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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에게 길을 듣는다(기장 전북 청년집회, 2016.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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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집회]            장공에게 길을 듣는다
                                            김경재( 장공기념사업회 이사장)

1. 들어가는 말
우리의 이번 집회 큰 주제는 < 주여, 우리에게 길을 가르쳐 주소서!>이다.
우리는 길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알고 있다.
주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요14:6)고 하셨기 때문이다.
예수를 ‘따름’이 길이요, 예수를 ‘닮음’이 진리요, 예수를 ‘삶’이 생명이다.
알면서도 따르지 못하고, 닮지 못하고, 삶으로 체현(體現)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와 맞선 거대한 ‘현실세계’ 힘 앞에 주눅들고, 유혹당하고, 압도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 세계 삶의 질서’가 오늘을 살아가는 크리스챤들을 왜소하게 만든다. 특히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완전히 서지 못하는 젊은이들에게 ‘예수의 길’은 의심마저 든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믿을만한 참 지도자가 필요하다. 말로서가 아니라 삶으로서 복음의 진리를 실제적으로 경험해 본 지도자들의 산 증언이 필요하다.
‘부패하고 타락한’ 교계지도자들이 젊은이들을 절망하게 하지만, 알고보면‘바알에게 무릎 꿇지 않은 사람’(롬11:4), 참된 신앙의 사표(師表)가 적지않게 많이 있다.
예를 들면 규암 김약연, 도산 안창호, 남강 이승훈, 순교자 주기철, 김교신과 함석헌, 장공 김재준과 그의 제자 문익환과 이우정등, “우리들을 둘러싼 구름 같이 둘러싼 허다한 산 증인들”(히12:1)이 있다.
오늘 이 시간, 강연자는 ‘장공 김재준 목사’를 특별히 여러 젊은이들에게 우리들의 사표로서,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을 가르쳐주시는 참 목자로서 소개하며 함께 용기를 얻고자 한다.

II. 왜 장공 김재준 목사(1901-1987)에게 길을 듣고자 하는가?

  ① 한국 기독교 역사 230년( 가톨릭 교회사까지 합하여 계산) 동안, 훌륭한 인물이 많이 배출되었지만, 가톨릭교와 개신교, 보수파와 진보파, 개신교 교단과 신학학술단체의 편견을 모두 거두고 볼 때, 장공 김재준(1901-1987)과 신천옹 함석헌(1901-1989)의 의미는 불교계에서 원효와 의상, 유교계에서 퇴계와 율곡에 해당하는 거목(巨木)이라고 강연자는 보기 때문이다. 개인의 주관적 독단은 아니다. 그 두분이 남겨놓은 각각 20여권의 『全集』이 그것을 증명한다.

② 김재준과 함석헌의 기독교적 신앙과 삶과 사상은, 동아시아적 종교문화 토양과 민중의 고난이 점철된 정치사회사적 상황 속에, ‘갈릴리 예수의 복음의 씨’가 떨어져 주체적으로 옹근 열매로 맺혀진 대표적 결실물이요 결정체라고 보기 때문이다.

③ 특히 장공 김재준은 한국 개신교전통에서 진보적 기독교를 대표하는 인물이요, 기독교장로회 탄생의 중심인물이며, 한신대학교 신학정신의 뿌리이며, ‘삶과 신앙’을 통전시킨 ‘생활신앙의 선구자, ‘야고보적 영성의 원조’ 이기 때문이다.

④ 장공의 생애와 사상을 압축요약한 참고문헌을 찾는 청년이라면 다음 3가지 자료를 소개한다.
  (1) 장공기념사업회 편저, 『장공 김재준의 삶가 신학』(2015, (사) 장공기념사업회)
  (2) 김희헌, 『하나님만 믿고 모험하라』(2013, 너의 오월)
  (3) 김경재, 『김재준 평전』(2015, 증교개정판, 삼인출판사)

III. 장공에게 묻고 길을 듣는다.

물음 1: 장공선생님은 자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장공대답 : “나는 교실에서 탈락한 사람인데 교회에서, 위로부터 난 영의 사람이 되었던 것이라오. 그 뒤 기도에 욕심장이가 되었고 성경이 꿀송이처럼 달았다오!
평생을 뒤돌아보니, 주님께서 동행해주셨다고 느껴지며, 바울사도 고백처럼
‘나의 나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하오!”

[해설]    : 장공은 함북 경흥군 상하면 오봉동 찰꼴마을(아오지 탄광개발 이전)에서 탄생했다. 유가의 가문에서 태어나 아버지를 서당 선생으로하여 사서삼경을 읽었다. 동양고전의 습득은 훗날 큰 영향을 끼치지만, 신교육 과정으로서는 회령 간이 농업학교 졸업학력이 20세 이전까지 그가 받은 학력의 전부였다. 장공은 대기만성형 인물이다.

1920년 수도 서울에 와서 늦은 정규 속성중동학교, YMCA 독서실등에서 신학문을 접했다. 24세때(1924) 서울 승동교회에서 열린 장로교연합부흥사경회(김익두목사 강사) 회심을 경험하고 크리스챤이 되었다. 그 무렵 성 프란시스의 ‘청빈의 영성’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장공은 확신하기를 <자연인, 옛사람, 혈육적 인간>은 성령의 감동감화와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안에서 <새사람, 거듭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독교는 <거듭남(重生)의 종교> 라고 확신하며, 교회의 가장 본질적 기능은 <인간혁명의 道場> 이라고 본다는 점이다.

물음2: 장공은 기독교의 본질을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장공의 대답: “ 예수 종교는 어떤 종교인가? 그것은 우선 그 방향에 있어서 하늘이 땅에로, 하나님이 인간이 되어 역사 가운데 오신 종교다. 하늘이 땅의 몸이 되기 위함이었다. 어디까지나 현존한 땅을 위하고 현존한 인간을 위한 것이었다. 부활승천한 예수도 ‘다시 오실 이’로 올라가신 것이요, 그 반대는 아니었다”

"기독교는 하향적인 종교이다. 기독교는 하늘이 땅에 내려와 땅을 하늘의 영광으로 감싸주는 종교이다”

[해설] : 장공신학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성육신적 영성신학’이라고 말할수 있다. ‘성육신 신앙’은 요한복음의 기조음이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요1:14).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하려 하심이라”(요3:16).

‘성육신적 영성신학’은 모든 형태의 영지주의 신앙, 몸과 물질을 부정하는 관념주의 신앙, 역사현실을 도피하거나 외면하는 몰역사적 신앙을 거부한다.
  그렇다고 해서, 장공의 신앙과 신학이 ‘현세와 현실역사’만을 믿는 인본주의적-자유주의적 신학이라고 오해해서는 않된다. 왜냐하면, 19-20세기 ‘인본주의적-자유주의적 신학’은 래세를 부정하거나 현실역사를 넘어서는 천국을 부정하기 때문이다. 장공은 래세도 믿고 천국도 믿었다. 그 영역은 하나님의 초월적 주권의 영역이며, 기독교의 일차적 임무는 ‘말씀이 육신이 되신 하나님의 뜻’을 구현하는 것이라야 한다고 믿는다.

물음 3: 장공은 교회의 본질을 무엇이라고 생각했으며 그 핵심적 기능은 무엇이라고 생각했는지요?
장공대답: “교회는 하늘의 씨앗이 땅에 뿌리를 내린 사랑의 공동체입니다”.

“ 교회가 교회되기 위하여는 예수의 부활과 성령의 강림이라는 신적차원이 그
모퉁이 돌로 되어있다고 하겠다. 죽었다가 다시사신 그리스도가 객관적인 실재
(Reality)로 되고, 성령이 강림이 인간성이 내적변혁을 위한 주관적 활력소(Dynamics)가 되어,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교회가 탄생한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인간의 고안과 설계에서 만들어진 메카니즘이 아니다. ‘영’으로 탄생한 그리스도의 ‘몸’인 것이다. 신자가 모여서 교회를 만들었다기 보다는, 교회라는 어머니 품에서 신자가나고 자라는 것입니다”.

“몸은 현실의 보이는 실재(實在) 이다. 이상주의자들이 말하는 소위 ‘보편적 진리’가 아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천적(天的)인 객체다. 왜 사도 바울은 완미(完美)하지 못한 현실교회를 이렇게까지 소중이 여겼을까? 그것은 그래도 이것 밖에는 하늘에서 내려온 영의 사회적 기관이 없기 때문이다....그래도 복음선포를 맡은 것이 이 교회이며, 속량역사의 본류(本流)가 여기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회가 곧 천국인 것은 아님니다. 인간은 회개했다 하더라도 그 뿌리에는 여전히 범죄성 탐욕이 배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개혁교회는 한 번 개혁한 것으로 정지할 것이 아니라, 계속 개혁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혁된 교회(Reformed Church)임과 동시에 개혁해가는 교회(Reforming Church) 인 것입니다”.

“교회는 사람으로 하여금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여, 하나님과 사람의 정상관계를 수립하는 것으로 그 첫째 목적을 삼는 것이다. 교회가 무엇이든지 선한 일이면 다 하고 싶고 또 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먼저해야 할 것은, 그리스도의 속죄로 인하여 하나님이 죄인과 화목하시는 복음을 전달하며, 이 길을 명시하여야 한다....교회는 신자로 하여금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과 화목케함과 동시에, 하나님의 성령의 내주(內住)로 말미암아 죄성(罪性)과 죄권(罪權)에서 해방되어, 영의 자유를 얻어, 고통과 사망의 권세에서 벗어나, 영생의 희열과 평화를 얻게 하는 곳이다”

[해설] 장공의 교회론은 겉으로 보면 보통 말하는 정통신학의 교회론처럼 들리지만, 알고보면 매우 혁명적이다. 현재 한국 교회의 모든 위기는 장공의 교회론을 배반하는 형태이다. 왜 그런가? 인간이 교회를 개척하고, 조직하고 만들어간다고 착각한다. 솔직히 말하면 종교주식회사 설립처럼 오만불손하다. 심지어 죽은 건물 ‘교회당’을 건축하고서 ‘영적 교회’를 설립했다고 착각하고 자랑한다.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으로 보려는 신학적 입장은 매우 래디칼한 것이다. 교회관은 <노아방주>, <하나님의 학교>, <하나님 선교의 전진기지>라는 3단계 경험을 통과하여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교회론이 지닌 래디칼(radical) 하고 오묘한(profound) 영적 의미를 자각하기 시작한 단계이다.

  현실교회의 불완전성에도 불구하고 지상의 현실교회를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장공은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교회의 일차적 사명이 무엇인지 강조하는 점에 주목해야 하겠다. 지역사회의 회복지사업에 대부분의 에너지를 쏟아붓는 현대교회의 영적빈곤성을 성찰 할 필요가 있다.

물음 4: 장공은 크리스챤들의 ‘역사참여’를 강조하시는 진보적 기독교의 대부라고 말 합니다. 그 진정한 뜻은 무엇입니까?

장공의 대답: “크리스챤은 한국역사를 그리스도 역사로 변질시켜 진정한 자유와 정의와 화평으로 성격화된 사랑의 공동체를 건설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강조하는 것은, 세속역사를 하나님나라 역사로 변질시키는 운동입니다. 그것은 역사도피도, 역사소외도 아니고 바로 역사주역으로 등장하는 방향입니다”

“기독교인의 최고가치는 하나님 나라가 인간사회에 여실(如實)히 건설되는 그것이다.그러나 ‘하나님의 나라’라는 것을 초세간적(超世間的)인 소위 천당이라는 말로서 그 전부를 의미하는 것인줄 알아서는 안된다.

하나님의 뜻이 인간의 전생활(全生活)에 군림하여 성령의 감화가 생활의 전부문을 지배하는 때, 그에게는 하나님의 나라가 임한 것이다. 이것이 전사회에 침투되며 사선(死線)을 넘어 미래세계까지 생생발전(生生發展)하여 대극(大極)의 대낙원의 날을 기다리는 것이 하나님의 나라의 전모(全貌)일 것이다”

“그리스도교는 인간역사라는 소재에(가루서말) ‘하나님 나라’라는 속량역사(누룩)를 심어, 결국은 그 소재인 인간역사 전체를, ‘하나님과 그리스도의 나라’로 변화 또는 감화아래 있게하는 <하나님-사람>의 운동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교회와 시대와의 접촉은 부단(不斷)의 투쟁을 의미한다. 먹느냐 먹히느냐 하는 격렬한 싸움이다. 교회가 시대를 정화(淨化)하느냐 시대가 교회를 삼키느냐 하는 투쟁이 계속된다. 그리고 자칫하면 교회는 그 섭취한 ‘시대’ 때문에 발병(發病)하여 약체화(弱體化) 된다”

[해설] 위에서 장공이 여러 가지 예를들어 설명한 내용이 소위 ‘복음에 의한 문화역사변혁설’이다. 리챠드 니버 교수의 명저 『그리스도와 문화』를 직접 번역하신 장공은 그리스도교와 시대현실(정치 경제 문화 사회 현실 총체)의 관계모델을 5가지로 대별하였다: ① 문화와 대립하는 그리스도(Christ against Culture) ② 문화위에 군림지배하는 그리스도(Christ above Culture) ③ 문화와 구별하되 병존 하는 그리스도(Christ and Culture) ④ 문화의 그리스도(Christ of Culture) ⑤ 문화를 변혁해가는 그리스도( Christ as Transformer in Culture) 이다.

  장공의 입장은 5번째 입장을 가장 성경적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거기엔 큰 위험이 따른다. 문화(Culture)라고 표현된 실재는 ‘현실적 시대정신, 가치체게, 세계관, 이념’을 의미한다. ‘현실세계, 시대풍조’는 만만한 것이 아니다. 예수를 십자가에 처형시켜버린 세상임을 잊어서는 않된다. 참여하되,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롬12:2)는 사도의 경고를 잊어서는 안된다.

현대교회, 한국교회는 시대사조에 ‘완전히 먹혀버린 상태’ 이다. 이것이 문제이다. 겉으로는 기독교가 왕성한듯 하지만 안으로는 부패하고 세상가치가 완전히 교회를 지배하고 있다.

물음 5: 장공의 ‘생활신앙’ 과 ‘야고보적 경건’은 무엇이며, 전통적 동아시아의 이웃종교들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옳다고 보시는지요?

장공의 대답: “기독교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를 믿는 종교요, 신구약 ‘성경’이라는‘책의 종교’가 아니다. 계시의 내용을 알기 위하여는 성경을 참고해야 한다. 그러나 성경은 예수를 알아내는데 가장 좋은 참고가 된다는 의미에서 특정한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 자체가 신앙의 대상이 되거나 신적인 것으로 우상화 될 수는 없는 것이다. 한국교회의 고정주의적 정통신학과 축자영감설에 의한 성서주의적 ‘책의 종교’는 기독교의 본모습이 아니다.그러므로 자유하는 산 인격으로서의‘예수의 종교’에로 돌아와야 한다”.

“ 무엇보다도 목사는 ‘시인’이어야 한다. 시인은 결코 자기를 속이지 못한다. 시에는 타산이 없다. 목사는 적어도 시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마음을 가져야 한다. 문학을 좋아해야 한다.... 그리스도는 시혼(詩魂)이 가슴에서 샘처럼 흐를 분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타종교가 악마의 소산이라기는 것보다는 자유하시는 성령의 역사(役事)에 의한 하나님의 단편적인 말씀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받는 인간의 정황(情況)이 어스름 달빛처럼 희미한데서 그 나타남이 흐리고 또 단편적인 것으로 된 것이라 하겠다. 이것이 그리스도에게서 완전함을 이루었다”.

[해설] 장공의 생활 좌우명(座右銘)을 음미하면 다음과 같다:
①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②대인관계에서 의리와 신의를 지킨다. ③최저 생활비 이외에는 소유하지 않는다 ④ 버린물건, 버려진 인간에게서 쓸모를 찾는다. ⑤ 그리스도의 교훈을 기준으로 “예” 와 “아니오”를 똑똑하게 말한다. 그 다음에 생기는 일은 하나님께 맡긴다. ⑥ 평생 학도로서 지낸다 ⑦ 시작한 일은 좀체처럼 중단하지 않는다 ⑧사건처리에는 건설적, 민주적 질서를 밟는다. ⑨ 산하(山河)와 모든 생명을 존중하여 다룬다 ⑩ 모든 피조물을 사랑으로 배려한다. [2016년 6.30, 기장 전북청년집회에서 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