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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재	Access : 2701 , Lines : 31

그리스도의 부활과 우리의 부활(<성서와 문화>, 2017.3월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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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도의 부활과 우리의 부활
                                              김경재(한신대 명예교수)

믿음이란 인식과 신뢰와 고백의 종합

부활신앙이란 그리스도인의 믿음을 구성하는 중요한 항목이다. 그런데 믿음이란 무엇인가? 칼 바르트라는 저명한 신학자는 사도신조 해설서인 명저 ⌜크레도⌟(Credo: 내가 믿습니다)의 첫 번째 강연에서 “믿음은 바른 인식, 성실한 신뢰, 그리고 진지한 고백”으로 구성되는 전인적 성격을 지녀야 한다고 말했다. 믿음이란 맹목적이거나 단순한 감정적 심리현상이거나 교리적 지식수용이 아니라는 말이다. 부활신앙도 그리스도교의 중요한 믿음 항목이기 때문에 인식, 신뢰, 고백이라는 삼면분광기(三面分光器) 영적 프리즘을 통과해 나오는 진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신약성경이 증언하는 부활신앙의 구성적 토양

부활신앙은 십자가신앙과 함께 기독교라는 타원의 두 중심점이다. 신약성경이 증언하는 그리스도의 부활과 우리의 부활에 관해 들을 때, 성서증언의 다양성에서 오는 혼란을 느낀다는 것은 솔직히 말해서 불편한 진실이다. 신약성경의 부활신앙엔 뿌리가 다른 세가지 거대한 정신적 토양층이 불가분리적으로 섞여서, 씨가 싹트고 자라는 토양이 되고있다. 그래서 기독교 부활신앙은 심원하고 풍요롭지만, 혼란스럽고 자가당착적인 논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신약성경 부활신앙의 구성적 토양 3가지를 말하면, 첫째는 인간은 흙이고 유한한 피조물이라는 원초적 이스라엘의 인간이해이다. 둘째는 헬레니즘 특히 플라톤철학의 영혼 불멸신념이다. 셋째는 의롭게 살고 죽은 자들을 신실하신 하나님이 다시 부활시킨다는 종말론적 소망신앙 이다.
이 세가지 뿌리가 다른 토양과 그 해석학적 지평들은 조화를 이루다가도 어느때는 세가지 중 어느 한가지가 두드러지게 강조되면서 그리스도인들의 부활신앙에서 차이성을 유발하는 근본 원인이 된다.

그리스도의 자발적 부활인가 하나님이 살리심인가?

예수의 부활을 전하는 최초의 증언서인 사도행전에 나타난 사도들의 첫 번째 선포(행2:22-36)는 베드로의 입을 통해 동족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하는 최초의 설교이다. 가장 순수한 맨 첫증언이며 학문적으로 치장되지 않는 투박한 원형적 증언이다. 베드로가 증언하는 예수의 부활은 “법없는 자들의 손을 빌려 그 분을 못박아 죽였으나 하나님께서 그를 사망의 고통에서 풀어 살리셨으니 이는 그가(예수가) 사망에 매여 있을 수 없었음이라”(행2:23-24)고 증언한다.
  이 증언에는 원(原) 이스라엘의 인간이해와 죽음이해가 밑바탕에 깔려있다. 예수는 세상악의 세력에 의해 정말 죽었다. 육신은 당연히 부패하여 흙으로 돌아갈 운명이었고 그것은 자연의 이치이지만, “이 예수를 하나님이 살리신지라. 우리가 다 이일에 증인이로다”(행2:32)고 주장한다. 여기엔 소크라테스의 생래적인 영혼불멸성 이론은 없다. 다만 다시 살리신 이유를 굳이 말하자면 “그가 사망에 매여있을 없었음이라”(행2:24)고 한다. 죽임의 세력들과 죽음자체도 어찌하지 못하는 ‘영원한 생명의 힘’이 예수 안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 ‘절대적 사랑의 힘’이요 ‘하나님의 뜻에 일치된 삶의 성실성’이라고 본다.

  4가지 복음서에서 예수의 죽음증언은 앞에서 말한 부활신안의 세가지 토양과 그 해석학적 프리즘을 통해 무지개 색상처럼 다양한 뉴양스로 나타난다.
마가복음과 마태복음은 십자가 고통 끝에 “큰 소리를 지르시며” 운명하시는 예수의 적라라한 인간모습을 전한다(막15:37, 마27:50).
루가복음은 회개하는 옆 강도에게 “오늘 네가 아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룩23:43)고 하고 “큰 소리로 불러이르되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 하고 숨지시니라”(룩23:46)전한다.
요한복음은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 내 아버지 집에 거할 곳이 많다”(요14:1-2)라고 말한다. 줄여말하면, 마가와 마태는 이스라엘의 사생관을, 루가복음과 요한복음은 헬레니즘의 영혼불멸신앙을 더 강하게 전제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 부활생명에 동참하는 우리들의 부활

우리들, 곧 크리스챤의 부활은 앞에서 말한 그리스도교 부활신앙의 3가지 구성요소와 해석학적 삼면분광기(프리즘) 색상을 두루갖춘 사도 바울의 부활에 관련된 편지(고전 15:1-58, 고후 5:1-10,빌1:20-30 등)에 도움받아 형성되고 믿음으로 고백하고 있다. 욧점을 정리하면 다음 같다.
첫째, 사람은 ‘자연사’로서만 아니라 ‘죄의 권세’아래 속박된 자로서 유한자요, 죽음에 메인자이다. 믿는자들의 부활생명은 소크라테스가 확신한 것같은 자연인 인간몸 안에 있던 생득적인 불사적 영혼의 당연한 영생이 아니다. 전능하신 하나님의 은총의 배려요 새로운 선물이다.

둘째, 육의 몸이 있듯이 영적 몸도 있다. 지상의 시공적 존재방식이 있는 것 같이, 더 높은 차원의 생명 존재방식이 있다. 육의 몸으로 심고 영의 몸으로 다시 산다. 영의 몸은 우리가 죽음을 맞이 할 때, 벌거벗은 정신적 존재가 아니라 ‘신령한 영적 몸’을 속사람에 덧입혀 줄 것이다. 3가지 토양의 이질성은 부활의 첫열매 그리스도 안에서 화해융합되고 통전된다.

셋째, 부활신앙의 진면목은 ‘죽음 이후에’ 비로소 경험하는 미래적 소망으로만 아니라, 현재 이승의 삶속에서 이미 죽음권세를 극복한 영생을 맛보며 살기 시작한다는데 있다. 영적 눈을 뜨고 보면 이 생의 순간순간이 모두 기적이자 부활이다. 특히 사랑은 영원하다. 하나님의 신실하심과 자비를 믿는 신뢰, 우리를 그리스도의 부활체 처럼 변화시키시리라는 고백을 성령이 확신시킨다. 우리의 부활은 “내 안에 그리스도가 사는 만큼” 정비례하여 부활교리가 아닌 실재체험으로서 현실적 진실이 된다. [성서와 문화, 2017년.3월. 봄호 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