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02 (22:14) from 222.232.108.152' of 222.232.108.152'	Article Number : 475
김경재	Access : 9567 , Lines : 105

나의 부활신앙(대화문화아카데미 삶의 신학 콜로키움, 201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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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부활신앙,20101001/ 대화문화아카데미 삶의 신학 콜로키움]

                    지금 내가 믿는 부활신앙
                                                    김경재

                        1. 속알이 덜 들었는데

대화문화아카데미 ‘삶의 신학 콜로키움’ 모임에서 ‘내가 믿는 부활’을 이야기 해보라는 강청이 왔다. 선듯 내키지 않는 주제요 초청이었다. 무엇보다도 내 맘 속 깊이 간직한 비밀을 대중 앞에 공개하라는 듯한 압박을 느꼈다. 아마 그런 느낌은, 아직 덜 준비된 , 아직 내 맘 속에서 시작품 하나가 완성되지 않았는데 미완성의 시를 출판사의 독촉으로 보내야하는 께름직한 느낌과도 같았다.
다른 한편, 나의 의식은 정신을 차리고 현실을 둘러보게 하였다.   목사의 나이 70이면, 이젠 그 주제에 대하여 말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 아니냐고 책임을 묻는 것으로 느껴젔다. 그래도 부끄러운 말이지만, 말하는 사람은 아직 그 문제에 대하여 속알이 덜 들어서 익어가는 중이라고 변명아닌 변명을 하고 싶다. 그래서 두가지 단서를 붙인다. 첫째는 2010년 지금 나의 믿음이라는 것과, 아주 개인적인 신앙고백인 것이기에 남들이 참고를 하려면 할지언정, 이것이 정통 기독교의 부활신앙을 대변하는 일도, 재해석하는 일도 아니라는 점이다.   10년 후, 80세가 되면 느낌도 이해도 달라질런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의 부활신앙을 가급적 솔직하게 고백해보기로 하겠다.

                     2. 내가 받은 첫 주검의 충격

지금 나이 70된 고백자의 부활신앙도 하루아침에 돌연히 생긴 것은 아니다. 사람이 그런 문제로 생각하고 느끼기 시작하는 나이는 10살 전후부터 일터이니까, 나의 부활신앙도 씨들기 시작한지는 60년이 되었다고 본다. 의식하든 아니하던 나는 ‘죽음과 죽음이후 문제’에 대하여 60년간 나의 삶과 같이 동행하며 대화하고 생각하고 신앙하며 믿었던 것을 수정하며 살아왔다고 느껴진다.
집안의 외조부가 타계하셔서 온 가족이 큰 상례를 치루는 것을 기억속에서 더듬으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이니까, 충격도 없었고 조문객들과 대가족의 상례진행 행사 속에서 묻혀 지난 것이다. 첨으로 나의 의식 속에 주검과 죽음의 문제가 들어온 것은 6.25 한국동란을 겪은지 바로 그 다음해 였다. 전쟁발발 후 휴전협정이 채결되기 전인데, 1951년에 두가지 사건이 강하게 내 기억속에 각인되었고 나의소년나이는 11살 때였다.
  그 하나는, 밤낮으로 교차되는 지리산 자락 무등산 빨치산과 군경의 대치공방이 밤마다 콩볶는듯한 총소리와 함께 한동안 계속되던 어느 이른 봄날 아침이었다. 전시중에도 학교가 개학하여, 아침 등교를 하는데, 임시교사 운동장 옆으로 흐르는 작은 개천 하수구 입구에   시체하나가 있었다. 어제 밤 전투에 사살당한 빨치산 한명이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으나, 3월 봄이었는데 두툼한 솜누비 옷을 입고 있었다. 좌우 이념투쟁이 무엇인지는 모르는 때었고, 첫 느낌은 주검을 보는 순간 느끼는 섬듯한 감정과 함께, 그래도 사람의 시신인데 개천 하수구에 내팽개친 당시모습에서 무언가 사람의 주검이 저렇게 방치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양심의 속삭임 같은 것을 느꼈다.
다른 하나는, 나의 가족 식구중 맏형이 전사통지와 함께 흰보자기로 싼 유골함이 광주 집으로 전달되어온 사건이었다. 1951년 4월13일, 강원도 현남면 인구리에서 육군보병 중위로서 전사한 것으로 통보되었다. 맏형과 나와는 나이 차이가 워낙 커서 아기자기한 형제놀이를 못하고 자랐지만, 가족중의 혈육의 전사는 충격이었다. 건장했던 아들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지, 아버님은 전선가까운 부대 본부까지 찾아가셔서, 아들의 전사를 확인하고 총탄으로 못쓰게 된 큰 무전기 하나를 아들대신 들고 오셨다. 부모의 비통함이 얼마나 컸을가 이제쯤 나도 이해가 간다.
  당시엔 가족들이 교회다닌 것도 아니어서, 아버지는 유교식으로 3년상을 꼬박 아침저녁으로 상식(喪食)을 올리게 식구들에게 말했다. 비록 보리밥 한 그릇에 나물한가지 찬에 냉수 한그릇 일지라도 그렇게 한번도 거르지 않고 상식을 올렸다. 형수와 어린조카 둘마져 6.25 전쟁통에 친정 순천에서 유엔군 폭격으로 몰사했으니 장남의 가족 구성원 전체를 한거번에 졸지에 잃은 부모님의 비통함이 얼마나컸을가 이제야 깨닫는다. 3년간 아침저녁 상식 올리는 일은 동생들의 몫이었다. 그 과정에서 두가지 강한 체험이 있었다. 하나는 유교의 상제례의 지극정성함과, 다른 하나는 첨으로 ‘삶의 덧없음’에 대한 소화하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뒤엔 좀 더 장성해서 깨닫게 되었지만, 한줌 재로서 흰 한지(韓紙)에 싸여 배달된 유골이 형님 개인 시신을 따로 화장 한 것일 수도 없을 전시상황 일터, 전사한 군인들의 시신을 집단 화장시킨 후 분골한 재 한줌이리라 생각이 들었다.

                 3. 신학교 입학 전 18-19세 죽음과의 대면

나는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소년이 아니었다. 형제자매는 10명이어서 대가족이었다. 교육자의 집안이었고, 종교배경은 유교였다. 어릴 때 기억으로 한계절 여름철엔 제사가 여러번 몰려있었다. 구한말과 일제시대 한민족에게 닥친 호열자 장티부스등 전염병 창궐로 온동네가 사망자로 넘쳤다고 한다. 유교식 법대로 조상님들의 기제사를 꼬박꼬박 모시면서, 아버지로부터 제사정신의 근본을 바르게 교육받았다. 봉제사는 과연 유교적 예문화의 극치였다. 그러나, 나에겐 여전히 유교라는 종교에서의 사생관이 항상 문제였다. ‘,’라는 공자의 말씀이 이해는 가지만, 설명이 되는 것 아니었다.
나의 나이 18-19세 무렵, 나는 고등학교 2-3학년 무렵, 가정이나 학교 분위기와는 전혀다른 종교문제와 씨름하면서 심신은 건강했으나 영적으로는 앓고 있었다. 신앙적으로 고백하면, 성령의 집중적 인도하심에 붙잡혀 있었다. 성경을 읽게되고 교회에 다녔지만, 인생의 근본문제와 씨름하게 되었다. 삶의 궁극적 의미가 무엇인지, 삶과 죽음이란 무엇인지, 단 한번기회뿐인 일생을 바쳐 일해도 후회 없을 일다운 일이 무엇인지, 역사란 도대체 무엇인지 등등 엄청난 화두로 몰두하고 있었다. 높이가 1,000미터가 넘는 무등산을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씩은 자꾸 산으로 오르게 되었고, 무등산 정상에 펼처있는 억새밭에 엎드리고 서석대 바위틈 사이에 꿇어 앉아 ‘미세한 음성’ 듣기를 기다리곤 했다.
그 무렵, 가장 근본적 문제가 인생의 유한성에 대한 자각과 더불어 자연히 ‘죽음의 실상’을 또렷하게 인지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검의 현실을 가급적 자주 경험하는 것이 필요해서, 의사의 사망확인 후에 곧바로 시신 냉동보관소로 옯겨가는 흰천덮힌 병원침대를 만나려고 종합병원 복도를 서성거렸다. 늦가을, 광주시 외각 지역 시유지 공동묘지에로 가서, 인적이 없는 무덤사이 잔디에 누워 나의 신체가 죽음 이후 땅에 묻혀 육탈(肉脫) 되어가는 과정을 공중에서 내려다보면서 숨밭식의 ‘촉루관 명상’을 여러번 했다. 무슨 신경쇠약에 걸렸다거나 자살 충동이 있어서가 아니라, 죽음의 실상을 가급적 가깝게 느껴보려는 몸부림이었다. 사람의 유한성에 대한 철저한 자각이 내겐 필요했던 것이다.
  다니던 광주동부교회 벡영흠 목사께서 나의 심령상태에 관한 영적 진단을 하시고서, 나를 한국신학대학 김재준 목사에게 인도해 주셨다. 집안에서는 의외로 쌩퉁같은 신학지망의 아들 고집에 놀랐으나, 결국 교육자이셨던 아버지는 아들의 출가(?)를 허락하셨다. 신학교에 갈 무렵 나의 심령은 요한복음이 말하는 ‘은혜와 진리의 빛’으로 가득차 있었다. 이론적으로 설명하거나 교리적으로 동의하는 형식이 아니라, 그토록 사춘기의 한 소년-청년의 맘을 온통 점령했던 ‘죽음’의 문제가 더 이상 괴롭히거나 궁금증 화두로서 엄습하지 못했다. 죽음의 어두운 그림자나 독소가 빠져버린듯 했다. 생명의 힘과 빛에 점유 당하여 죽음의 문제는 머리깎인 삼손처럼 힘이 없었다. 나의 심령은 밝은 빛, 자유의 경쾌함, 은총의 기쁨등으로 충만해 있었다.

                4. 신학과 성서공부가 죽음문제와 해결에 혼란을 줌

복음의 빛과 소명에 벅찬 20대 청년의 마음에, 이번엔 좀더 전문적이고 학문적인 차원에서 ‘죽음과 죽음 이후문제’가 골치아픈 문제로 풀어야 할 숙제처럼 다가왔다. 신학공부와 성경공부를 할수록, 그리스도교라는 종교가 단순한 종교가 아니라 아주 복잡한 종교라는 것이 인지 되었다. 그리스도교 사생관 자체가 단순악기의 멜로디 연주가 아니라, 교향악단의 화음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고대 이스라엘 족장들의 사생관,   히브리 예언자 정신의 사생관, 포로기 시대 사생관, 헬라로마시대 사생관, 영지주의자들의 사생관, 묵시론자들의 사생관, 물론 최초 예루살렘 교회공동체의 베드로와 이방교회 지도자 바울의 원초적 증언기록이 각각 색상을 약간씩 달리하면서 단연 나의 주목을 끌게 되었다.
  그리스도교 신앙전통의 맥락을 집어가면서, 30대 중반부터 이웃종교들의 사생관도 조금씩 들여다 보게 되었다. 신유학적 성리학자들의 초연한 지적 정직성에 감탄하였고, 불교 선승들의 생사초탈한 무애적(無碍的) 해탈심에 경의를 표하였다. 그러나, 불교나 유교에 있어서, 학승들과 학자들의 사생관과 그 종교에 귀의하고 있는 일반신도들의 사생관 차이가 너무나 큰 것이어서, 과연 무엇이 유교나 불교의 사생관인가를 정의 내리기가 어렵다는 것도 알았다.
  이웃종교의 사생관을 조금씩 들여다보면 볼수록, 그리스도교의 사생관의 특유성이 더욱 뚜렷하게 인지되었다. 신학전통은 그만두고서, 성경 66권 자체가 주는 다양한 색깔의 ‘삶과 죽음, 그리고 영원한 생명’에 관한 증언이 무지개의 일곱색갈 보다 더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직조된 양탄자 문양같아서 지금도 본류와 지류의 구별, 기조음과 변화음의 분별, 불변적 요소와 문화상대적 요소의 분별이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인지하게 된다.
나의 사생관, 구체적으로 오늘의 대화주제인 ‘나의 부활신앙’에 계시적 영감과 깨들음의 은혜 안에서 빛을 던져준 것도 성경이지만, 혼란과 극복해야 할 난처함을 던져준 것도 성경이었다. 그 혼란의 요소들중 핵심요소 3가지만 간추리면 다음 같은 것들이었다.

(i) 인간 생명을 철저하게 유한하고 피조적이며 한정된 기간동안 ‘은총의 선물’로서 이해하는 히브리-유다적 신앙과 헬라 철학적 영혼불멸설을 전제한 영육이원론적 인간이해의 혼재와 갈등.

(ii) 네가지 복음서가 증언하는 ‘빈부덤 부활신앙 전승’과 사도바울의 ‘부활하신 주님의 현현체험 증언’사이에 있는 긴장 갈등 문제.

(iii) 강렬한 묵시론적 종말신앙의 상황에서 증언하는 ‘죽은자의 육체부활 증언고백’과 문자적 종말론을 이미 비신화시키는 요한복음적 ‘영원한 현재적 생명’에 대한 증언과의 불협화음.

         5. 나의 부활신앙과 사생관의 밑바닥에 깔려있는 성경증언 구절

오늘의 대화를 위한 발제가, 발제자의 신학적 견해나 객관적 학문이론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자리가 아니고, 매우 주체적이고 실존적인 ‘내가 믿는 부활신앙’을 말해보라는 것임을 잘 안다. 그러나, ‘나의 주체적 실존적 신앙고백’이란 것은, 그 어떤 다른 사람 일지라도, 자기자신의 개인 창작이거나 개인 확신일 수 없는 것이다. 가다머의 철학적 해석학 이론을 빌려 말하자면   인간은 ‘영향사적 의식’(Wirkungsgeschichtliche Bebusstsein) 안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순수한 내 개인의 독단적 의견이나 창작은 사람됨의 존재론적 구조상 불가능하다. 물론, 남의 견해나 경전이 지닌 전통의 권위를 빙자해서 자기의 영혼이 동의하지 않는 진리를 고백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 흙에 녹아있는 영양소를 뿌리로 빨아올려 잎과 꽃과 열매를 만들 때면, 남의 것이 아니고 자기의 살과 피가 되어있는 것이다.
  본론적 ‘나의 부활신앙’을 말하기 전에, 나는 성경의 무수한 증언말씀 중에서   나의 ‘부활신앙’을 그 말씀 속에 뿌리를 내렸던 성경말씀 몇가지를 고백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말씀들이 왜 나의 ‘부활신앙의 근거와 뿌리’가 되는지를 먼저 고백해야 하겠다.

  (i) 주 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그의 코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창 2:7)

나는 사람은 자연에 속한 한 생명체라고 믿는다. 내가 아무리 ‘순수의식’으로 자기초월능력을 가졌더라도, 나는 한 피조물이지 신적존재이거나 불사적 존재가 아님을 고백한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인 내가 분자생물학자들의 주장처럼 물질적 복잡계의 우연한 창발사건의 결과라고 단순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영원히 다 설명 할 수 없고, 논리적으로 실증할 수 없지만, 오늘 본문의 상징적 표현대로 하나님의 생명의 기운이 불어넣어지는 동안 나는 신묘한 영물로서 사람일 수 있다고 믿는다.
함석헌의 표현을 빌리자면 “하나님이 곧 사람이기는 하지만 사람이   하나님은 아니다”. 나는 나의 이 구체적 생명을 ‘하나님의 선물’로서 받는다. 나는 본시 불사체가 아니고, 유한성을 지닌 한 피조물이요, 철저히 자연에 속한 고등생물임을 고백한다. 나는 나에게 생명을 선물하신 창조주 하나님이 인격이하의 원리같은 존재는 아니지만, 인간의 인격개념으로 다 담아내기는 불가능한 ‘신비하신 이’ , ‘긍휼과 자비가 풍성하신 창조주’ 이시라고 고백한다. 나의 이생과 죽음 이후에도, 나의 생명이 어떤 형태로든지 존속된다면, 그것은 온전히 하나님의 창조적 선물인 것이지, 자연발생적 결실물이라고 믿지 않는다.

(ii) 하나님은 죽은 사람들의 하나님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들의 하나님이시다. 모든 사람은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살고 있다.(루가복음 20:38)

  위 성경말씀은 부활을 부정하는 사두개파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전하는 예수님의 대답이다. 같은 부활논쟁이 다른 공관복음서(마22:23-33,막12:18-27)에도 나타나 있다. 그러나 거기엔 “하나님은 죽은자의 하나님이 아니요 산자의 하나님 이시다”라고만 증언되어 있다. 그런데 루가는 그 구절 뒤에 한 구절을 부연 설명했다. “하나님에게는 모든 사람이 살았느니라”(개역/ 루가 20:38b)
  나의 부활신앙은, 위에서 인용한 루가복음의 성구를 사랑한다. 피조물 인간편 에서만 보면, 즉음은 모든 것의 끝이다. 적어도 개인적인 인격적 존재로서의 고유한 주체성은, 육체성이나 정신성이나 영성에서 조차도 끝이다. 물론 정신적 영향이나 생물학적 지속이 후세에 전해가지만, 인간의 개인적 존재 그 자체로서는 죽음은 ‘생명의 끝, 종언’ 이다. 그러나, 하나님이 그 인간을 당신의 전능하신 존재의 빛 속에 놓으시고 기억하시고 살아있게 하신다면, 사후의 생명의 존재성이 가능하다. “하나님에게는 모든 사람이 살아있느니라”.
  나의 유한한 생명을 앞뒤로 괄호치고 있는 기호는 탄생과 죽음이라는 괄호표식이다. 나는 그 사이에 산다. 그런데, 탄생과 죽음의 앞뒤 괄호 넘어에 혹은 밖에, 단순한 우주적 에너지(元氣)만 있거나,   無 혹은 空이 있지 않고, 하나님이 계신다고 성경은 증언하므로, 나의 부활신앙의 가능성은 신앙적으로 거기에 기초한다.

(iii)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사람은 죽어도 살고, 살아서 나를 믿는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아니할 것이다. 네가 이것을 믿느냐?(요 11:25)

나사로가 죽었을 때, 예수가 나사로의 집을 방문하여 그의 누이동생 마르다에게 하신 말씀으로서 요한복음이 전하는 내용이다. 이 구절은 다분히 요한공동체의 신앙고백이 반영되어있는듯 하지만, 초대교회의 부활신앙의 지밀한 의미를 증언해주는 귀중한 말씀이다. 나의 부활신앙은 이 성경구절을 사랑한다. 이 구절이 말하려는 점은, 그리스도인은 “죽은 다음에 인생 제2막에서 부활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부활한 생명으로서 죽는다”는 역설적 신앙이다. 그리스도인의 부활신앙은 현재적 부활능력 안에서 이미 살기 때문에, 죽어도 살고 살아서 믿는자는 영원히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생명은 이미 ‘삶과 죽음’이라는 한계상황으로서의 현상을 훌쩍 넘어서 있다는 것이다. 나도 그런 신앙이 진정한 부활신앙 이라고 본다. 단순한 ‘부활신앙의 실존론적 해석’이라고 좁게 보지 않는다. 실존론적 부활신앙을 포함하여 그것을 더 넘어서는 삶, 시간을 넘어선 시간의 충만으로서의 영생신앙이라고 믿는다.

(iv)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를 죽음의 고통에서 풀어서 살리셨습니다. 그가 죽음의 세력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행2:24)

나의 부활신앙의 자람 과정에서, 인용한 사도행전이 전해주는 베드로의 처음 설교(케류그마) 증언에서 예수 부활증언은 중요한 구절로서 나에게 다가왔다. 왜냐하면, 아지 그리스도론의 신학적 도그마가 논의되기 전이요, 히브리적-유다적 정신지평에서 비교적 이교사상에 오염되지 않은채 순수하게 성장한 갈릴리 어부의 부활이해가 적라라하게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첫 설교에 의하면, 예수의 부활은 그가 지닌 신적 속성 때문도 아니고, 영혼 불멸성 때문도 아니다. “그가 죽음의 세력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라고 한다. 그리고 그를 살리신 것은 예수의 초능력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살리셨다는 것이다.
나는 베드로의 입을 통해 설교형식으로 선포된 사도행전2:24의 말씀은, 적어도 원시그리스도교 공동체의 부활신앙 증언(행2:22-36)의 핵심을 내포한다고 믿는다. “왜 예수는 죽음의 세력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확신하는가?” 우리 귀에 더 익은 개역성경에는 “하나님께서 그를 사망의 고통에서 풀어 살리셨으니 이는 그가 사망에 매여 있을 수 없음이라”고 말했다.
  굳이 케류그마 안에서 예수가 사망에 매여있을 수 없는 이유를 찾는다면 “하나님께서 나사렛 예수로 큰 권능과 기사와 표적을 너희 가운데 베푸사 너희 앞에서 그를 증언 하셨기 때문이다”(행2:22). 나사렛 예수라는 인간의 삶이 내포한 ‘권능, 기사, 표적’의 구체적 내용은 병든 자를 치유하고, 귀신들린 자를 낫게하고, 가난한 자를 위로하고, 자기를 낮추시어 자기희생의 사랑을 베푸신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나사렛 예수가 삶으로 보여준 ‘사랑과 공의의 삶’은 죽음의 권세라 할지라도 어찌 할 수 없는 영생하는 것이라는 확신과 그 사실을 확증해보이시는 것이 ‘하나님의 살리심 사건’ 이었다는 고백이다.
  ‘진실과 사랑’은 죽음보다도 강하다는 믿음과, 하나님 또한 그 속성이 ‘신실과 사랑’이시기에, 나사렛 예수를 다시살리신 것은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속담처럼 합당한 일이며, 사도들의 공동체는 그 되어진 일의 증인이라는 자부심과 자신이 있다. 나의 부활신앙도 그러한 신념에 기초하고 있다.


(v) 사랑하는 여러분, 이제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만,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시면 , 우리도 그와 같이 될 것임을 압니다. 그 때에 우리가 그를 참모습대로 뵙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요한 1서, 3:2)

요한신학의 핵심은 ‘사랑’에 있다는 것을 우리가 알고 있지만, 초대 그리스도 신도들은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밝혀지지 아니한체 시간 속을 순례중임을 깨닫는다. 청동거울 속에서 물건의 상을 보는 것처럼 희미하고 모호성에 휩싸여 있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한가지 믿는 것은, 종말의 파루시아가 이뤄지면 “우리도 그 분과 같이 될 것을 압니다” 라고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참사람 예수의 부활한 생명이 진실이라면, 나머지 우리도 그와 같이 변화될 것임을 믿는 신념을 본다. 시공간의 유한범주 안에 갇혀서 현재 이 땅에서 살고 있는 나는, 마치 섬돌아래서 울고있는 귀뚜라미가 그 집 주인의 인격적 생명의 존재양식을 알수 없듯이, 죽음 이후의 존재방식을 모른다고 고백한다.
솔직하게 말한다면, 사람의 심령적 밝음과 맑음의 기준에서, 나 자신보다도 훨씬 깊고도 높은 경지에 도달한 그분들의 증언과 권고를 나는 받아드리는 것이 훨씬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믿는다. 내 몸둥이가 고장 났을 때는 신체구조에 관한 치료전문가인 의사의 말을 믿고 따르듯이, 귀농생활을 시작하는 대학교수가 있다면 70평생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온 농부의 조언과 체험담을 귀담아 듣는 것이 당연하듯이, ‘죽음 이후의 삶과부활에 대한 견해’에 관해서는 예수ㆍ바울ㆍ요한ㆍ야고보의 말을 듣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주체적이고 실존적인 부활신앙 고백이 되기 위하여, 나 자신 보다도 훨씬 생명의 신비와 진실을 꿰뚫어보고 경함한 그들의 증언소리와는 반드시 다르게 구성되거나 표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그런 문제를 언어로 표현하려 하면 할수록, 그들이 표현했던 것보다도 그 신비한 차원의 실재를 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은유나 비유를 나는 어느 철학 ㆍ문학 속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을 고백하고 싶다.

(vi) 죽은 사람들의 부활도 이와 같습니다..... 자연적인 몸으로 심는데, 신령한 몸으로 살아납니다. 자연적인 몸이 있으면 신령한 몸도 있습니다. .....그러나 신령한 것이 먼저가 아닙니다. 자연적인 것이 먼저요, 그 다음이 신령한 것입니다......썩을 몸이 썩지 않을 것을 입어야 하고, 죽을 몸이 죽지 않을 것을 입어야 합니다.(고전 15:42, 44, 46, 53)
   나는 이 둘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세상을 떠나서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훨씬 더 나으나, 내가 육신으로 남아있는 것이 여러분에게는 더 필요할 것입니다.(빌 1:23-24)

나의 부활신앙의 형성과정에서 마지막으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성구를 위에서 인용 표시하였다. 이른바 전자는 바울의 중요한 편지요, 후자는 후기 바울서신이라고 성서학자들이 부르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두 편지가 바울의 편지라고 받아드린다. 그렇게 볼 때, 전자는 그리스도의 파루시아가 곧바로 임하리라는 ‘임박한 종말신앙’의 분위기를 느끼는데 대조하여, 후자는 ‘종말의 지연’에 따르는 변화 곧 ‘부활신앙의 신학적 패러다임’ 에 변화를 감지한다. 그러나, 일관되게 지속적인 바울의 확신은 ‘부활의 몸’은 생화학적 유기체로서의 ‘육체의 소생’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변화’(metamorphosis, transfiguration)를 입게된 것이라는 점을 누차 강조한다. 그리고, 그는 그의 죽음과 동시에, ‘그리스도와 함께 있게 될 것임’을 믿었다.

                    6. 나는 부활을 이렇게 신앙한다

  이상의 성경구절을 인용하면서, 이미 나는 나의 부활신앙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성경을 소개하였다. 그러한 성경구절들은 이제 퇴비처럼 흙속에 삭아져서, 나의 부활신앙의 영적 영양소가 되었고 통찰력의 원천이 되었다. 모든 종교들의 궁극적 목적중 하나는 죽음의 극복 혹은 삶과 죽음의 통일에 있다. 그 길과 방편이 다양한 것은, 종교가 탄생하고 전통으로 구성되는 과정에서의 ‘문화ㆍ역사적 삶의 상황’ 차이와 해결하는 패러다임의 다양성에서 유래한다고 본다.
불교의 사생관은 인도적 삶의 뿌리에서 나왔고, 유교와 노장사상의 사생관은 동아시아의 삶의 토양 속에서 형성된 것이다. 모두가 위대한 것이고, 각각 그 나름대로 죽음문제를 해결하고 생사를 초탈한 자유인으로서 자비ㆍ어짐ㆍ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간다.
  그리스도교 역시, 세계 고등종교중의 한가지 라고 본다. 성경종교는 그리스도교가 형성된 문화ㆍ역사적 토양속에 뿌리 내린 생명나무 거목과 같다. 동아시아 문화풍토 속에서 자란 내가, 불교나 유교등 동양종교의 사생관을 따르지 않고 그리스도교적 신앙전통을 따르고 선택한 이유는, 내가 경험한 실존적 문제의 곤궁성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성서종교의 해답이 보다 나 자신에게 정합성과 포괄적 대답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죽음을 어떻게 보는가는 삶을 어떻게 보는가와 직결된 문제이고, 사후의 영생을 어떻게 신앙하는가의 문제는 죽은 다음 미래문제를 염려해서가 아니라 오늘의 역사적 현실을 어떤 자세로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i) 나는 나의 생명이 존재한다는 사실자체를 늘 감탄과 경이로움과 감사로서 직관하면서, 동시에 유한하고 지극히 연약한 한 생물체로서 진화의 결과로 나타난 ‘고등생물’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과학적 지식은 나의 생명의 잉태와 유전자 발현이 부모님의 자식으로서 시작되지만, 그 생명물줄기는 부모를 넘어서 35억년을 거슬러 올라간다고 본다. 그 모든 생명물줄기의 과정에서, 나의 신묘한 생명체는 유전자의 생화학적 메카니즘에 의해서만 가능하지않았고, 간단없는 창조주 하나님의 창조적 은총의 힘, 존재지탱의 힘, 새로움을 창발시키는 생명의 영의 부어짐과 활동의 장 안에서 가능했다고 고백한다. 한마디로 나의 현재적 ‘생명현상’ 그 자체만도, 사후의 부활생명 못지 않는, 기적과 같은 하나님의 창조적 선물로서 생각한다.

(ii) 나는 나의 생명이, 인간 그 자체로서는 유한하며 사멸적 존재라고 본다. 대 자연의 부분으로서 자연에서 나와서 자연으로 돌아갈 존재로서 다만 하나님의 입김에 의해서 ‘생령이 된 흙덩이’라고 본다. ‘하나님의 입김에 의해서’라는 신앙적 은유는 분자생물학적 설명이나 전자현미경의 물리적 설명으로 포촉되거나 설명 활수 없는 ‘생명창발의 존재론적 구성소’라고 나는 생각한다. 화이트헤드의 유기체 철학에서는 ‘현실재’(actual entity)가 구체적 실재로서 생성되려면 물리화학적 인과율과 구성소 이외에 ‘eternal object' 와 ‘god’이 요청된다고 보았는데, 정직한 새로운 형이상학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내가 온갖 분별의식과 잠재의식과 무의식의 잔재물 까지 다 털어내고 ‘순수의식 그 자체’ 상태에 도달했을 때에도, 그 순수의식이 나 자신의 인간본성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내안에 와계신 하나님의 현존적 바탈이라고 생각한다. 다시말하자면, 나는 인간이지 하나님이 아니고, 피조물이지 창조주가 아니라는 성경의 원초적 증언을 받아드린다.

(iii) 나는 창조세계가 차원을 달리한 ‘다차원적 실재’(multidimensional Reality)라고 생각한다. 내가 경험하고 아는 세계는 시공4차원의 세계의 일이니까, 차원을 달리하는 더 높은차원의 존재질서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 세계는 은하계 우주 밖에 존재해야 할 필요는 없고, 차원만 달리하면서 현재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세계와 긴밀한 관계를 가지며 ‘불연속적인 연속성’을 지닌다고 생각한다. 예수나 석가모니등 성현들은 보통 사람들의 일상속에서 감지하지 못하는 생명(존재)의 충만한 실재성을 더 예민하게 명료하게 느끼며 살고 가르친 분들이라고 믿는다.

(iv) 나는 나의 사후는 죽음으로서 일단 마감하는데, 창조주 하나님의 은총과 사랑이 나의 생명을 변화시키며, 사멸할 유한생명을 영생의 생명으로 이어주신다는 그리스도교 신앙을 믿는다. 그것은 지식으로서는 알 수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는데, 예수와 바울이 증언하는대로 현세의 존재양식과는 다른 세계라고 믿는다. 통칭하여 ‘빛과 진리와 사랑의 세계’라고 말 할 수밖에 없다. 그 안에서 나의 생명은 마치 현대물리학에서 말하는 ‘빛의 이중성’(파동성과 입자성)처럼 나의 영적 생명체, 영적 몸은 개체이면서도 전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 앞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살아있고, 존재방식은 천사들처럼 시공제약을 받지도 않는다. 그 영체는 개인적이면서도 동시에 항상 전체적이다.

(v) 나의 부활신앙은 초대교회 신자들이 믿었던, 만물의 종말과 함께 잠자던 죽은자들이 모두 나팔소리와 함께 살아난다는 소위말하는 ‘육체부활’을 받아드리지 않는다. 육체는 대자연 속에서 빌려쓴 것이므로 대자연으로 되돌아가 자연의 물리화학적 소재로서 환원된다. 하나님께서 덧입혀주시는 ‘영적 몸’은 물리화학적 ․ 생물학적 유기체와는 질적으로 전혀 다른 것이라고 보는데, 그 것이 무엇인지는 내 이성으로서는 모른다. 성경사람들이 증언한대로 ‘부활한 예수의 몸’처럼 변화 할 것이라고만 믿는다. 그러므로, 나는 그리스도교 신앙 형성의 핵인 ‘예수의 부활’을 ‘실존론적 해석’만으로 받지 않는다. ‘실존론적 해석’은 ‘부활의 현실성’에 대하여 빛의 스팩트럼의 한 분광 색상처럼, 한 측면을 말 할 뿐이라고 본다.

(vi) 나의 부활신앙은 ‘부활의 때’에 관한 논의 자체는 시간성의 질적 차이를 고려 할 때 의미 있는 토론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현재적 시간개념으로 말한다면, 죽음과 동시에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흔히 ‘임사체험자’들이 말하는 죽음 직후의 오관의 잠재기능은, 인간두뇌의 의식활동의 잔영이라고 생각하며, 그 단계를 넘어선 전혀다른 ‘빛의 세계’에로 진입은 초시간적 사건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상에서 말한 나의 현재적 신앙고백은 조건없는 하나님의 초청과 은총이라는 대전제에서 가능한 소망의 일거리이다.
죽음의 임종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정직한 마지막 말은 “하나님 지난 일생을 감사합니다. 내 영혼을 하나님 품에 맡기나이다”라고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