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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재	Access : 8068 , Lines : 33

어린 양이 다섯째 인을 떼실 때 하신말(제주노회, 제주4.3 평화공원 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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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평화주일 설교문/ 2010년 종려주일에 맞추어]

           어린양이 다섯째 인을 떼실 때 하신 말
                (요한계시록 6:9-11 )

오늘의 삶의 정황에서 읽는 본문말씀(계6:9-17)의 조명

   요한계시록은 제1세기 전후, 로마제국의 극심한 박해시기에, 처절한 박해로 인한 그리스도인들의 수난, 불의에 맞선 순교자적 신실한 신앙, 그리고 역사의 궁극적 심판자와 속량자와 화해자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과 승리에 관계된 묵시적 신앙고백서이다.       요한 계시록은 로마제국시대를 시대배경으로 하는 구체적 ‘삶의 자리’를 가지고 있지만, 하나님의 말씀은 모든 시대 인간의 근본문제를 노출시키고 해결을 제시하는 영감의 계시서이다. 바울 서신에서 다룬 문제가 곧 우리의 문제요, 요한장로의 시대적 비젼이 곧 우리시대 그리스도인들의 비젼이 된다. 그것이 바로 하나님 말씀이 지닌 영감성의 신비이다.
    요한계시록 제6장은 ‘일곱봉인에 담긴 심판의 멧시지’를 내용으로 한다. 어린양만이 봉해진 일곱인을 떼고 그 비밀을 노출시킬 수 있다(계5:1-5). 첫째인을 뗄 때, 흰말을 탄자가 면류관을 받고 나아가서 이기고 또 이기려고 한다는 상징은 로마제국의 황제 시이저의 제국주의적 야망을 상징한다(계6;2). 둘째인을 뗄 때, 붉은말을 탄자가 땅에서 화평을 제하여 버리고 서로 죽이게하고 또 큰 칼을 받았다는 비젼(계6:3-4)은 로마제국의 군대장군들, 집단살륙을 명예라고 생각하는 짐승같은 전쟁광들을 말한다.
    셋째인을 뗄 때 (계6:5-6), 검은 말탄자의 손에 든 ‘저울’을 상거래의 상징이며, 한데나리온에 밀한되 보리석되란 독과점 부자상인들의 부정한 부의축적이요, 감람유와 포도주는 헤치지말라는 말은 귀족계층의 향락과 부의 양극화 현상을 상징한다. 넷째인를 뗄 때, 청황색말을 탄자의 이름은 사망이니 땅 사분의 일의 권세를 얻어 검과 흉년과 땅의 짐승들로 죽이는 일을 한다(계6:8). 지상을 휩쓰는 점염성 역병, 생태계의 교란, 곡식과 과일이 생산을 감소시키는 흉년의 비참을 상징한다.
    여섯째 인을 떼실 때, 임박한 심판의 실체가 계시된다(계6:12-17). 자연현상이 기이한 조짐을 드러내고, 죽음의 냄세가 천지를 진동한다. 심판받는 주인공들의 명단이 열거되는데 땅의 임금들, 왕족들, 장군들, 부자들과 강한자들 이라고 열거한다(계6:15). 열거되는 심판대상중에 “모든 종과 자유인들”(6:15)이 포함되어있다. 불의한 로마제국 세계 속에서 굴종하고 타협하면서 ‘죽임의 권세’에 직간접적으로 협조하면서 빌붙어 사는 노예계층과 자유를 홀로 누린 로마시민권 가진 자유인에게도 책임이 묻게됨을 말한다.
    문제는 오늘의 성경본문 구절인 다섯째 인을 뗄 때(계6:9-11), 보여지는 환상과 어린양의 입에서 들려오는 말씀내용이다. 보이는 환상는 죽임당한 수많은 영혼들이 제단아래에 있어 그들의 억울한 죽음을 신원(伸寃)하여 주기를 강청하는 비젼이요, 들려오는 음성은 “자기처럼 죽임을 당하여 그 수가 차기까지” 잠정적으로 쉬며 기다리라는 음성이다.
   이 다섯째 인의 비젼은, 예수의 부활승리로서 사탄의 세력은 이미 극복되었으나, 그 잔당의 횡포와 발악이 아직 잔존하여 땅위에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샬롬’은 실현되지 않았고, 의롭고 진실되게 살려는 사람들에 대한 죽임과 박해와 억압과 음모와 반란이 지속되고 있음을 말한다.    오늘 성경본문 다섯째인을 떼실 때 어린양이 하시는 말씀의 영적 의미를 영적 귀를 열어놓고, 한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중의 하나인 ‘제주 4.3사건’의 역사적, 신앙적 의미를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제주 4.3사건은 세계사와 민족사의 모순과 죄성이 압축적으로 드러난 민중고난의 상흔

  20세기와 지난 천년의 시대가 막을 내리던 1999년 12월 26일, 대한민국 국회본회의 에서는 우여곡절을 거쳐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심장한 한 ‘특별법’이 여야합의로써 통과되었다. 그것이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이다. 이 특별법의 제정과 국회에서의 입법적 통과는 지난 50년동안 숨죽이고 굴욕과 억울함과 비인간적 순응의 삶을 살아왔던 제주도민이나 직접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의 일만이 아니다.
  제주4.3사건은 제주도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는 지역성을 넘는 한민족 사건인 것이고, 2차대전후 세계사와 한민족 분단사가 가져온 모든 모순과 비극이 압축되어 터져나온 20세기의 의미심장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은 그 의미를 알아야하고, 특히 그리스도인들은 진지하게 그 특별법 제정의 역사적 배경과 앞뒤사건 전개과정과 그 신앙적 의미를 깊게 성찰해야 한다.
  위의 특별법 제2조에서 ‘제주 4.3사건’을 규정하는 용어의 정의가 나온다: “제주 4.3사건이라 함은 1947년 3월1일을 기점으로 하여 1948년 4월3일에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한다”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 이 특별법이 ‘국민의정부’라고 흔히 말하는 민주주의 가치를 다시세우려는 김대중정부 때 제정된 ‘특별법’ 임에도 불구하고, 입법기관인 국회안에는 역사관을 달리하는 진보와 수구 세력이 공존하는 가운데서 제정된 법이기 때문에,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면 만족 할만한 ‘제주4.3사건’의 개념규정이 아니라고 느낄 것이다. 가해자의 입장을 암묵적으로 지지하는 정치세력 집단으로서는 더욱더 불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나마 국가권력이 개입된 국민의 억울한 집단 살육사건을, 국회에서 특별법을 제정하고, 이 법에 의하여 국가의 통수권자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10월30일,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제주도민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선언한 것은 아시아의 정치사나 세계 정치사회사에서도 그 유례를 별로 찾아 볼 수 없는 의미심장한 사건이었음을 우리가 새삼스레 인지해야 한다. 그것은 국가권력이, 어떤 정치적 이념이나 사회안정을 빌미로 하더라도, 국가의 주인인 국민을 불법으로 살상 할수 없다는 것과 유엔의 제네바협정(1948)이 천명하는 바와 같이 전시(戰時)에서도 민간인에 대한 ‘집단학살’(genocide)은 범죄이며 전후에라도 반드시 처벌받아야 할 일임을 선언한 ‘인간 존엄성’에 관한 선언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2차대전후, 독일을 비롯한 유럽 여러나라가 전시중 민간인에 대한 ‘집단학살’을 끝까지 추적하여 엄벌하는 이유를 우리는 역사 바로 세우기의 관점에서 깊이 생각해야 한다. ‘제주 4.3사건’ 기간 7년7개월 동안 도대체 어린아이와 노인과 여자들을 포함하여 얼마나 많은 무고한 민간인들이 억울한 학살을 당했는지 한국현대사는 50년간 진실을 은폐해왔기 때문에, 국민 대다수는 모르고 있는 사실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숫자가 희생되었던가? 특별법에 의해 국무총리를 책임자로 구성된 ‘정부의 4.3진산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정부의 진상조사위원회에 신고된 희생자숫자만도 14,028명이고, 여러통계와 인구감소들을 감안하여 잠정적 희생자 통계수치는 25,000-30,000명에 이른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 얼마나 두렵고 무서운 비극적 민족사의 사건인가?
  우리는 자세한 ‘제주 4.3사건’의 발생, 전개과정, 진압과정, 은폐과정, 특별법제정과정, 그 이후 정부의 조처들에 관한 세부내용을 말 할 겨를이 없다. ‘특별법’제정의 목적 자체가 “제주 4.3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이 사건과 관련된 희생자와 그 유족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줌으로써 인권신장과 민주발전 및 국민화합에 이바지 함을 목적으로 한다 ”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그 수가 차지 않았다’는 말은 ‘제주4.3사건’이 미완이요 진행 중이란 뜻

우리 현실의 문제는 어디에 있는가? 현실을 정직하게 직시해야 한다. 매우 유감스런 불편한 진실을 말하지 않을 수 없게 됨이 오늘의 현실이다. 국제적인 냉전, 민족분단의 비극, 국가권력의 오만, 인간죄성의 복합작용으로 발생한 제주4.3사건은 1999년 국회의 특별법 제정과 정부차원의 공식적 진상규명과 대통령의 사과까지 실행한 현대사의 비극이자 민권의 승리였다. 한민족만이 이뤄낼 수 있는 ‘고난을 통한 역사의 승화’이며, ‘죄가 깊은곳에 은혜가 깊다’는 성경말씀의 역사적 치원에서의 체험사건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김대중 대통령시절 ‘국민의 정부’ 와 노무현 정부시절 도합 10년동안 민주주의와 인간존엄성 복권의 기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규정하는 보수정권의 집권이후, 분단체제를 고착화시키거나 극우반공주의 이념을 다시 강조하는 세력들의 재등장이 강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그 결과, ‘제주 4.3사건’의 역사적 평가와 미래지향적 목적 곧 진실규명, 명예회복, 화해와 사회통합, 공동체성의 회복을 위태롭게 하며, 해방이후, 65년간 한민족이 피땀으로 이룩해온 민주주의 가치와 인간존엄성 확보와 평화통일 지향적 염원을 근본바닥에서 흔들려고 하는 역사퇴행이 일부에서 작동하고 있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제주 4.3사건’은 제주도라는 특수 지역에서 제주도민의 삶에서 원인이 되어 발생한 국지적 사건이 아니다. 해방정국기간동안 세계냉전 구도아래서 미군정의 남한의 지배정책, 대한민국정부수립 이전 사회주의적 국가 건설을 꿈꾸던 ‘남로당’의 정치선동적 획책, 일제청산을 못하고 친일하던 경찰세력을 정권수호의 충견으로 키운 이승만정부의 정권야욕, 한국동란 이후 남하한 서북청년단의 극우적 반공주의와 반인권적 인명살상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발생한 사건이다. 남로당을 핵으로 하는 ‘무장대’와 미군과 군경과 서북청년단으로 형성한 ‘진압토벌대’ 사이에서, 무고한 민간인들은 양편 군사행동세력들의 보복과 증오의 불길로 인해 ‘짐승떼 취급’ 받은 희생제물이 되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 자유와 평화, 개인의자유와 생명의 영대성의 이름으로 다음같이 고백하고 평화의 순례길을 걸어가야 한다.
  첫째, 냉전시대가 세계사에서 종언된지 이미 오랜시간이 지난 지금, 아직도 한국사회를 시대착오적인 좌우이념 색깔론 으로써 민족의 전진과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극우.극좌 이념주의 정치세력을 단호히 척결해야 한다. 어떤 정치적 이념도 인간생명의 값보다 귀중할 수 없다.
  둘째, 아시아의 미래와 세계평화의 모성적 탯집이 되어야 할 한반도를 군사적 전략기지나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정치군사적 전초기지로서 활용하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우리는 그리스도 평화의 이름으로 반대 한다. ‘인권의 상징이자 평화의 섬’으로 제주도를 자리매김한 국가가 다시 제주도를 핵잠수함과 강대국 함정의 군사기지 항구로서 개발하려는 어떤한 안보논리와 경제논리라도 이를 애국행위가 아닌 매국행위로 단정하고 단호히 반대한다.
  셋째, 정부차원의 4.3평화공원조성, 희생자명예회복과 보상, 역사자료의 정리편찬 발간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완결되어야하지만, 제주4.3사건의 진정한 해원상생(解寃相生)과 화해평화(和解平和)는 행정적 절차나 외형적 추모행사로서 성취되지 않는다고 믿는다. 오늘의 역사를 살아가는 모든 국민들의 정신적 참회와 고백, 가해자와 피해자의 영혼 안에 뭉쳐있는 죄책감과 원한에 대한 속죄와 속량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그 길은 그리스도의 대속적 고난 죽음, 그리고 죄인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과 아가페적 사랑’으로서만 가능하다고 믿는다.
  넷째, 우리는 모두 직간접적으로 ‘죽임의 세력’에 동조했던 죄인들이라는 정직한 고백과 함께, 이제는 깨어 일어나 ‘생명살림’의 거룩한 행진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생명의 피값 치루고 일궈낸 이 땅의 주권재민의 민주주의, 인간의 존엄성, 물신숭배가 아닌 생명가치의 존중, 독단독선이 아닌 소통적 사회실현등을 퇴행시켜서는 않된다. 그것이 ‘제주 4.3 항쟁’의 정신을 이어가는 길이며,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운동에 동참하는 길이다. (2010년 고난주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