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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붕괴와 신학적 응답(한국교회환경연구소, 이대학문관, 2009년 4월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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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붕괴와 신학적 응답
- 지난 25년 한국신학계의 자연․생태신학 탐구의 지형도와 오늘의 과제-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 문화신학)

1. 들어가는 말

이 글은‘기후붕괴와 신앙적 응답’이라는 주제로 모이는 이번 학술모임에서, 지난 25년간 한국 신학계의 동향중 특히 자연․생태신학적 담론의 추이가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가를 조직신학 분야를 중심으로 살피고, 향후과제를 제시하려는 것이다.
  지난 25년간을 시간대로서 한정하는 것은  한국 신학계와 교계가 자연․생태문제에 대하여 의식을 가지고 대응하기 시작한 시기가 대체로 1980년대 중반부터이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의 신학계, 특히 조직신학분야에서 본격적으로  자연․생태신학이 신학교육현장에 등장한 해를  율겐 몰트만의 신학여정에서  획기적 전회의 저서  『Gott in der Schoepfung: Oekologische Schoepfungslehre』(1985. Chr. Kaiser Verlag)이 김균진교수의 수고로 비독일권 영역에서 비교적 가장 빠르게 『창조 안에 계신 하느님』(1987. 한국신학연구소)으로 출판된시기로 잡고싶다.
‘기후붕괴’라는 다소 래디칼한 표현으로 들리는 어휘는 자연․생태계 위기의 현상들 중에서 대중이 가장 피부로 민감하게 여겨지는 이상기후 현상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경고를 위한 과장표현이 아니다. 자연질서 파괴및 교란이 특히 기후변화면에서 ‘양성피드백’(positive feedback)'의 악순환 현상을 나타내면서 어떤 임계점에 이를 땐, 온도상승추세는 돌이킬 수 없는 시점에 이르게된다. 그 땐 지구환경붕괴가  ‘상승작용’(synergism)을 일으키면서 가속화되어,  자연질서 회복이나 치유 시간여유가 전혀없이 갑작스런 생태계의 총체적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을 지시하는 어휘이다. Sallie McFague, 『New Climate for Theology: God, the World, and Global Warming』(Fortress Press, 2008). 이 책 제 1장에서 저자는 ‘기후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 Panel on Climate Change)의 지구 기후변화와 생태계 붕괴 현황에 대한 최근자료를 풍부하게 인용하고 있다. 이 최근의 저술물을 김준우박사의 수고를 힘입어 『기후변화와 신학의 재구성』(한국기독교얀구소, 2009)이라는 책명으로 한국에 소개된 것 자체가 이 기후문제의 시급성을 웅변적으로 말한다.

  이 글의 목적은 자연생태계 파괴의 심각한 현황을 다시 소개하거나, 전문가들의 견해를 전달하려는데 있지 않다. IPCC(International Panel on Climate Change)의 2007-2008년 평가보고서 및 세계 권위있는 환경단체의 연구보고에 의하면, 기후온난화로 인한  가뭄, 기아, 홍수, 질병, 경작지감소등의 심각한 문제는 인류문명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시급한 일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구환경파괴 임계점 이하로 줄여서 향후 지구온도 상승을 50년동안 섭씨 2도 이하로 제한시키는 일과, 당장 선진공업국의 환경파괴로 고난을 겪는 제3세게 사람들의 식량공급, 물부족, 질병예방, 친환경산업기술의 교육이 필요하다. Sallie McFague, 『기후변화와 신학의 재구성 』, 24-37쪽, 286-287쪽 참조.
 오늘날 전세계의 정치,경제,사회,문화, 그리고 마침네  신학분야에서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인류사회’를 가능하게 만드는데 어떤 지혜와 실천이 필요한가에 대한  담론중, 세계 기독교계 동향과 특히 한국 신학계의 동향을 총체적으로 파악하려는데 있다.  한국조직신학분야에서 자연․생태신학의 지형도 혹은  해류분포도를 작성해보고 보다 효과적인 자연․생태신학적 운동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자기성찰에 이글의 초점을 맞춘다. 이 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다음같이 몇가지 분야를 좀더 세밀하게 나누어 살피고자 한다.
   (i) 서구 자연․생태신학의 대두와 한국신학계에로 소개
   (ii) 자연신학 및 생태신학의 철학적․신학적 기초로서 과정사상의 영향
   (iii) 세계신학계에서 생태여성신학의 대두와 한국 기독교의  응답
   (iv) 한국 그리스도인들의 자연․생태신학적 담론들
   (v)  한국교회의 과제
   

2.  자연․생태신학에로의 신학적 패러다임의 전환과 한국신학계에로 소개

 1980년대 세계 신학계의  동향으로서는 제3세계 신학운동으로서 해방신학․민중신학․여성신학․오순절 신학운동이 1970년대의 열기를 이어갔다. 그렇지만,  가장중요한 신학운동으로는 죤 도미닉 크로산과 로버트 펑크가 주도한의 ‘예수 세미나’운동, 기라성같은 세계적 여성신학자들 활동이 돋보인 ‘여성신학운동’ 그리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종교간의 대화와 협력을 이슈로하는 ‘종교문화신학’이 꼽힐  것이다.
  서구신학의 본 고장이라고 말  할수 있는  유럽신학계 한 복판에서도 1980년대에, 특히 조직신학 부문에서, 조용한 혁명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 결실의  대표적 작품으로서 율겐 몰트만의 『창조안에 계신 하느님』(Moltmann, 1985)이 상징적으로 신학사에서 자리잡고 있다. 이 책의 부제목이 『생태학적 창조론』이었다는 것은 여러가지를 의미한다.
 첫째, 신학의 중심주제가 ‘하나님의 인식’문제 및  현대적 그리스도론에 뿌리를 둔  ‘해방의 정치신학’으로부터 성령론적 생명신학, 신자연신학, 그리고 창조신학에로 옮겨갔다. ‘생태학적 창조론’이라는 말 자체가 매우 생경하고도 신선하게 들려왔다. 인간 내면성과 하나님의 초월성이라는 양극을 잇는 수직관계형 개인적 영성이, 창조세계를 살리고 지탱하시는 생명의 영에 응답하는 생태학적 영성으로 수평관계형의 생명신학이 주관심 화두가 되었다.
 둘째, 인간의 영혼이 그 소외적 실존상황과 육체적 타락상태로부터 구원받는다는  방향, 다시말해서 인간 영혼이 ‘썩어질 육체와 이 세계 및 덧없는 역사로부터 구원받는다’는 영지주의적 구원론 신학이  비판적으로 검토되었다. 그리고, 히브리적 창조긍정과 자연에 충만한 하나님의 영광을 노래하는 창조신앙으로 전환해갔다. ‘지구자연과 역사의 구원’이라는 생각에로 구원론이 방향잡으면서  지구 몸, 다른 피조물, 그리고 인간 삼자의 상호유기적인 연대성이 강렬하게 자각되었다.
 셋째, 따라서 성경 경전말씀과 교회에 갇혀있었던 성령이, 교회와 성경의 울타리를 넘어서 전창조 지평으로 그 생명활동 영역이  확대되어 갔다.  에큐메네(Oekumene)신학이 글자 그대로 생명체가 살아가는 전 지구의 살림신학으로 자각되었다.  날마다 발전하는 자연과학과 신학이 대화하면서 정태적 -기계론적 자연관을 극복하여갔다. 창조계는  다차원적 실재(a multi-dimensional Reality)이며, 새로움이 창발되는 새로움의 바다이며,  4차원의 세계에 갇혀있는 현재인간의 사고구조로서는 포촉되지 않는 실재의 차원도 존재한다는 개방적 실재관을 수용 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의 신학자들중에는 율겐 몰트만의 우수한 제자들이  많은지라, 몰트만의 그 책과 조금 뒤에 출판된 『생명의 영: 총체적 성령론』(1991)이 김균진 교수에 의하여 대한 기독교서회에서 출판되었(1992)고 그의 기독교적 종말론 『오시는 하나님』이 김명룡교수에 의해 독어판과  거의 같은 시기에 번역되어 나왔다(1997). 필자가 정년 은퇴(2005) 하기전(한신대)  조직신학 세미나에서  위에 언급한 책들을 가지고 학생들과 공부하면서, 1970-80년대 초기까지 세계진보적 신학계의 분위기 곧 그리스도중심적․구원사 중심적․복음의 해방신학적 지향성과 다른 분위기를 만끽하면서 21세기 세계신학계의 풍향을  충분히 감지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유럽신학계의 풍향변화가 한국 신학계 전반과 한국 교계에 얼마나 반영되고 창조적 목회사역에 까지 영향을 미쳤는지 그 평가에 대하여는 매우 부정적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칼빈주의가 강하다는 한국교계에서 몰트만은 칼빈의 다음과  같은 말의 인용을 할지라도 기존태도 변화를 촉매하는 점에서 볼 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성령은 어디에나 임재하여 모든 것을 유지하고 양육하며 살게한다”(Institute. I.13.14.).
  한국 개혁교회 신학과 교회들은  성령의 활동영역을 성경과 교회 안에서 주로 활동하시는 영으로서 제한시키고 있다. 구원론은 여전히 개인영혼이 천국에 들어가는 것으로 이해되고, 자연은 인간 지배와 활용의 선물로서 이해되고 설교되고 있다. 몰트만의 종말론은  창조세계의 대파국적 폐기를 말하지 않고 역사와 자연의 새로운 변혁과 변화에 있음을 강조하였지만, 한국교회중 몰트만 교수를 초청한 순복음교회 목회자들과 신도들이  그의 견해와 상관없는 우주적 대파멸을 강조하는 정통적 종말론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한국 신학계와 목회자들과 신도들이 율겐 몰트만 교수를 건전한 ‘보수적 진보주의 신학자’ 혹은 ‘정통적 진보주의 신학자’로서 자리매김 한다면, 앞서 말한 그의 신학여정의 후반기 신학작품을 성실하게 검토하여 소화 흡수하면 한국교회를 젊은 현대교회로 개혁할 수 있으련만, 그를 초빙한 ‘하나님의 성회’ 교단의 초청의도가 어디에 있었는지 심히 의심될 뿐이다. 세계 신학계는 몰트만의 1980년대 이후 출판된 신학적 경향보다 더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중인데, 한국 기독교계  대부분 지도자들은,  몰트만의 신학적 입장마져도 포용하지 않고 신학적으로는 1950년대 수준을 넘어가지 않으려고 신학적 태만과 목회적 기만(?)을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3. 자연․생태신학 발전의 기반으로서 과정사상이 현대신학에 끼친 영향

 20세기 후반기는 분명히 1960년을 전환점으로 하여 20세기 전후반 신학적 분위기가 확연하게 달라졌다. 20세기 신학의 거성들 칼 바르트, 루돌프 불트만, 폴 틸리히, 폰 라드, 라인홀드니버, 에밀 부룬너, 칼 라너, 본 훼퍼의 신학적 영향과 공헌은 여전히 그리스도교 교회를 풍성하게 하는데 도움을 주고있지만, 신학적 풍향계가 달라진 것이다.  신학이 영위되는 삶의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영원한 신학체계란 없다는 것, 모든 좋은 신학은 철저히 시대상황 속에서 기독교 진리와 인간상황과의 진지한 씨름에서부터 탄생된다는 진리가 다시금 확인되었다.
 20세기 후반기는 문화지성사 측면에서 보면 소위 말하는 포스트모던시대이다. 삶과 사유체계에 있어서 다양성, 차이와 개성의 존중, 변화와 생성의 강조, 상대성과 모호성을 감내하는 존재에로의 용기, 실체론적 실재관 보다는 관계론적 실재관,  일방적 정보나 소통이 아닌 쌍방 소통과 참여가 강조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러한 시대 문명사적  흐름 속에서 신학계는 하나님과 창조세계와의 관계,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해명하는데 있어서 ‘과정사상’이라고 부르는 알프레드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및 떼이야를 샤르뎅의 진화론적 우주적 그리스도론이 신학계에 큰 영향을 직간접으로 끼치게 되었다.
 앞에서 언급한  유럽정통신학 계보를 이어간  몰트만의 후기 조직신학 저서 속에서도 과정사상적 요소는 많이 수용되어 있고,  특히 생태여성신학자들의 중요저서들 속에서는 과정사상의 영향이 거의 압도적이라 할만큼 크게 영향받고 있다. 그 이유를 몇가지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을 것이다.
 첫째, 과정사상은 20세기 자연과학의 연구결과를 충분히 고려하면서 철학적 신학적 담론을 재구성한 사상체계인 것이다. 그러므로, 신학담론의 주제가 자연신학, 창조신학, 여성신학, 생태신학, 치유와 돌봄을 강조하는 생태학적 영성신학이 언급되는 곳에서는,  현대자연과학의 기초위에 세워진 과정사상으로부터  풍부한 영감과 도움을 받기 때문이다.
 둘째, 과정사상은 물질/정신의 이원론적 실재관을 부정하고 ‘현실재’(actual entities/ 화이트헤드)라고 부르던 ‘우주적 기본소’(universal stuff/ 떼이야르 샤르뎅)라고 부르던,  그 근원실재가 어떻게 구조적으로 관계되고 창발되느냐의 현상적 모습이라고 본다. 따라서 기계론적 실재관은 무너지고 삼라만물이 유기체적인 창발적 과정속에  있다고 보기 때문에, 자연신학․ 창조신학․생태여성신학등에 무한한 영감과 풍부함을 제공할 수 있다.
 셋째, 과정사상이 20세기 후반 전위신학들에게 주는 영향은 무엇보다도 신관의 재정립에 새로운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생태자연신학의 담론이나 새로운 창조신학 담론에서 가장 본질적 문제는 창조주와 창조세계, 인간과 자연계의 관계정립을 새롭게 재정립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화이트헤드의 과정사상은  정통기독교 신학이 지녔던 군주론적․ 가부장적․도덕률의 일방적 계시자로서 신관을 고대 특정시대의 문화적 사유체계의 잔재물이라고 판단하고 그것의 초극지양을 주장한다.  대체로 거칠게 말한다면 정통적 기독교 신관의 초월적 유신론과 동양종교일반이 지지하는 범신론적 신관을 동시에 초극하여 범재신론(Panentheism)을 제시한디. 신과 세계관계는  동반자적 관계이며 상관관계적이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유기체적 관계로서 창조적 진화 몸통에 핀 꽃이다. Alfred N. Whitehead, 『Process and Reality』p.348( The Macmillan Company,1929); Teilhard de Chardin, 『The Phenomenon of Man』, p.61 (Harper & Row, 1965); 『Man's place in Nature』, p.31.

 
  과정사상이 한국 기독교 신학계에 소개되기는 떼이야르 샤르뎅의 사상은 서남동교수를 통하여 1960년대 후반 소개되었다. 서남동,『전환시대의 신학』, 제7부 자연․생태학, 제8부 과학장을 참조(함국신학연구소, 1976)
그러나, 화이트헤드 과정사상의 소개는 한국철학계에 과정철학회가 조직되어 여러 가지 중요저서들과 연구전문학술지가 나오면서 활발하게 소개되었다. 신학계에서는 류기종교수와 김상일 교수에 의해서, 화이트헤드 저서일부와 화이트헤드과정신학을 체계화한 클레어몬트 죤 캅교수의 『자연신학』이 번역되면서 본격화되어 갔다. 1980년대 화이트헤드 과정사상과 기독교신학과의 만남대화를 나타내는 논문집으로서 아래책이 있다. 김경재․김상일 편, 『과정철학과 과정신학』(전망사, 1988); 죤캅․데이비드 그리핀 공저, 류기종 옮김, 『과정신학』(도서출판 열림, 1993)

  그런데, 문제는 율겐 몰트만의 1980년대 후반기 신학저술이 한국 기독교계 일반에 충분히 받아드려지지 않고, 더욱이 목회일선에서는 대부분 보수적 교회지도자들에 의하여 이단적 신신학 운동쯤으로 치부되듯이, 과정사상은 아직도 한국 신학계나 목회현장에 뿌리내리기엔 1세대(30년) 이상의 세월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만큼, 갈길은 먼데 날은 이미 어둡단 말이고, 자연생태계 위기를 돌파하려면 신학적 사고방식의 근본변화가 동반되어야 하는데, 한국 교계를 지배하는 일반적 경향은 17세기 개신교 정통주의가 지배하는 형국이란 현실을 직시해 하겠다.  무엇보다도, 한국 기독교계로 하여금 변화하는 세계적 신학경향성 특히 과정신학적 발달을 거부하도록 하는 족쇄는 근본주의 신학의 영향을 받은 성경무오영감설이며, 잘못된 성경 문자적 권위주의 때문이다. 챨스 다윈의 『종의 기원』 출판 150주년 기념행사들이 세상 한복판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아직도 교계 지도자라고 하는 분들이 진화론은 곧 유물론이요 무신론이라고 공중파 TV에 나와서 등식화하는  독단적 몽매주의에 사로잡혀있다.
  다행히  교계의 반과학주의와 반지성적 독단적 신앙행태를  극복하고자, 선구자적 신학자들과 기독교 출판사에서 현대자연과학과 기독교신앙과의 새로운 관계정립을 모색한 출판물을 계속 내놓고 있는 것은 참으로 희망을 갖게하는 다행한 일이다.  예들면, 대한 기독교출판사에서 기획시리즈로 출판하고 있는 다음같은 책들이 있다. 김성열 지음, 『기독교신앙과 카오스 이론』(2005); 이정배지음, 『기독교와 자연신학』(2005); 김균진․신준호 공저, 『기독교 신학과 자연과학의 대화』(2004); 한국조직신학회 엮음, 『과학과 신학의 대화』(2003); 몰트만 저, 김균진 역,『과학과 지혜』(2003); 김흡영지음, 『현대과학과 그리스도교』(2006); 김균진 지음, 『생태학의 위기와 신학』(1991).
특히 한국교회환경연구소가 엮어 발간한 『현대 생태신학자의 신학과 윤리』는 매우 돋보이는 기획출판물이라고 여겨진다.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엮음, 『현대 생태신학자의 신학과 윤리』,(대한 기독교서회, 2006).


4. 세계 신학계에서 생태여성신학의 대두와  한국 기독교의 응답

 1980년대 이후 세계신학계의 창조적 활동중에서 생태여성신학의 대두는 신학사에서 아마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생태여성신학’(Ecofemisist Theology) 이라는  어휘자체가 그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신학자들, 진보적 교회여성운동가들, 생태환경운동가들, 그리고 일부 진보적 남성신학자들에겐 귀에 익은중요한 주제어가 되었다. 그렇지만, 진보적 신앙그룹 밖에서는 생태여성신학이란  유행신학중 하나를 지적하는 어휘이거나  뜻이 분명하지 않은체 모호한 개념어로 회자되면서 배척해야하고 경계해야할 인본주의 신학 일종이라고 매도되고  있다. 왜냐하면, 그 단어자체가 <생태학 ․ 여성학 ․ 신학> 세가지 학문의 통전적 표현이고, ‘생태학’ 한가지만을 이해하려고 해도  지질학, 고생물학, 기상학, 생물학등 전문분야의 영역이 관계되기기 때문이다.
 에른스트 핵켈의 고전적 정의에 의하면 생태학(ecology)은 “생명체와 그것의 환경사이의 관계에 관한 연구”이다. 여성학(Feminism)은 사회의 공공적 삶의 주체로서 살지못하도록 여성을 주변부에 자리매김시켜 열등한 인간계층으로 몰아가고 규정하는 문화적․사회경제적 전통과 체계에 대한 저항적 비판학문이다. 김애영, “로즈마리 류터의 생태여성신학”, 『현대생태신학자의 신학과윤리』,139-141쪽에서 중인용.(대한 기독교서회, 2006)
신학(Theology)이란 창조주 하나님과 피조세계의 관계 및 구원에 관한 학문적 담론이다. 이 세가지 영역을 하나의 단어로 묶어내는 공통분모적인 상징적 개념들은  압축하면 6가지인데 출산 ․ 양육 ․ 자기희생 ․고난 ․ 치유 ․소생 이 그것들이다. 생태여성신학이란 통합적 학문영역이자, 고도의 은유와 상징을 매개로하는 학제간 연구분야이다.
  오늘의 주제와 관련하여 우리는 기라성같은 외국의 생태여선학자들 중에서 로즈마리 류터와 샐리 맥페이그 두 학자의 견해를 일별하고 그 사상이 한국 기독교에 끼치고 있는 영향과 응답을 논하려 한다. 그 두 학자를 택하는 이유는,   두 분이 모두 조직신학자로서 여성신학을 하는 분들이고, 그들의 중요한 저술물들의 일부가 우리말로 번역되었고, 한국 여성신학자들이 깊이 연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Rosemary Radford Ruether, 전현식 옮김, 『가이아와 하느님: 지구치유를 위한 생태 여성학적 신학』(이화여대 출판부, 2000); Sallie McFague, 정애성 옮김, 『은유신학: 종교언어와 하느님 모델』(다산글방, 2001); Sallie McFague, 김준우 옮김, 『기후변화와 신학의 재구성』(한국기독교연구소, 2009). 류터와 맥페이그에 관한 연구논문은 한국 여성신학자들에 의해 많이 발표되었지만, 김애영과 구미정의 다음 논문을 대표적으로 소개한다.
  김애영, 「로즈마리 류터의 생태여성신학」, 한국교회 환경연구소 엮음,『현대 생태신학자의 신학과 윤리』, 127-153쪽 (대한 기독교서회, 2006); 구미정, 「샐리 맥페이그의 생태여성신학」,   논문집 『현대 생태신학자의 신학가 윤리』, 77-102쪽.

  R.류터나  S.맥페이그 두분 모두가 전통적 기독교신학 문제점 특히 신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오늘 지구의 생태계 위험의 발단과 가속화에 직간접적 책임이 정통기독교에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두사람은 여전히 기독교 조직신학자이면서 여성신학자이기 때문에  기독교신앙과 신학의 수원지 같은 두가지 전통 ‘계약전통’과 ‘성례전 전통’을 다시주목하고 재해석해야 할 것으로 본다. 두 전통은 상호보완적이지만,  류터의 생태여성신학에서는 ‘계약전통’의 중요성이 더 강조되고, 멕페이그의 생태여성신학에서는 ‘성례전 전통’이 더 강조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류터의 말을 경청해보자:

  내가 보기에 이 두가지 전통들(covenental tradition and sacramenatal tradition)은 대안적이기보다는 상호보완적인 것 같다. 한 전통(계약전통)은 법과 윤리적 책임의 관점에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  그리고 인간의 상호관계를 형성한다. 또 하나의 전통(성례전 전통)은 우주안에 체현(體現) 되는 신성을 신비적으로 경험하면서, 우리를 친밀한 관계로 부른다. 로즈마리 류터, 『가이아와 하느님』, 서론.23쪽.


  위의 인용문이 중요한 것은 생태학적 신학이나 영성운동 및 환경운동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명심해야할 점을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인간존재가 깊게 물질화되고 법질서적으로 체계화된 힘의 구조속에 존재하는 정치경제적 존재이며, 동시에 지구 몸의  유기체적 생체시스템의 일부라는 것과,  기독교가 말하는 신의 성육신사건 안에서 신성의 충만한 영광과 새로움을 창조안에서 맛보는 영성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생태학적 영성의 각성운동과 개인의 회개운동만으로는 변화가 불가능하지만, 동시에 회개운동 없이 사회구조적 혁명이나 경제정의 확립운동만으로는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생태시스템로서의 지구생명’의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깨달음을 확철토록 한다. 무한경쟁과 소비를 당연하게 알았던 생태적 수치심에 동반하는 개인적 공동체적 회개(metanoia), 생물학적 인류종으로서 호모사피엔스가 ‘온 생명’(장회익)의 중추신경계 기능을담당하는 전체 유기체의 부분생명이라는 의식의 변화, 현재 정치경제의 지배체계를 변혁시키려는 장기적인 사회정치적 투쟁이 병행해야 한다는 말이다.
  조직신학자이면서 동시에 기독교사상연구가로서 류터는 오늘날 기독교신앙과 신앙이  당면한 근본적 질문은 “살아있는 거룩한 지구인 가이아(Gaia)와 성서전통의 유일신론적(monotheistic) 신인 하느님은 서로 대화 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 다시말하면,  전통적인 유일신론적 신관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것은 그것 자체가 별도주제로서 논의할 큰 주제이지만, 대체로 인격적․초자연적․가부장적이거나 군주적․비물질적․절대주체적 초월신으로 이해되어 왔는데, 그러한 초월적 유신론적 신관의 근본적 재검토를 요청한다. 그것은 오늘날 생태위기라는 시대상황 때문만이 아니라, 본래 헤브라이즘의 임마누엘 하나님 이해가 헬라 철학 영향을 받아 크게 변질된 결과를 바로잡아 본래모습을 회복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김애영이 잘 분석하고 있듯이, 기존의 초월적 유일신관을 비판적으로 극복하려는 류터의 신관은 초월신론과 범신론을 동시에 긍정/부정(Yes/No)하면서 제3의 신관을 제시하는 범재신관(panentheism)이다. 김애영의 엎에서 언급한 논문, 149쪽.
범재신관은 대체로 과정신학자들의 신관인데, 특히 화이트헤드의 과정적 실재관에 의하면 실체론적 개체가 선행한 후에 그들 사이에 관계가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관계성의 역동적 힘과 구조가(How) 개체의 본질을(What) 구성하며, 존재하는 모든 현실재들은 외면적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내면적 관계성을 갖는다. 여성신학자 김애영은  류터의 과정신학적 범재신관과 창조의 근원적 선함․아름다움․축복을 강조하려는 죠지 폭스의 근원적 축복(original blessing) 신학을 비정통적 기독교신학이라고 가치판단하며, 특히 류터의 번재신론적 사유체계를 “실천적 절충주의와 혼합주의적 양상들”로서 규정한다. 김애영, 위와 같은 논문. 132쪽.

  ‘하나님의 초월성과 절대타자적 주체성’을 강조하는 카알 바르트의 신학에 자신의 신학적 기반을 두고있는 김애영의 R.류터의 범재신관에 대한 부정적 비판은 그것대로 존중되어야 하지만, 필자는 김애영의 부정적 판단에 동의하기 어렵다. 도대체가 성서가 증언하는  하나님의 신비를 유신론, 이신론, 범신론, 일신론, 유일신론, 범재신론등의 어느 범주안에 넣을 순 없지만, 신학이 하나님에 대한 불완전한 은유적 담론이라면 현대문명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삶의 체험은 ‘범재신론’이 가장 적합성을 지닌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려운 것이다.
 21세기 생태여성신학자 중에서  신학적 기반을 첨엔 카알 바르트의 초월적 절대타자로서 하나님의 계시신학에 두었지만, 그것들을 넘어서 오늘날 인류의 핵심쟁점인 생태위기상황을 신학적으로 해명하고 그 대책을 제시하려는 학자가 샐리 맥페이그 이다.
 맥페이그의 신학적 방법론은 『은유신학』(1982) 으로 나타났고, 생태신학은 『기후변화와 신학의  재구성』(2008)으로 나타났다. 구미정의 올바른 분석석 해설처럼, 맥페이그의 ‘은유신학’은 기독교 신학의 모든 담론들이 성서적 문자주의와 특정신학 체계를 절대화하려는  우상숭배에 빠지지 않도록 경고하며 안전핀 역할을  해준다. 유한한 것을 무한 것으로, 상대적인 것을 절대적인 것으로 우상화하려는 모든 시도에 비판적으로 저항하는 ‘프로테스탄트원리’(틸리히)를 충실하게 견지하면서 ‘종교언어의 우상화’를 가장 강력하게 경고한다. 샐리 맥페이그, 『은유신학』, 19-30쪽. ‘종교언어의 우상화’와 ‘종교언어의 부적합성’ 참조.

  우리가 맥페이그의 생태학적 여성신학의 내용에서 배우는 바가 많지만, 특히 한국 기독교의 기독교 경전의 절대주의나 보수적 신학체계의 규범주의적 우상화의 덫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그녀의 『은유신학』의 기본명제가 더 많은 공헌을 할 수 있다고 평가된다. 그의 은유신학명제는 다음 몇가지로 요약 할 수 있다.
  첫째, 하나님은 언어를 초월하시기 때문에, 하나님에 대한 모든 신학적 언어는 은유적이며 상징적이다. 항상 직접적으로 하나님에 대해 말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둘째, 언어는 하나님을 다 드러내지 못하지만, 언어를 통하지 않고서는 하나님의 실재성과 세계의 개방성을 경험할 길이 없다. 언어는 존재의 감옥만이 아니라 하나님 현실성을 경험하게 매개하고 인간으로하여금 세계개방성을 가능케하는 ‘존재의 힘이자 집’이기도하다.
  셋째, 종교적 언어의 본질적 특징은 은유적이라는 점인데, 은유는 언제나 ‘이다/ 아니다’의 양명성을 가진다. 상징도 상징하려는 실재의 힘과 의미에 참여하면서 자기를 부정함으로써만 자기 기능을 수행 할수 있는 것이므로, 성경의 말씀을 비롯한 보든 신학적 명제를 문자적으로 절대화해서는 아니된다.
 넷째, 하나님과 인간구원에  대한 모든 신학적 담론들은 상징적 전통과 경전의 텍스트에 담겨 전승되어 오지만, 그것들은 정치사회적․종교문화적 ․언어역사적 요인들과 맥락구조 안에서 형성된 것이므로 성경형성의  ‘해석학적 컨텍스트’ 자체까지도 비판적으로 검증해야한다.  종교언어가  본래 지녔던 경외감, 놀라움, 신비감, 미학적 황홀감등을 유발시키는 촉매적기능을 하지못하고 죽은언어 , 굳어진 언어가 되면 교체되어야 한다.   
  
   위와 같은 몇가지 점을 감안할 때, 생태여성신학의 신론이나 구원론에서 표현하는 여러 가지 표현들이 전통적 교회언어에 익숙해져있는 보수적 회중들의 거부반응을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 예들면, 진보적 생태여성신학자들이 ‘어머니이신 하나님’, ‘친구와 반려자이신 하나님’, ‘고난의 동반자이신 하나님’, ‘지구 대지를 몸으로 가지신 하나님’이라고 표현 할 때, 그 은유들이 글자그대로 은유이며 실재적 동일화가 아님을 분명하게 강조해줘야 한다.

   은유는 ‘긍정의 길’(via positiva)이 추정하는 것을 피하며 ‘부정의 길’(via negativa)이 침묵하는 것도 피하는 ‘사이의 전략’(in-between startegy)이다. 은유는 해체주의가 우상숭배․ 본질주의 ․ 근본주의를 두려워하는 것을 존중하지만, 그런 두려움 때문에 우리가 참묵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위와 같은 책. 166 쪽.


  위에서 살핀 은유론적 신학방법론 혹은 인식론적 문제와 더불어, 맥페이그는  최근의 저서 『New Climate for Theology』에서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은 기후붕괴의 위기상황 속에서 근본적 두가지 핵심교리를 해체시키고 재구성해야 된다고 보는데, 그 한가지는 세계와의 관계성 가운데서 ‘하나님은 누구이신가?’ 문제이며, 다른 하나는 유기체적 자연․생태시스템 가운데서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문제이다. 기독교 신관과 인간학의 재구성이 우리시대 신학적 신앙적 최대 화두라는 것이다.  샐리 맥페이그, 김준우 옮김, 『기후변화와 신학의 재구성』(2009), 9쪽.

  기후변화는 21세기의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의제가 된 것이다. 과거 6500만년동안 지속된 신생대(cainozoic era)가 지나고, 인간과 자연생태계가 의식적으로 한 몸으로 전환하는 생태대(ecozonic era)에로 진입하는 임계점에서 신관과 인간관의 근본적 변화가 새문명사회의 핵심문제라는 것이다.  토마스 베리/ 토마스 클릭 대화, 김준우 역, 『신생대를 넘어 생태대로』(에코조익, 1991), 19쪽.

  맥페이그의 지론에 의하면, 종교개혁과 특히 계몽주의 이후 서구사회와 지구촌에 널리퍼진 개인주의적 인간관과 기업의 무한경쟁과  무한성장을 신뢰하는 신고전주의 경제학 곧 세계화를 주장하는 시장경제 패러다임이 지구촌의 빈부격차를 악화시키고 오늘의 기후붕괴와 생태계 위기를 불러온 가장 중요한 원인 이라고 진단한다.  위와 같은 책. 134쪽.
 신고전주의 경제학은  근본적으로 18세기 계몽주의 인간관이다. 개인의 권리와 책임성, 자유와 평등, 침해 할수 없는 인권, 기업의 창의성, 합리성의 보편적 세계지배에 큰 공헌을 해왔다.
  그러나, 신고전주의적 경제학이 기초하고 있는  세계관에서는 인간이라는 생명종이 전일적인 지구생태시스템에 철저하게 의존하고 관련된 지구 몸의 자기의식적 존재라는 자리매김이 없다.  자폐증 환자처럼,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우며, 자기몸이나 엄마몸을 자해하면서 지구학살(geocide)을 자행하는 존재가 되었다.
  맥페이그의 생태신학은 성서의  ‘계약전통’을 소홀히 하지 않지만,  E. 류터에 비교할 때 좀더 ‘성례전적 전통’에 더  많이 주목하는 학자라는 느낌을 받는다고 앞에서 말했다. 그 증거는 맥페이그가 그리스도교 신앙의 영성적 특성은 ‘성육신적 영성’을 지향한다는 점이며,  ‘몸의 영성’(spirituality of the body)을 강조하고,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 위에 실현되는 것을 앙망하는 신앙이며,  동시에 세계는 하나님 안에 살고, 지탱되며, 새롭게되고 있다는 성례전적 종교적 감수성을 강조하는 점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위와 같은 책, 259쪽.
마지막으로 다시한번 멕페이그의 범재신론적 새로운 신관을  그의 아름다운 은유신학적 언어로서 말하는 것을 경청해보자:

  이레니우스의 표현처럼 “하느님의 영광은 만물이 완전하게 생생하게 살아있는 것이다.”........이런 성육신적 이해는 우리가 하느님의  몸 안에서 살고 있다고, 세계는 하느님의 몸이며/아니라고(is/is not), 만물은 하나의 실재 속에 존재한다고, 그리고 그 실재는 생명과 그 완성을 편드는 실재라고 말해준다. 영으로서의 하느님( God as Spirit)은 생명과 사랑의 힘으로서, 모든 몸들이 그 힘 안에서 살고 있다. 대부분의 피조물들은 본능적으로  그들이 생겨난 의도대로 성례전으로서 살아간다. 즉 그들은  각자 무한한 방식으로 하느님의 영광을 반영한다.  위와 같은 책, 259-260쪽.


 유감스럽게도, 오늘날 한국 기독교의 영성이 지향하는 방향은 이레네우스나 맥페이그가 말하는 방향과 다른 것 처럼 보인다. 땅 위에 임하는 하나님의 나라가 아니라 땅을 떠난 천계의 하늘나라를 앙망한다. 물질과 몸의 새로운 형태변화를 앙망하는 몸의 영성이 아니라, 탈 육체성을 강조하는 영지주의적 영성을 선호한다. 세계안에 생명과 영광으로 충만한 임마누엘의 하나님이 아니라 세계를 시공간적으로 초월한 타계적 하나님을 앙망한다.  그러나, 성서의  본래적 증언에 의하면 맥페이그의 말대로 “하느님과(and) 세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대로의 세계와 오직 하느님 안에서만 존재하는 세계가 있을 뿐이다. 우리는 지구를 통해서 하느님을 인식하게 된다.”  위와 같은 책. 263쪽.


5. 한국 그리스도인들의 자연․생태신학적 담론과 기독교환경단체들의 실천

 (1)  신학계 밖에서 자연생태신학적 증언의 소리

  신학계 밖에서 울렸던 자연생태신학적 증언의 사례로서 함석헌의 씨알사상과 장회익의 ‘ 온생명론’을 사례로 들고자 한다. 함석헌(1901-1989)은 이미 1930-40년대에 그의 역사철학을 진술하면서 지금 돌이켜보아도 선구자적인 자생적 생태자연신학을  평신도 사상가로서 전개하였다. 그의 역사철학서는 두가지인데 『뜻으로 본 한국역사』와 『뜻으로 본 세계역사』가 그것이다. 이 책의 집필과정과 편집 및 출판과정에 관해서는 다음자료 참조.  이치석, 씨알사상연구회편, 『씨알 ․ 생명 ․평화』, 395-437쪽(한길사, 2007), 「성서적 입장에서 본 조선역사는 어떻게 씌여졌을가?」

 함석헌은 1920년대 후반 일본동경사범학교에 수학할 무렵부터, 챨스 다윈, H.G. 웰스, H. 베르그송에 친숙했고, 1950년대에 이미 떼이야르샤르뎅을 알고 있었다. 그의 역사철학에서 역사의 주체요 담지자인 씨알은 지구진화과정의 결실물이요, 인류의 역사 또한 자연사와 불가분리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전일적 실재’의 유기체적 일부분이었다. 그는 이미 1940년대에 진화와 기독교적 신앙관계를 아래와 같이 파악하고 있었다.

  진화론을 배워서 무신론에 빠지기 보다는 도리혀 만물은 한층 더 하나님의 사랑과 영광을 드러낼 것이므로 점점 더 경탄 ․ 외경의 념(念)을 가지게 한다. 영적 생명에 대한 확신을 점점 더 깊게 한다. 진화의 사실을 알게되면서 부터 생명은 발달하는 것이요,  다시 이보다 더 높은 것이 있을 줄을 믿게된다. 혼돈한 중에서 물질이 형성되고, 물질 위에  생명이 있으며, 생명 위에 의식이 있으며, 의식 위에 양심이 있으며, 다시 그 위에 영적 생명이 나타남은 당연하다. .... 그러므로, 우리는 이 세계를 길고 긴 진화과정으로 보고, 앞으로도 생명의 비약에 의한 진화가 있으리라 믿는다.  『함석헌 전집』(한길사, 1983), 제9권, 22쪽.


 함석헌은 인류역사가 지구자연사 및 우주사의 진화과장과 불가분리적이며, 씨알이라고  이름하는 개체아도 서구 근대적 개인주의 인간관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다.  자연과 역사가 통전된 ‘하나로 반복하면서 자라나는 생명나무’에 핀 꽃이었다. 그의 문명사관은 오늘날 생태여성주의자가  말하는 ‘우주자연 속에서 인간의 바른 위치파악’을 강조하였던 것이다. 한국  기독교계의 타계주의 신앙과 우주파국적 종말론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땅 중의 땅인  민중의  마음속에 하나님의 나라가 실현되기 전에는 종말이란 없는 것이라고 갈파했다.
  함석헌과 동일한 해(1901)에 태어난 제1세대 신학자 김재준도 1945년 해방정국에서 행한 ‘기독교의건국이념’이라는 강연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타계적이고도 래세적인 것으로 이해하지 않고, 성령으로 변화된 생명의 현실이 죽음의 사선을 넘어 미래세계 까지 생생발전하는 전우주적 공동체라고 갈파했다.  김재준, 『김재준 전집』, 제1권. 159쪽.

 우리가 한국적 자연․생태신학적 담론에서 신학자가 아닌 그리스도인으로서 참신한 연구를 발표한 물리학자 장회익교수의 『삶과 온생명』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장회익, 『삶과 온생명: 새 과학문화의 모색』(솔 출판사, 1998)
다음의 중요한 문장을 눈여겨 보기로하자:

  인간은 자신이 속한 생명의 전모, 즉 온생명을 파악하는 최초의 존재가 되고 있다. 이러한 인간의 출현은 온생명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이는 예사스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내부로부터 자신을 파악하는 존재가 발생했다는 것은 곧 스스로를 의식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마치 개개의 인간이 그 중추신경계를 이루는  신경세포들의 활동에 의해 몸 전채를 자신이라 여기는 하나의  의식주체가 되어있는 것과 같이, 집합적 의미의 인간은 다시 개개의 개체적 지능을 바탕으로 서로 사이의 관계를 정보적으로 연결하는 문화공동체를 이루었으며, 이렇게 이루어진 집합적 지성에 의해, 자신을 포함한 전체 생명의 모습을 시간 ․ 공간적으로 꿰뚫어 그 전모를 파악하기에 이른 것이다.  위와 같은 책. 276쪽.


  길게 인용할 만한 충분한 이유와 가치가 있는 위 인용문을 나는 21세기 생태학적 시대의 ‘인간학에서 근본적 전회(轉回)’라고 부르고 싶다. 얼듯보면 이미 모두 아는 기존사실인 것 같아도, 오랜동안 서구사상을 지배해왔던 관념론적 주체철학이나 유물론적 물질환원론을 동시에 극복할 뿐 아니라, 기독교계에서 2,000년간 주도해오던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성 정립에 있어서  ‘청지기 모델’을 획기적으로 변경시켜 ‘중추신경모델’로 전환하기를 촉구하기 때문이다. 한가지더 중요한 점은 인간의 개체아의 의식주체성과 집합적 지성의 의식주체성을 동시에 긍정하고 확보하는 모델이라는 것이다.
  ‘청지기 모델’에서 인간의 위치는  창조주와 자연피조물의 중간지대에 있으며, 상호관계방식은 철저하게 외면적 관계요 대상과 거리를 유지하는 관리자로서  관계이다. 그러나, ‘중추신경계 모델’에서는 인간은 자연․생태계와 불가분리적인 유기적 한 몸의 일부이며, 자연과 인간의 상호관계성은 내면적 관계요 공생적 동병상린의 관계가 된다.  

(2) 한국 개신교 신학계 안에서 자연․생태․과학신학적 담론들  
지난 25년동안 개척자적인 열정으로 황무지와 같은 자연신학․과학신학․생태학적 신학에 관한 연구논저들이 적지않게 생산되었다.  필자의 서재에 꼽혀있는 자료들만 열거하더라도 아래와 같다. 김균진,『생태학의 위기와 신학』(대한 기독교서회, 1991); 이정배,  『생태학과 신학』(종로서적, 1993);  이정배, 『한국적 생명신학』(도서출판 감신, 1996);
  이정배, 『신학의 생명화, 신학의 영성화』(대한기독교서회, 1999);   박재순, 『한국생명신학의 모색』(한국신학연구소, 2000); 김애영, 『여성신학의 주제탐구』(한신대학교출판부,2003);  이정배, 『기독교 자연신학』(대한기독교서회, 2005); 강성렬, 『기독교신앙과 카오스 이론』(대한기독교서회, 2005); 김흡영, 『현대과학과 그리스도교』(대한 기독교서회,  2006) ; 양재성/성백걸, 『하나님 ․ 자연 ․ 사람』(한들출판사, 2006) ; 이은선, 『잃어버린 초월을 찾아서』(도서출판 모시는 사람들, 2008); 김균진 교수 회갑기년문집간행위원회, 『생명신학․생태신학』(한들출판사, 2004); 한국환경연구소 엮음, 『현대생태신학자의 신학과 윤리』(대한 기독교서회, 2006); 이정배, 『켄 윌버와 신학: 홀아키적 우주론과 기독교의 만남』(시와진실, 2008)
 

  유럽신학계의 동향 특히 율겐 몰트만의 자연신학․창조신학을 정확하게 그리고 원서출판과 거의 동시에  한국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하여, 한국 신학교육계에 큰 공헌을 한 김균진교수는 자신의 저서 『생태학의 위기와 신학』의  맺는말에서 다음같은 몇가지 욧점을 피력하였다.  김균진, 『생태학의 위기와 신학』, 219-238쪽.

   (i) 자연을 하나의 물건으로 보지말고 ‘하나님의 창조’로 보며 생태계에 대하여 ‘경외신’을 가질 것 (ii) 자연의 경외는 자연 자신이 지닌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므로, 자연을 인간의 ‘환경’으로서가 아니라 ‘공세계’(Mitwelt) 혹은 ‘본향’으로 생각할 것 (iii) 자연보호법가 생태환경보호법을 만들고, 자연에 인위적 개입과 자연질서 및 순환과정을 인위적으로 변경하는 일을 피할 것 (iv) 인간의 기본가치관의 변화를 추구하고, 새로운  절제로서 소비나 소유중심의 삶의 스타일을 바꾸고, 금욕적 문화를 창달 할 것 (v) 인간(아담)은 히브리어 땅(adahma)에서 파생했고, 인간이라는 라틴어 호모(homo)는 땅(humus)에서 파생한 단어인즉, 땅은 하나님의 것이요, 인간모두의 공동자산인즉 땅을 사고파는 부동산 투기나 개인소유는 지양되어야 한다.
  한국 신학자들의 자연신학 ․창조신학․ 생태신학의 흐름들은 외국에서 진행되고있는 관련주제들을 한국에 소개하면서 한국적 상황과 대화를 시도하는 신학작업에 집중하는 학자군이 있다. 과학과 종교의 대화시도에 개척자적 역할을 하고있는 김흡영교수, 서남동교수에게 주어졌던 ‘세계신학의 안테나’라는 명예로운 별칭을 이어받기에 조금도 부족함없는  이정배교수의 창조적 활동, 유영모나 함석헌등 한국적 토종 기독교사상과  생명신학을 연결시도하는 박재순 교수와 최인식교수의 활동이 돋보인다.   서구 생태여성신학을 소개하고 우리의 입장에서 소화흡수하려는 한국의  우수한 여성신학자들, 유교 인문주의적 생태주의 영성을 개발하고 기독교신앙과 접목을 시도하는 이은선교수의   개척자적인 학문활동, 특히 한국교회환경연구소의 목회자들과 최근 기후환경위기문제에 집중하는 한국기독교연구소의 김준우 박사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이 짧은 글 속에 그들의 학문업적 연구동향을 소개하기는 불가능한 일이고, 이 글에서 언급하지 못한 귀중한 학자들의 학문활동도 생략하지 않을 수 없다.

(3) 한국교회의 자연․ 생태신학적 과제

  이 글을 마치면서, 논자는 한국사회에서 자연환경보호와 생태계 보존, 특히 기후붕괴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긴급한 시대상황 속에서, 교회의 과제가 무엇인지 점검하고자 한다.

 (i)  한국교회로 하여금  자연․생태계 위기상황에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 문자적 성경영감설을 신봉하는 경전 우상화와 정통교리 및 정통신학  체계의 절대화에 있음을 직시하고, 성서해석학적 비판접근에 신도들을 과감히 노출시켜야 한다.
 (ii)  한국교회로 하여금   종교와 과학의 만남모델에 있어서, 상호배타적 갈등모델이나 불간섭 독립모델을  지양하고, 상보적 대화모델에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구체적으로, 진화론과 창조신앙 사이의  불필요한 갈등관계를  화해시키되, 생명체의 ‘진화사실 자체’와  진화원인 규명을 밝히는 진화이론을 구별하도록 교인들에게 숙지시켜야 한다. 다시말해서 진화론을 수용하는 것이 곧바로 무신론을 수용하거나 유물론적 환원주의에로 귀속된다는 두려움에서 신도들을 해방시켜야 한다.
 (iii)  자연․생태위기 앞에서 가장 중요한 근본적 영적 눈뜸의 사건을  각성시켜야 한다. 다시말해서,  모든 것이 상호관계 맺고 있으며 상호의존 되면서 생태학적 통일성과 유기체적 한 몸을 형성하고 있다는 철저한 각성을 내면화 해야 한다.   인간과 자연의 상호괸계성은 ‘청지기 모델’을 넘어서서 ‘중추신경계모델’에로의 전환을 촉구하고, 창조주 하나님과 창조세계의 관계성은 생명의 영이신 성령의 능력과  사랑안에서, 하나님의 초월성 ․ 내재성 ․ 창조적 과정성이 역설적으로 통전되는 범재신관(panentheism)에 대하여(엡4:6) 수용적 태도를 견지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iv)  자연․생태신학과 환경운동을 펼침에 있어서 성서가 간직한 두가지 귀중한 전통 곧 정의와 가난한자의 배려를 우선시하는 ‘계약전통’과 성육신적이고 몸영성을 강조하는 ‘성례전적 전통’을 동시에 보존한다.  <생명 ․ 평화 ․정의 > 혹은 JPIC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자발적 청빈의 회심운동과 자연․생태계를 파괴시키는 기득권자들의 개발논리에 대하여 정치사회적 저항과 시민연대적 투쟁을  병행해야 한다.
 (v)  종교의 일차적인 정서는  피조세계에 대한 경이감 ․ 자기가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놀람  ․ 하나님 안에 살고 있고 모든 생명있는 것을 통하여 살아있다는 감사 ․ 그리고 자연의 무궁무진한 풍요로움과 다양함과 조화로움과 아름다움에 대한 찬양이다. 이 정서의 회복이 생태학적 영성의 단초가 된다. 성경의 자연․생태적 성구들에 대한 새로운 재 해석이 요청된다.( 창세기 1장-2장, 호세아 2: 18-21, 시편 90편, 103편, 104편, 139편, 로마서 8:18-23, 사도행전 17: 24-29, 에베소서 4:6, 골로새서 1:15-20)
(vi) 예수의 복음은 ‘하나님의 나라’의 실현에 그 본래 촛점이 있는 것이며 결코 기독교왕국의 확장이나 기독교 교세신장에 있지 않다.  현재 한국교회를 주도하는 대형교회 지향적 선교․ 목회신학은 19-20세기 서구 기업체의 사업확장의 종교적 모방과 고전경제주의에 부합하는 형태일 뿐이다.  자연생태 친화적이 되지 못하고, 생태학적 영성 함양에 충돌과 갈등을 야기하는 개교회 및 기독교종교의  무한성장신화와 ‘지배하고 영광받는 창대신앙’을 강조하는 축복지상주의 선교․목회신학을 개혁해야 한다. ‘십자군적 영성’(crusade spirituality)이 아니라 ‘십자가의 영성’(crucifix spirituality)에로 전환해야 한다.
 (vii) 자연․생태계의 위기상황을 알기고,  생태학적 영성과 윤리의식을 고취시키고 그 실천을 독려하기 위하여, 교회조직부서 안에 ‘생태환경위원회’(가칭)를 두고, 기독교환경연대와 실천적 연대활동을 강화해야한다.  교역자 양성과정의 신학커리큐럼 운영에 있어서 자연․생태신학 과목을 필수적으로 이수하도록 할 것이다.
 (viii) 생존경쟁․ 약육강식․적자생존을 강조하는 19세기류의 진화론적 사회학을 창조세계의 근본질서라고 전제하는 현정부의 교육철학을 비판하여 공생․공진화․ 약자에의 배려적 삶이 성경적 창조질서임을 강조해야 한다. ‘ 녹색경제성장론’이라는 포장지를 덮어가지고, 결국 한국의 산하와 자연을 파헤치면서 경제우선논리로 접근하려는 현정부의 무모한 자연생태파괴적 국토개발정책을 기독교의 자연․생태신학적 신앙고백의 입장에서 반대하고 저지시켜야 한다.
 (ix)  기독교의 자연․생태환경운동을 보다 교회선교적 사명중 핵심과제로 전환시키기 위하여, 각 교단별 그리고 개체교회 차원의 생태환경운동이 활성화 됨과 동시에, 에큐메니칼 기관으로서  (사)한국교회환경연구소나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전문적이고 집중적인 3가지 사업을 강화해가야 한다. 3가지 핵심사업은 지구 및 한국의 신뢰할수 있는  환경실태보고자료의 정기적 발행, 신학적 성찰과 개선방향 제시를 하는 학술적 연구 및 대중화사업, 그리고 구체적인 실천 과제발굴과 생활신앙지침서 제공(예: 생태계관리, 건강과 먹거리관리, 생활속에서 열 에너지관리, 자원재활용관리, 국가예산 편성및 집행에서 반생태적 개발정책과 언론홍보 감시 등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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