비평학적 방법이외에 종교사학, 문화인류학, 사회학의 방법론을 통전하면서 학제간 연구를 수행한다는 점이 눈에 두드러진다.
  신약학자 김창락이 적절하게 총체적으로 20세기 전후반기의 성서신학연구방법론의 공헌과 한계를 비평하고 있듯이, 전문학자들의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음같은 몇가지 이유들로 말미암아 한국에서는 신학계 성서연구와 목회현장에서의 성서강해사이엔 완전괴리현상이 발생하였고, 유명한 목사는 각각의 성서신학체계와 개인적 해석방법을 가지고 자기교회 교구신도들을 가르치고 있는 셈이다. 김창락이 바르게 지적한 바처럼, “성서를 학문적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연구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근본주의자들이, ‘역사비평적 방법론’에 반성서적, 반신앙적, 반교회적 경향성이 내제해있다고 판단하고 그것을 처음부터 전적으로 배격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김창락의 위 논문, 74쪽.

  첫째 이유는, 20세기 성서학계는 비록 19세기 인본적 자유주의 신학로선을 비판하고 나왔지만, 18세기 성서비평학을 태동시킨 계몽주의적 비판이성을 가지고 성경을 해부학적으로 비판연구한 남어지 성경이 갖는 영감성이나 세계내적인 인과법칙을 초월하여 일으키시는 하나님의 구원사역을 충분히 담보해내 못하였기에, 현장목회자들의 불신을 자초하였다.
  둘째 이유는, 역사비평이란 결국 신구약성경에 기록된 사건보도중에서 역사사실적으로 발생한 것을 교회의 신앙고백증언문서 들로부터 가려내자는 목적도 한가지인데,   그결과 극단적 회의주의와 상대주의에 빠져들 위험을 제공하였다. 예들면 역사적 예수의 선포와 기독교 케류그마 사이의 절대적 불연속성 같은 논지가 대표적이다. 그 결과, 목회현장은 아예 현대성서신학계의 연구동향을 전문학자들의 전문적 개인관심거리고 돌려버리게 되었다.
  셋째이유는, 진보적 교계에 보수적 교계가 지금쯤은 다함께 진지하게 힘을 합하여 스스로 질문할 일인데, ‘역사적 실재’란 무엇이며 인간의 역사이성은 방법론적으로 폐쇠적 역사주의(Historicism)나 근대 인과율적 세계관에 갇힌체, 학문적이라는 명분과 권위를 주장하면서   스스로의 제약성에 한정되어야 할 것인가의 물음이다. 쉽게말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사건은 ‘역사적 실재’이면서도 ‘역사과학적 방법론’을 가지고서 밝혀낼 수 없는 하나님의 창발적 초월차원이 있음을 인정한다면, 보수교계와 진보교계가 성서연구방법론을 원천적으로 외면하는 ‘반계몽적 독단’이나, 반대로 그 방법론에 스스로 제약당하는 ‘계몽주의적 이성의 교만’을 동시에 극복 할 수 있을 것이다.
   점점 교회 회중은 ‘계몽적 지성’과 ‘경건한 영감성’을 동시에 담보해주는 21세기 기독교 강단을 요구한다. 칼 바르트의 『로마서 주석』제1판 서문을 다함께 깊이 음미하는 자리가 한국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이 함께 설 오늘의 자리이다.

     성서연구에 있어서 역사-비평학적 방법(die historich-kritische Methode)은 자신의
     정당성을 지니고 있다: 즉 어느곳에서도 불필요한 것일 수 없는 바 이해를 위한
     준비를 그 방법이 지시하고 있다는데 있다. 그러나 만일 내가 역사-비평학적
     방법과 옛 영감론(die Inspirationslehre), 이 두가지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만
     할 입장에 서게된다면, 단연코 나는 후자를 골라잡을 할 것이다: 곧 이 성서영감론은        이해의 작업자체를 지시하기 때문이니, 이 작업이 무시되고서는 다른 모든 준비는 아        무런 가치가 없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양자택일의 궁지에 내가 처해있지 않음을
     기뻐한다. 그러나, 나의 전적인 관심은 사실적인 것( das Historische)을 관통하여
     영원한 정신, 곧 성서의 정신을 깊이 드려다 보는데 집중되어 있다. 칼 바르트 지음, 조남홍 옮김, 『로마서 강해』, 초판 서문, v (한들출판, 1997)
   K. Barth, Der Roemerbrief, 1. Aufl. Bern 1919, V. 여기에 인용한 번역문은 조남홍의 한글 번역본에서 중용하였다.

위 인용문에서 주목해야하는 것은, 바르트의 마지막 말이다. “나(바르트)의 전적인 관심은 사실적인 것(das Historische)을 관통하여 성서의 정신을 깊이 드려다 본다”는 말이다. 이런 말을 할 즈음, 비록 바르트가 역사적 사실성과 하나님의 계시사이의 절대적 질적차이를 강조하는 입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코 ‘사실적인 것’ 곧 역사적 사실을 관통하지 않고서 곧바로 성서적 진실세계에 도달하려는 영지주의적․ 몰역사적․ 역사부정적 입장을 지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성서신학연구에서 ‘역사비평적 연구방법’이 중요한 것은 경전본문 중 역사적 사실성에 직접닿는 부문과 신앙해석적 고백과 증언성격의 본문을 가려내자는 목적이 일차적이지만, 이론신학적 측면에서 보면 기독교신앙이 지닌 영성특징 곧 역사적종교로서의 본질을 상실하지 않도록 기독교 신앙을 지켜준다는 사실이다. 기독교신앙은 ‘역사로부터 구원’이 아니라 ‘역사를 관통하고, 역사를 넘어서서, 역사가 구원받는 궁극적 성취’를 ‘새 하늘과 새땅’의 비젼으로 신앙하기 때문이다.
1950년대 초, 신학교육과정에서 성서비평학을 소개하였다는 책임을 물어서, 당시 장로교 교단 교권이 김재준의 교수직과 목사직을 박탈한지 반세기가 더 지났다. 그 이후, 이미 한국 신학대학협의회 소속의 성서학자들이 공동으로 집필한 『구약성서개론』과 『신약성서개론』이 신학교 교재로 사용되기 시작지도 거의 반세기가 가깝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성서의 역사비평연구방법을 수용하는 교단과 문자영감론을 고집하는 교단사이의 괴리, 신학계와 목회현장의 불협화음이 상존한다는 것은 비극적인 것이다. 이 괴리는 하루속히 극복되어야만하고, 그때가서야 진실로 한국 기독교의 화해와 일치의 운동이 가속력을 얻게 될 것이다.

4.3. 신학안에서 전공분야 연구동향및 내용의 유기적 회통, 교파신학전통의 상호교류 및 소개를 통한 에큐메니칼 신학형성의 지평확대, 그리고 신학과 인접학문간의 학제간 연구의 증진이 절실히 요구됨.

한국 신학계가 회개해야 할 또하나 특기 할 점으로서 신학자들이 자기가 전공하는 전공분야에만 칩거하는 신학의 외소화, 자신이 소속한 교파신학에 함몰하고 신학도들에게 타교파신학의 특징을 소개하지 않는 편식적 태도, 그리고 신학과 타학문과의 대화를 소홀히 하는 신학의 고립화 문제를 극복하는 일이다.
헌재 한국 신학계는 한국신학학회에 등록된 전공분야들 만으로도 ‘구약성서신학회’를 비롯한 12개 전문학회가 있다. 학문의 발달과 전문화는 학문의 심화발전을 위해 필요불가결한 현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나친 전문화는 전체적이고 유기체적인 신학의 통전성을 상해하여, 본래목적 달성을 위태롭게 저해한다. 특히 모든 학문분야중에서도, 철학과 신학은 개별학문의 연구결과를 충분히 경청하면서 자신의 전문학문 시각에서 세계와 인간삶의 근원적이고도 총체적인 이해를 하도록 돕는데 있다. 현대 인문학의 위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철학과 신학이 각각 자기본래의 책임성을 잊어버리고, ‘전문적 학문성’이라는 상아탑 속에 안주함으로서 역동적이고도 열린 생명의 실재를 보지 못하도록 도리혀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정직하게 말하면, 같은 신학부 교수단에 소속하지만,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타전공분야의 최근 동향을 관심 갖지 않으면, 신학자 일지라도 다른 전공분야의 최근 동향을 전혀 알지못하고 이해하면서 따라가기 힘들다. 사실이 그럴진데, 목회현장에서 목회에 전념하는 목회자들에게, 신학 각 전공분야의 최근의 신학동향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책임추궁 할 수 있을가? 물론 한국기독교학회 종합논문집 『한국기독교신학논총』을 비롯한 각 전문학회지들이 있어서 그 나름대로 공헌을 하고 있다. 기독교학회 논문집을 각학회 전문 논문집의 간행현황을 일부 파악하면 다음 같다: 『한국기독교신학논총』(한국기독교학회, vol. 48); 『신학사상』(한국신학연구소, 136집); 『구약논단』(한국구약학회, 통권23집); 『신약논단』(한국신약학회, 13 vol.) ; 『한국교회사학학회지』(한국교회사학회, 통권제19집); 『한국기독교와 역사』(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제26호); 『조직신학논총』(한국조직신학회, 제7집); 『신학과 실천』(한국실천신학회, 13vol.); 『목회와 상담』(한국목회상담회, 제8호); 『한국여성신학』(한국여성신학자협의회, 제64호); 기독교교육전문월간지로서 『기독교교육』(2007년5월, 통452호); 한국문화신학회 논문엮음 단행본 통권7집등이 있다.

  신학분과 전문영역간의 유기적 소통문제만이 아니라, 교파신학의 극복도 큰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한국신학교육은 20세기 초 선교시작 때부터 구미 교파신학과 교파교단의 영향아래서 발달해왔기 때문에, 개신교 신학교육내용은 지극히 편식적이고 제한적이다. 장로교 신학자인 나의 경험을 예로 든다면, 감리교신학, 루터교신학, 침례교 신학, 오순절 신학, 성결교 신학 최근 기독교대한 성결교회100주년기념사업회 중요사업의 하나로서, 1200여페이지 분량의 『성결교회신학』을 출간한 것은 늦은감 있지만 참으로 경하할 일이다. 서울신학대학교 성경교회신학연구회편, 『성결교회신학』(기독교대한 성결교회출판부, 2007)
, 그리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로마 카토릭신학동향과 동방정교회 신학에 대하여 잘 모른다. 21세기 새로운 시대에서 에큐메니킬 정신에 입각하여 목회해야 할 목후보생들에게, 기성신학자들은 신학적 편식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형식적인 것 말고, 실질적인 교환교수 강의제, 타 신학교육 학점인정제, 교파간 합동신학포럼등을 많이 개설해야 할 것이다.
  교파신학간의 교류및 상호배움을 넘어서서, 21세기 신학은 이웃종교들의 정신적 전통유산속의 풍요로운 영성, 인문사회과학의 새로운 실재조명, 특히 자연과학이 제공하는 인간 및 우주자연에 관한 혁명적 기초지식에 상응하는 신학적 인간학과 교회론의 발전에 노력해야 한다. 신학은 교회의 선교에 봉사하는 전문적 학문이면서, 동시에 실재계 전체를 통전적으로 바라볼줄 아는 ‘포괄적 세계인식의 눈’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해야하는데, 현실은 신학의 사고지평이 너무 왜소해 졌고, 실용주의적 사고발상에 얽메어 있어서 ‘거대담론의 무의미성’이라고 부르짖는 포스트모던니즘 논리에 백기들고 항복한 형국이다.
  20세기 사상의 주류는 세계를 포괄적으로 이해하려는 인간지식의 한계를 운명적으로 받아드리고, 너무 쉽게 우주론적 형이상학을 포기하였다. 중세기적 ‘학문의 여왕으로서 신학’의 지위를 복권하자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러나, 전체를 전망하는 거시적 실재관없는 부분적 신학전문지식은 “장님이 코끼리 다리만지는 식”의 파편화된 지식전달을 목적으로하는 종교지식집단으로 전락시킨다.
철학적으로 말한다면, A.N. 화이트헤드가 바르게 갈파한 것 처럼, 형이상학은 구체적이고 특수한 개별과학적 진리의 명제들을 보다 전체적이고 유기체적이고 보편적인 실재관으로 이해하려는 꺼버릴수 없는 진리에의 열정에 기인한다. 문창옥, 『화이트헤드 철학 읽기』, 83-84쪽 (동과서, 2005)
개별자와 개별지식은 ‘순수 자족적 사실’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배경전체 구조와 바른관계 속에서 이해되고 존재한다. 계시적 학문인 신학도, 인간의 구원체험을   언어적 명제로 이야기 하려는 학문적 담론인 한, 타학문과의 상호배움과 통찰력 획득은 절대요청된다. 그러므로, 완결된 형이상학체계란 없는 것인줄 알지만 인간 경험과 지식의 현실태가 폭발적으로 급증하기 때문에, 21세기 신학은 타학문과의 보다 긴밀한 학제간 연구자세를 요청한다. 예들면, 인간의 뇌와 정신실재의 상호관계성․영혼의 불멸성과 창조적 과정성․죄의 경향성과 의지의 속박론․시간론과 영원성․ 인간의 언어성과 하나님의 말씀․이데올로기와 유토피아와와 종말론적 희망․ 집단윤리와 생태학적 윤리문제등등 신학은 전문적인 타학문과의 협조와 대화를 21세기 신학하기에서 절실히 요청하고 있다.

4.4. 21세기 한국신학계의 역점적 공동주제로서 주체적인 토착화된 신학형성, 생태여성신학적인 생명신학 모색, 평화와 정의를 입맞추게하는 선교신학의 모색, 그리고 자연과학과 대화를 추구하는 과학신학의 탐구에 공동관심을 가져야 함.

평양에 장로교 신학교가 세워진지(1901) 한세기가 더 지났고, 1960년대 이후 신학교육기관의 발전과 기독교출판사업의 발전은 하루가 다르게 서구신학의 학문적 유산을 한국교회에 소개하고 있다. 대표적인 한국 그리스도교 출판사들 예들면 주로 신학적 고전들과 역저들을 번역 출판해온 대한기독교서회, 분도출판사, 한국신학연구소, 한들출판사등과 출판사 이름을 거명하지 않는 출판인들의 공헌을 기억한다. 한국의 신학은 우리말과 글로서 이뤄지기 때문에, 서구신학 역저의 번역과 가치있는 논문들을 끊임없고 소개하는 일은 국제화시대에서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제 21세기엔 한국 신학계는 ‘번역신학과 서구신학 소개’단계를 넘어 좀더 주체적이고 한국적 삶 및 동아시아 문화토양에 뿌리를 내린 자생적 신학, 주체적 신학, 토착적 신학, 생명론적 신학형성에 힘써야 할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좁은 민족주의 의식에서가 아니라, 신학이 보다 구체적이고 생명적이 되려면, 신학행위가 수행되는 현실적 삶의 바탕조건과 요구를 외면해서는 않되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와 세계신학계가 요청하거나 기대하는 신학적 역점주제들로서 3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아래에서 제시하는 주제는 자신의 신학적 분과 전문영역이 무엇이든지간에 늘 염두에 두고 신학작업을 수행할만한 일이라고 본다.
  첫째, 21세기 한국신학계는 좀더 주체적인 토착화된 신학 곧 ‘우리신학’형성을 우리사회와 세계신학계로부터 요청받고 있다.
  선포되는 복음진리는 보편적이고 우주적이지만, 그 결실이 맺어지는 과정은 생명원리가 그렇듯이 항상 구체적이고 현재적이어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토착화된 보다 주체적 신학형성의 과제는 좁은 의미의 ‘문화신학’장르 만의 일이 아니다. 오늘날 ‘문화’는 복음을 수용하는 그릇같은 ‘용기’(容器)가 아니다. 개화기의 ‘동도서기론’(東道西器論)‘이나, 심지어 20세기 전반기 저명한 문화신학자 폴 틸리히가 갈파한 문화와 종교관계에 관한 고전적 명제 “종교는 문화의 실체(substance)이고, 문화란 종교의 형식(form)이다”는 명제를 다시 검토할 시대가 된 것이다. 최인식, 『예수와 문화』(예영컴뮤니케이션, 2007). 최근에 출판된 이 책은 ‘문화신학’ 장르의 신학적 기본원리를 다루는 의미있는 역저이다.

  그러한 이분법적 사고틀에는 장구한 서구철학의 실체론적 동일성 철학이 전제되어 있다. 그러나, 동양정신사에서와 과정적 유기체 실재관에 의하면 생명과 진리자체는 항상 창조적 발생과 열려진 전진 속에만 현실태로서 있다. 문화는 단순한 복음을 담아내는 그릇, 포장지, 형식, 고정된 틀이 아니다. '문화’는 살아 숨쉬고있는 생명체같은 것이어서, 자라고 꽃피고 새로운 요소를 흡수용해하여 자기의 자양분으로 삼아 열매맺는 사회공동체적 생명 그 자체이다. 그러므로, 문화속에 성육화(成肉化)되지 않는 복음이나 기독교진리란 진정한 의미에서 ‘생명의 떡과 생수’가 될 수 없다. 복음의 신학적 전개로서 주체적인 토착화된 신학형성에는 크게 두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정치신학적 토착화신학이요, 다른하나는 문화신학적 토착화 신학이다.
  이 분야에서 지난 1960년대 이후, 한국신학계는 전자의 태표적 형태로서 안병무, 서남동, 현영학,서광선, 김용복등으로 대표되는 민중신학운동이 있었고, 후자의 대표적 형태로서 함석헌, 윤성범, 유동식, 변선환등으로 대표되는 문화신학운동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 두 물줄기는 후학들에 의하여 면면이 이어가고 있다. 문제의 비극적 현실은 한국교계와 신학계 자체에서 이러한 창조적 선각자들의 노력과 업적을 상식이하의 폄훼적 언사로 매도하고 비판한다는 현실이다. 그들의 폄훼적 언어들로서 예들면, 용공적 좌파신학․인본적 자유주의 신학․종교혼합주의 신학 등이다. 한국과 동아시아에서 신학한다는 사람들이, 과연 제3세계의 정치사회현실을 외면하고 책임적 신학을 할수 있는가? 민족의 문제와 통일후 문제를 외면하고 정치없는 진공상태에서 신학 할 수도 없다. 한국신학연구소 편, 『한국민중신학의 전개』(한국신학연구소, 1990); 박순경,『민족통일과 기독교』(한길사, 1984); 손규태, 『세계화시대 기독교의 두 얼굴』(한울아카데미, 2007)

  동아시아문명의 정신문화 실체로서 우리조상들의 삶과 인격을 도야해온 대승불교, 주자학, 양명학, 노장사상, 풍류도등을 마치 아무것도 없는 ‘무주공산’(無主空山)인양하고 책임적 신학을 이 땅에서 할 수 있는가? 한국사회와 한국의 학계는 기독교 신학계에게 독단과 독선을 버리고 열린맘을 가지고 기독교신학이라는 학문을 할 수 없느냐고 촉구한다. 다석학회 엮음, 『다석강의』(현암사, 2006) ; 김흥호, 이정배 편, 『동양사상과 신학』(솔, 2002); 유동식, 『풍류도와 한국의 종교사상』(연세대출판부, 1997); 씨사상연구회 편, 『씨 생명 평화: 함석헌의 철학과 사상』(한길사, 2007) ; 유동식,『풍류도와 예술신학』(2006),『풍류도와 요한복음』(한들, 2007). 이정배, 『한국전위 토착신학의 연구』(대한기독교서회, 2003); 길희성,『보살예수: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창조적 만남』(현암사, 2004) ; 허호익, 『단군신화와 기독교』(대한기독교서회, 2003) ; 동서신학연구소 편, 『변선환신학 새로보기』( 대한기독교서회, 2005) ; 김흡영, 『道의 신학』(다산글방, 2000) ; 이은선,『유교, 기독교, 그리고 페미니즘』(지식산업사, 2003)

21세기 동아시아 공동체의 형성을 전망하면서, 한국 기독교는 ‘동아시아 문명사회’(A. 토인비)가 지구촌 다른 문명사회와 다른 독특한 특징을 지니면서도, 창조적 변화를 입도록하기 위해 복음의 촉매적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정치 경제적 힘 못지않게 기독교 복음이 지닌 ‘가루서말 속의 누룩’의 힘을 발휘해야 한다. 앞으로 형성될 ‘동아시아 문화공동체’의   핵심적 구성요소들는 한자문화 공통분모․ 대승불교와 유교문화 전통․사회주의 공동체 체험․그리고 기독교 요소가 될 것이다. 달리말하면, 기독교는 남어지 다른 요소들과의 긴밀한 대화와 배움없이 19세기 서구 기독교 선교전략으로서는 동아시아의 선교가 심층차원에서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둘째, 21세기 한국신학계는 생태여성신학적인 생명신학 형성에 주력해야 할 역사적 카이로스에 직면하고 있다.
  현재 지구촌의 최대과제는 자연파괴와 생태계위기로부터 ‘지구와 생명’을 지켜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보장하는 이론적․정책적 방도를 찾아내는 것이라는데 반대 할 사람은 없다. 자명한듯했던 ‘생명’이 시급한 중심화두가 되어버렸다. 따라서 ‘생명신학’의 형성은 신학자 역시 자기의 전공분야에 상관없이 신학활동의 내적동기와 열정이 되어야 한다.
생명신학이라는 어휘앞에 특별히 ‘생태여성신학적’ 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이유는, 생명신학의 담론을 여성신학이나 자연생태학 분야의 중심주제라는 뜻이 아니다. 대체로 20세기 후반부터 신학의 중심화두로 등장한 생태여성신학은 R.류터가 생태여성주의와 신학을 통섭적으로 대화시키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다양하게 분립되었던 여러 가지 전공영역 들 예들면, 역사비판적 문화이론․ 성서를 다른 시각으로 읽기․전통 교의에 대한 새로운 독해와 평가․ 해방신학적 변혁의지 수용․이웃종교와 대화․새로운 창조영성의 회복등이 통전적으로 다루어지기 때문이다. 다시말해서, 생태여성신학은 좁은 신학전공의 일거리가 아니라, 성서신학․이론신학․실천신학․문화인류학․종교사회학․영성신학등이 서로 아우르면서 논의되고 있다.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엮음, 『현대생태신학자의 신학과 윤리』(대한기독교서회, 2006) 참조. 이 논문집 안에는 15편의 논문이 편집되어있는데 , 그 중에서도 다음논문으 fcka조하였다: 「제이 맥다니엘의 생태신학연구」(이정배), 「샐리 맥페이그의 생태여성신학」(구미정), 「로즈마리 류터의 생태여성신학」(김애영), 「매튜 폭스의 창조영성과 우주 그리스도론」(박성용), 「위르겐 몰트만의 생태신학」(김도훈), 「도의 신학에서 본 생명과 생태」(김흡영), 「다석의 몸사상과 생태신학」(최인식), 「에코페미니즘, 세계화, 그리고 생명의 비젼」(전현식) ; 생태여성신학의 대두와 그 전개과정에 대하여. 구미정, 『생태여성주의와 기독교윤리』(한들출판사, 2005); Rosemary Radford Reuther, New Woman, New Earth: Sexist Ideologies and Human Liberation(Newyo가: Seabury Press,1975); 최만자, 『여성의 삶, 그리고 신학』(대한기독교서회, 2005) ; 김균진, 『생태학의 위기와 신학』(대한기독교서회, 1991)참조. J. 몰트만 (김균진 옮김), 『창조 안에 계신 하나님』(한국신학연구소, 1987); J.몰트만(김균진옮김), 『생명의 영』(대한기독교서회, 1992) ; 이정배, 『한국적 생명신학』(도서출판 감신, 1996) ; 박재순, 『한국생명신학의 모색』(한국신학연구소, 2000)등 참조.

    생태여성신학적 생명신학 형성에서 특히 중요한 쟁점은 결국 창조주․인간․자연과의 삼중적 관계성 정립을 새롭게 이해하는 일이다. 특히 삼위일체론적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실체론적 초월적 유신론(transcendent theism)이나 내재적 범신론(immanent pantheism)과 합리적 이신론(rational deism)등이 모두 비성서적 신관임을 재삼 확인하고 “만유 위에 계시고, 만유를 통해 일하시고, 만유 안에 계시는 한분 하나님”(엡4:6)을 바르게 다시 고백하는 일이 중요하다. 신론이 제대로 다시 바르게 정립될 때, 역사적 실재와 자연적 실재를 구별했던 이분법이 극복되고, 속죄론의 준비단계로만 이해하던 성육신 신앙교리의 재해석, 대지․몸․현재를 중시하는 창조영성의 회복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장회익의 ‘온생명론’은 지구자연 속에서 인간의 위치를 재정위 함에 있어 근대산업사회의 ‘청지기 모델’을 극복하고, 보다 적극적인 ‘유기체적 중추신경모델’로의 대치가 가능해 진다. 장회익, 『삶과 온생명: 새 과학문화의 모색』(도서출판 솔, 1998)

  셋째, 21세기 한국 신학계는 자연과학적 실재관과 신학적 실재관과의 대화와 통전적 이해에 힘씀으로써, 종교를 멸시하는 21세기 젊은이들에게 기독교진리를 변증하여 신앙을 되찾게 해야 한다.
  20세기가 사회과학의 시대라한다면, 21세기는 명실공히 자연과학의 시대이다. 20세기는 1, 2차대전을 비롯하여 베트남․한국․중동전쟁을 비롯한 지역분쟁을 겪었다. 사회주의 혁명을 거쳐 사회주의 국가사회의 발생과 쇠퇴를 경험하였고, 제3세계의 해방운동과 여성해방운동과 생태계 위기를 직면하였다. 정치경제적으로 그 타당성을 논외로 부치고 ‘세계화’가 진행중이다. 그러나, 21세기는 자연과학의 시대가 더 확실하게 열릴 것이다. 20세기에 양자물리학을 비롯한 분자생물학과 천체물리학등 이론적 과학혁명시대를 거쳐 21세기는 기술공학적 과학혁명이 눈부시게 진행되고 있다. 소위 전자정보기술혁명․ 생명공학혁명 ․나노기술을 활용한 사이보그 의학혁명․우주비행기술 실현등 하루도 기술과학혁명의 도움없이 생활이 지탱되지 않는다.
  이러한 문명사회의 패러다임전환을 직시하고, 한국신학계는 ‘과학신학’의 탐구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일찍이 이안 바버는 ‘종교와 과학’의 상호관계모델을 4가지로 분류해서 설명하고 역사적 사례를 들어 설득력있게 소개하였다. Ian G. Barbour 지음( 이철우 옮김), 『과학이 종교를 만날 때』(김영사, 2002)
이안 바버는 4가지 모델을 각각 갈등이론, 독립이론, 대화이론, 통합이론으로 명명했다. 소위 ‘보수적 복음주의 교회’임을 자처하는 신학자 ․목회자․신도들은 위의 4가지모델중 어느모델을 지지할 것인가? 정확한 조사통계자료는 없다. 그러나, 갈등이론과 독립이론이 대부분이고, 대화이론과 통합이론은 극소수라고 판단된다.
  한국 기독교에서 신학적으로 그 정체성이 모호한 단어중 하나가 ‘보수적 복음주의 교회’라는 단어이다. 이 어휘는 특히 ‘복음주의적’이라는 어휘가 영미와 유럽대륙에서 갖는의미가 서로 다른데서 오는 혼란이 그 모호성을 증폭시킨다. ‘보수적 복음주의 교단’의 신학자나 목회자에게 ‘근본주의 신학’을 지지하느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대답한다. 근본주의 신학은 20세기 초기 미국 극보수장로교단이나 화란의 극단주의적 장로교파를 말한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20세기초 미국의 근본주의 신학운동과 복음주의 운동과 오순절성령운동사이엔 몇가지 공통분모가 있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못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요소가, 성경연구의 역사비평을 거절하는 ‘성서무오영감설’ 강조이며, 다른 하나가 유럽의 자연과학 사조 특히 ‘진화론’에 대한 반대이다.
  성서비평학과 진화론은 인류문명사 과정에서 ‘계몽주의적 합리주의 정신’에서 발생한 두 자녀이기 때문에, ‘보수적 복음주의 신앙전통’은 ‘계몽주의 시대정신’을 반종교적, 무신론적, 유물론적, 비기독교적 운동이라고 의심의 눈으로 본다. 이러한 신학적 계보학을 가지기 때문에, 한국 기독교는 기독교와 한국문화사이의 갈등으로서 ‘문화적 정체성 혼란’을 겪는 것 못지않게,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학교에서 베우는 자연과학적 진리와 교회에서 배우는 기독교교리적 진리사이에 혼란과 갈등을 유발시킨다. 그결과, 지성과 신앙은   갈등관계로 빠지고, 독단적이거나 반계몽주의적 신앙이 ‘믿음깊음’이라고 격려받는 반지성적 신앙인을 양산하게 된다. 똑똑한 젊은이들은 중세기적 교회의 가르침에 실망하고 교회를 떠나기도 한다.
  물론, 신학이나 신앙적 진리가 자연과학의 검사대를 통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지성적 신앙인들은 이안바버가 제시한 ‘독립이론’의 범주에 자리잡고 신앙생활을 함으로서, 별문제없이 지날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진화론을 부정하면서 기독교 신학이 견딜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분자생물학의 이론과 의학기술로 인하여 몸․심리적 메카니즘․영혼의 영감과 비젼․인간본성이해등이 서로 영향받는다는 각종 연구사례는 윤리적․신학적 문제를 유발시키기도 한다. 신학이 자연과학의 도전에 대하여 ‘독립이론’의 안전항구에 도피처를 구하고 있는동안, 물질주의적 환원론에 입각한 자연과학자들은 신이나 영혼이나 종교의 의미를 극소화시키는 논리를 전개시키고, 지식인계층을 파고든다. 대표적인 물질주의적 환원주의 실제관에 근거한 ‘통섭’이론을 전개하는 학자로서 에드워드 윌손을 예로서 거명할 수 있다. Edward O. Wilson(이한음 옮김), 『인간본성에 대하여』(사이언스 북, 2000); Edward O. Wilson(최재천, 장대익 옮김), 『통섭: 지식의 대통합』(사이언스 북, 2005)

이러한 실재관의 전환기에, 한국 기독교 신학계에도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과학신학’영역을 개척하는 신학자들의 노력이 있음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김용준, 『과학과 종교사이에서』(돌베개, 2005) ; 김흡영, 『현대과학과 그리스도교』(대한 기독교서회, 2006) ; 이정배, 『기독교 자연신학』(대한 기독교서회, 2005) ; 강성열, 『기독교 신앙과 카오스 이론』(대한 기독교서회, 2005) ; 테드 피터스 엮음(깁흡영 외 곧동 옮김), 『과학과 종교: 새로운 공명』(동연, 2002)

   21세기는 종교문화에 새로운 바람이 불 것이다. 그 바람은 갈릴리 복음을 더욱더 사랑하고 그리워 하는 ‘생각하는 성숙한 평신도들’이 점점 깨어나고 증가해 갈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기독교가 전통적 교리의 답습이나, 전통신학이 취했던 ‘종교와 과학’의 갈등이론이나 독립이론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섣부른 통전이나 ‘과학적 설교’ 또한 원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한국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이 ‘설교’와 ‘신학’의 본직에 성실하되, 최소한 과학적 지성․예술적 감성․종교적 영성을 조화롭게 갖춘 인격에서 솟구쳐 나오는 설교와 신학적 글을 기다릴 것이다. 과학자․예술가․신비가를 통전한듯한 ‘전일적 복음’을 기다릴 것이다. 한국 신학계는 그 점에 준비를 게을리 말고, 과학신학의 모색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2007.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