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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주의 이산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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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주의 이산가족

김경재
(크리스찬아카데미 원장 / 한신대 교수 http://soombat.org)

1. 기뻐하기 전에 부끄럽고 수치스런 줄 알아야

  삐뚜러진 눈으로, 당파적 정치색맹의 눈으로 세계현실을 보는 일부 사람들을 제외하고서는 6.15 남북 정상회담은 정말 한 민족에게 역사적 사건이자 축복과 감사의 대사건 이었다. 그런데 매우 유감스럽게도, 야당 당수이면서 차기 대권도전의 야망을 불태우는 한나라당 총재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실망을 금할 수 없다. 그가 야당 지도자로서 6.15 남북정상   회담의 역사적 의미를 교묘하게 폄하하면서 구시대의 사고발상법인 냉전논리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흔적을 나타내 보인 것은 여야를 떠나서 매우 걱정스럽기도 한 점이다. 오죽했으면 같은 야당 한나라당 부총재 박근혜씨가 지적하기를 "북쪽의 전략에 말릴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남북정상회담에 당 대표를 파견해서는 안 된다고 우기던 이 총재가 기자회견에서는 갑자기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했다. ..도저히 앞뒤가 안맞는 언사"라고 지적했을가 싶다.
  물론 남북의 화해와 협력은 말처럼 그렇게 쉽게 척척 해결되지 못하는 어려운 문제이므로 뜨거운 가슴과 함께 차분하고 합리적인 머리를 지녀야한다. 그렇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6.15 남북 정상회담의 역사적 의미를 폄하하거나 역사의 물줄기를 뒤로 되돌리려는 이 땅의 수구 보수세력들의 준동을 엄정하게 막아내야 할 과제가 사심없는 국민 모두에게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의 의제로서 다루었던 여러가지 본질적이고 매우 핵심사안들을 허심탄회하게 충분히 논의했지만, 가시적으로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화해와 협력의 제1차적 사업이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왕래교섭의 문제였던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왜 그랬을까? 남북 이산가족의 한을 푸는 문제야말로 분단 50년 냉전체제에 희생이 된 한 민족 고통을 풀어가는 단초가 되고 가장 리얼한 현실적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 문제는 이산가족 1000만 해당자    가족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칠철만 한민족의 화해,치유,협력, 상생의 상징적 사업으로서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기독교 목사님의 설교처럼, '6.15 남북 공동선언문' 채택의 역사적 사건은 마침 교회력상으로 성령강림절에 일어난 역사적 사건이었는데, 한 민족에게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각별하신 성령의 선물로서 이해하고 받아야한다. 오순절 성령강림의 사건은 분열과 대화불통이라는 바벨탑 역사가 극복되면서 화해와 의사소통과 문물소통이 일어나는 '생명의 영'이 일으키신 은혜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6.15 남북 공동선언문'이 양측 정상의 직접서명을 통하여 성취되고, 그 결과 50년만에 꿈에도 그리던 이산가족 상봉문제가 본격적으로 현실화되었지만, 감격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조금만 차분하게 생각해보면, 기쁨만이 아니라 부끄럼과 슬픔으로 가슴이 저민다. 생각해 보면, 지구상 어느 못난 민족이   서로의 가족을 지척에 두고서 생사마져 모른체 단절의 역사를 반세기 50년동안 계속했단 말인가 ? 지구상 어느 민족 어느 국가가 20세기 냉전체제가 역사의 유물이된지 오랜뒤까지 계속해서 냉전의 논리에 스스로 몸과 맘을 결박하고서 서로를 헐뜯고 서로를 군사상 '주적'이라고 강조하면서 편지한장 오거나 갈수 없게 만들었단 말인가?
  그동안 휴전선 철조망을 사이에두고 서로 총칼 대포 사정거리를 상대방 진지에 고정시킨체 50년이 흐르는 동안, 남북 양측은 부끄럼도 수치감도 모르는 백성이 되어버린 것일가? 우리는 남북 양측이 상대방에게 삿대질하면서 세계사람들에게 하소연하기를 "저 쪽 사람들은 나쁜 사람들이에요. 제발 우리를 도와주세요. 그리하여 저쪽이 다시 고개를 못들게 만들어버려야 돼요"라고 말하면서 형제를 서로 비방하고 세상사람들 앞에서 같은 단일민족 형제끼리 싸움질을 해온 것이 아닌가? 그러나, 한반도 밖에서 남북한의 싸움과 긴장의 모습을 바라보는 세계사람들의 시각은 우리들의 그것과 전혀 다르다는 사실에 대하여 우리민족은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이 별로없다. 세계사람들도 우리처럼, 우리편을 들면서, 우리가 가진 시각으로 한반도의 긴장갈등을 냉전사고로서 보면서 우리입장을 지지해주겠거니 생각해온 것이다.
  과연 그러했을가? 가만이 생각해보니 그것도 부끄럼과 수치심과 슬픔이 어울려 가슴을 짓누른다. 세계사람들은 아마 세가지 부류가 있을 것이다. 첫째부류는, 아예 한반도의 냉전구조와 분단 갈등 긴장 상태를 전혀 모르거나 아예 무관심한 부류이다. 한국이 지구 동아시아 어느쯤에 위치하고 있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도 태반이나 될 것이다. 둘째부류는, 다소 흥미를 가지고 한반도문제를 보기는 하되 참으로 한심하고 무능력하고 못나기가 둘째가라면 서운한 한심한 제3세계 후진 국가 하나가 저기에 있다고 생각하는 부류의 세계인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의 눈에 비치는 한반도 문제는 아프리카 독립신생국가 정치후진국들 중에서 흔히 서로 죽이고 죽는 내전상태를 계속하는 것처럼 보일수도 있다. 한국 민족이 아프리카 신생국 정치후진국의 내전싸움을 경멸하듯이 우리 민족의 50년간 분단갈등 상황을 그렇게 경멸심을 가지고 아니면 연민의 맘을 가지고 한심한 민족 이라고 세계사람들은 볼 것이다. 셋째부류는 제법 한민족을 끔직이 위하고 생각해주는 척 외교적 언사를 늘어놓으면서도 기실 그들 속셈은 자국의 안보와 자국의 경제이익을 극대화 시키려는 동기를 가지고 한반도문제를 바라보고 생각하는 주변4강국이 있을 것이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오늘의 지구촌에서 함께 삶을 살아가는 세계인들이 한반도 우리 민족의 분단갈등 상태를 바라보는 눈길은 위에서 말한 세가지 입장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 한민족 칠천만은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는 얼마나 미성숙한 사람들이기에 다른 세계인들이 남북 각자의 편이 되어주고 남북 각자의 입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주면서 우리 당사자처럼 한민족의 문제를 염려해 주리라고 착각하면서 살아왔던가? 그들이 인터넷 정보망을 통하여 한민족 이산가족들 늙으신 노인들이 눈물을 닦으면서 혈육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소식이라도 알았으면 좋겠다고 울먹이는 모습을 동화상으로 본다면 도대체 그런 기막힌 현실이 21세기 지구촌에 아직도 있다고 쉽게 납득할 것인가?
그런점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6.15 남북 공동선언문'에 남북 정상이 직접 서명하여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교통의 문제가 분명히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기에 기뻐하고 감격해야 할 일이면서도, 사실 부끄럼과 수치심과 슬픔이 마음 한 구석에 일어나는 것을 숨길 수가 없다.

2. 인도주의 관점에서 본 이산가족의 비극

무릇 인간은 자신이 자각을 하던 안하던 정치적 동물이라고 한다. 인간은 개인이면서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사회를 구성하면서 살아가는 방법론에 의해서, 그리고 사회집단과 집단간의 의견차이로 인해서 인간사회 속에는 언제나 분쟁이나 전쟁이 있어 왔다는 것은 역사적 현실이었다. 한민족 1000만 이산가족의 비극도 그러한 인간문제로부터, 인간의 사회적 정치적 죄성으로부터 기원한다.
세계 제2차대전 종전 직후, 한반도를 군사력으로 지배하던 일본군을 무장해제하기 위해 당시 2차대전 연합군으로 참여했던 미소양국은 38선을 경계로하여 남북에서 일본군 무장해제와 권력 공백상태가 된 남북한 땅의 치안유지를 위해 군대를 진입시킴으로부터 분단 씨앗이 뿌려졌다. 세계 정치학자들은 한국전쟁 발발원인을 두가지 측면 곧 국제적 국내적 요인으로 분석한다. 국제적 원인으로서는 2차대전 종전 이후 세계를 지배하던 국제 냉전싸움 곧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패권국가들의 세계지배전략의 희생양이 된 결과요, 국내원인으로서 국내 정치세력간의 헤게모니 쟁취를 위한 내전적 성격이 서로 상승작용을 해서 분단비극과 전쟁비극과 이산가족의 비극이 발생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크게 보아서 틀린 분석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정치학자들이 정치학 책 몇페이지에 글자를 사용하여 이론으로 설명해놓는 그 이면에 얼마나 아픈 인간들의 고통과 슬픔과 통한이 서려있는지를 인도주의 관점에서는 더 큰 문제로 주목할 수 밖에 없다.
  무릇 학문이론이란 "미네르바 부엉이는 해가 진 뒤에 날아간다"는 저 유명한 말처럼 햇빛이 눈부시게 비취는 대낮의 역사현실을 포촉할 능력이 없다. 사건이 지나간 뒤에, 비극과 희극을 치른 뒤에, 진한 땀과 붉은 피가 툭툭 튀는 리얼한 현실이 냉각된 뒤에, 왜 그랬을가 하고 뒤돌아보면서 설명하고 이해하려는 지성적 활동작업을 학문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엄숙하게 인지한다면, 이론보다 현장의 현실이 앞서고 중요하며, 정치적 명분론 보다도 정치가 궁극적으로 봉사해야 할 인간의 행복추구권이 앞서고 중요한 것이다. 도대체 정치란 무엇인가? 도대체 정치란 무엇 때문에 필요하며 궁극적으로 존재하는 것인가? 정치를 위해서 인간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을 위해서 정치가 존재하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본말이 뒤죽박죽되어 가치혼란과 비정상태가 정상태처럼 되어버린 세계사 속에 오셔서 명확관화하게 진리의 바른 질서를 갈파해주셨다. "안식일을 위해서 사람이 있지않고 사람을 위해서 안식일이 있는 것이다"라고.
  인도주의라는 일반적 의미는 모든 인류의 공존과 복지의 실현을 꾀하려는 박애적인 사상이지만, 그 근본뿌리에 놓인 정신의 핵심은 글자그대로 사람이 사람으로서 가야할 길을 가장 먼저 중요시하며 모든 행위와 가치판단에서 인간존엄성을 일차적으로 생각하려는 사상이다. 그렇다면 지난 50년 남북 분단이라는 정치적 대치상황 속에서 혈육이 혈육을 찾고, 자식의 어머니를 찾고, 부모가 자식을 찾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인위적으로 막아놓고 강제적으로 격리시켰던 이 땅 50년간의 정치는 실패작이요 무서운 범죄인 것이다.
  한국전쟁이 실질적으로 일어나기 전후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또는 전쟁 전후 피난길에서 어린자녀들을 보다 안전한 지역으로 소개시켜 가족의 안전을 도모하려했던 잠간동안 일줄 알았던 가족간의 헤어짐이 반백년 50년이 될 줄은 그 당시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당시 30세였던 장년은 이제 80고령이 되었고, 15살 되던 중학생은 회갑이 넘어 손자손녀를 보게되었다. 자식들을 낳고 기르며 손자 손녀를 보게되고, 풍진세상을 살아보면 볼수록 그 누구보다고 고향에 남겨두고 온 부모님 생각에 자못 이루며 불효자로서의 한이 가슴에 맺혀 남모르게 '어머니!'를 불러보며 베개를 눈물로 적시며 잠못이루는 밤이 그 얼마나 많았던가? 도대체 혈육의 생사소식을 알고싶고 부모자식 형제간의 혈육을 만나고 싶다는 인간의 이 원초적인 욕구와 기본적인 권리를 차단하고 가로막는 정치나 이념이나 제도란 무엇일까?
  한국인은 분노할 줄 모르고, 저항할 줄 모르고, 인간으로서의 기본권리를 주장 할 줄도 모르는 못난 백성이어서 그런가, 아니면 국가라고하는 어떤 개인보다 더 큰 실재의 국난을 이해하여 개인의 사사로운 작은 기본권리를 자발적으로 기쁘게 포기할만큼 위대한 국민이어서 그랬을까? 도대체 나라나 국가란 무엇이며 그것의 실질적 실체는 국민말고 다른 그 무슨 관념적인 허상이 있단 말인가? 나라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공화정치의 헌법을 남북한이 모두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뜻이나 소원은 철저히 무시되고 억압되었으며, 다만 냉전의 차거운 흑백논리만이 우리사회를 지배하였던 것이다. 우리는 남과 북이 모두 이데올로기의 노예가 된 것이다. 사람의 도리를 따라 사람답게 살아보고자 몸부림쳤던 용감했던 사람들은 박해를받고 감옥엘 가며 심지어 목숨까지 빼앗기곤 했던 것이다.
'6.15 남북 공동선언'을 통하여 이산가족의 상봉사업이 이제 구체적으로 실현하게 된다는 것은 위에서 말한 우리들의 그 부끄러운 자화상에 종지부를 찍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50년 한국 정치사에서 국민의 애환을 풀어주어야 할 역대 정치인들이 특히 냉전상황과 분단현실을 이용하여 정권안보 논리를 가지고 자신의 정치적 탐욕을 지탱한 정치인들은 하나님 앞에서, 역사 앞에서, 그리고 그 자신의 양심재판정에서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할 것이다.

3. 이산가족의 문제해결은 '역지사지'의 정신을 발휘해야

'6.15 남북 공동선언'에 남북 정상이 남북 국가를 대표하여 서명을 한 이상 차질없이 실현 될 일이지만, 이 엄청난 일이 유종의 미를 거두려면 남북 칠천만 국민모두가 '역지사지' 하는 깊은 마음 씀이 절대로 요청된다.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닌 것이다.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는 것, 자리를 스스로 바꾸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을 '역지사지'라 한다. 어느 사람이 얼마나 성숙한 사람인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은 그 사람이 얼마나 '역지사지'할 줄 아는 마음의 여유와 감수성을 지니고 있느냐로서 판단해 볼 수 있다. 고등교육을 받아 공부를 많이 한 인텔리라고해서 반드시 '역지사지'하는능력이 자동적으로 학력과 정비례하는 것이 아니다. 나이가 먹으면 인생경험이 누적되어 '역지사지' 능력이 증가된다는 보장도 없다. 도리혀 많은 학식을 가진 사람, 나이가 많은 늙은 사람들 중에서도 '여지사지' 할 줄 모르고 자기 입장에서만 사물를 보고 가치를 판단하는 외골수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첫째로 '역지사지'는 먼저 이산가족들 당사자들과 이산가족이 아닌 국민들간에 일어나야 한다. 이산가족이 아닌 국민들은 아무리해도 이산가족 당사자들보다는 그 문제에 관심이 덜가는 것이다. 애타게 부모형제를 만나고 싶은 맘이나 가족의 정확한 생사여부 소식을 듣고 싶어하거나, 설혹 돌아가셨더라도 부모님 무덤앞에 찾아가 술한잔을 올리며 불효를 용서해달라고 목놓아 울고싶은 심정을 이산가족이 아닌 국민은 잘 모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선 '역지사지'는 우리 남한은 남한대로 북한은 북한대로 국민들 사이에서 일어나야한다.
둘째로 '역지사지'는 남쪽사람과 북쪽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야 한다. 최근에 남북정상회담시기에 납북자나 탈북자 월북자 이야기는 왜 없었는냐고 항의하는 동족들도 있었다. 북쪽사람들 특히 북쪽 정치국 당사자들 입장에서 보면, 해방직후부터 시작해서 6.25전후 북한을 떠나 남한으로 내려온 월남한 사람들이 그렇게 곱게만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월남한 사람들은 북조선의 사회주의 국가건설임무를 저버리고 조국을 버린 사람들이라고 생각 할 것이다. 6.25 이후 한국전쟁 전후해서 월북한 사람들과 그들 가족을 바라보는 남한 사람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음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들은 '빨갱이 가족'이라는 곱지않은 딱지를 달고, 마치 유대인들이 나치치하에서 다윗별을 가슴에 달고 살아야했듯이 맘조리고 살아야만 했었다. 이제 이산가족의 문제를 우리가 주체적으로 풀기로 한 것은 이러한 입장차이를 서로 바꾸어 '역지사지' 함으로서만 가능하다.
셋째로 '역지사지'는 이산가족 문제를 일선에서 담당하는 정부관리들과 일반국민들 사이에서 일어나야한다. 관리들은 이산가족 문제가 마치 자기자신의 부모형제 만나는 일처럼 가급적 빨리, 더많은 사람이, 덜 복잡한 수순을 밟아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나치게 안전위주로만 일처리를 한다던지 행정 편의주의로 한다면 절대 안될 일이다. 기다리는 국민들은 거꾸로 일선 공무원들의 입장을 생각하면서 입장을 바꾸어 기다리고 좀더 인내하면서 50년을 기다렸으니 5개월쯤 못참겠느냐고 느긋한 맘을 가져야 한다. 이산가족의 숫자가 나이들어 이미 돌아가신 분을   감안한다고해도 700만명을 헤아린다고 하니, 그 많은 사람의 주소명단을 확인하고 절차를 밟아 상봉이나 방문을 실현시키려면 다소간의 시간과 절차도 있을 수 밖에 없음을 감안하는 '역지사지'가 요청된다.
넷째로 '역지사지'는 부자와 가난한자 사이에서 일어나야 한다. 금강산 관광지에서 상봉장소를 마련한다면 여비가 없어서 가보고 싶어도 못가는 동족도 있을 것이다. 더 중요한 '역지사지'의 경우는 무엇인가? 한국동란 전후하여 헤어진 부부 사이지만 부부 관계를 끝까지 지켜 남북한 땅에서 재혼을 하지않고 만날날을 애오라지 기다린 사람들과, 사정과 형편상 남북한에 남편과 아내를 각각 남겨두고 재혼을 한 사람들 사이에 정말 '역지사지'가 일어나야한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이산가족의 상봉은 엄청난 비극과 충격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그런점까지 생각이 미치면, 이산가족의 만남의 문제는 단순히 인간의 혈육의 정을 충족시키기 위한 일을 넘어서는 일로서 매우 정신적 일이요 영적일 임을 알 수 있다. 다시말한다면, 이산가족의 만남의 문제는 기독교신앙 정신에서 볼 때, 하나님이 일으키시는 '희년의 해' 사건으로서 매우 종교적인 의미를 지닌 사건임을 깨닫게 된다. 50년이 되는 해, 이스라엘 백성들은 종으로 팔려갔거나, 남의 집 머슴으로 일했거나, 모두 자기의 본래 지파로 돌아갔고 각각의 지파들은 야훼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형제자매를 아무 조건없이 따뜻하게 맞이하여 새로운 평화의 공동체 건설을 새롭게 다시 시작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