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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과 한국 종교간 협력(교회와 신학 11집, 20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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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암11집]            3.1운동과 종교간의 협력
                                               김경재

1. 이 글의 목표와 전개

3.1운동 혹은 3.1혁명은 한국 근현대사의 이정표랄 수 있다. 이 위대한 3.1운동의 100주년기념의 해인 2019년의 해가 언론계의 홍보에 힘입어 국민들 관심과 학계의 연구결실을 걷우고 어느덧 저물어간다. 이글은 뜻 깊은 100주년 기념의 해를 마감하면서 특별한 주제에 관심을 집중하여 살피려 한다. 편집위원회에서 준 과제가 “3.1운동과 종교간의 협력”이다.

  이 거대한 민족운동이 성공적으로 가능하게 된 여러가지 요인들 중에 가장 두드러진 것 하나가, 당시 종교지도자들 특히 천도교와 기독교와 불교 지도자들의 협력이었다. 종파보다 더 큰 진리 안에서 갖게 된 대승적 큰 마음, 종파의 이해타산을 뛰어넘은 정신적 물질적 협력과 공조에 힘입은 바 컸던 것이다. 종교적 삶과 정치사회적 삶의 통일, 그리고 종교적인 영성의 특징인 비폭력투쟁으로 표출된 생명가치와 평화 사상등이 2천만 민중의 뜻과 혼을 담아내고 ‘함께 타고갈 수 있는 큰 운반체’(大乘) 역활을 했던 것이다.

역사적 진실이 그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천도교, 기독교, 불교계에서 발행하는 각종 연구논문과 저술물 그리고 강연회를 살펴보면 유감스럽게도 세 종단이 각각 자기가 속한 종단의 공적을 과대평가하는 태도를 보였다. 유감스럽게도 특정 종단의 공로인양 ‘엄숙하고 거룩한 3.1운동의 역사’를 독식 독점하려는 지나친 종파적 편향성과 특정 종파중심주의을 드러내 보인다. 그런 점에서 특히 기독교의 배타적 우월성 기질이 돋보이며 기독교인들로 하여금 ‘역사의 진실’을 보지 못하게 하고, 이웃종교와의 불편한 관계까지 야기시키는 위험을 노정한다.

물론 3.1운동의 발단과 그 전개과정에서 기독교의 공헌을 참으로 컸다. 그러나, 기독교 혼자서 한 일이 아니며, 당시 기독교 지도부 전체가 능동적으로 참여한 일도 아니다. 그 자세한 내용은 본론에서 밝혀나갈 것이다. 역사가 박은식(1859-1925)은 저 유명한 ⌜한국독립운동 지혈사⌟(韓國獨立運動之血史)에서 다음같이 쓰고 있다:

  그 운동의 동기를 보면, 우리 학우 최남선(崔南善) ◦ 현상윤(玄相允) ◦ 송진우(宋鎭禹) ◦ 최린(崔麟) 등 여러 사람들에 의하여 은밀하게 연구되고, 천도교의 손병희(孫秉熙) ◦ 권동진(權東鎭) ◦ 오세창(吳世昌) 등 여러 사람들과 기독교의 이승훈(李昇薰) ◦ 박희도(朴熙道) ◦ 함태영(咸台永)및 불교의 한용운(韓龍雲) ◦ 백용성(白龍城) 등이 계책을 상의하여 독립운동 본부를 서울에 두고 내외 요지에게도 각 기관을 두어 거국일치의 활동을 준비하였다.

위의 짧은 인용문 안에는 수많은 우여곡절의 역사적 사실이 행간마다 쌓여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박은식은 지엽말단적인 잔가지를 처내고 핵심 물줄기를 공정하게 기술하고 있다. 행간에 쌓인 역사적 사실들의 중요내용은 다음 같은 것이다.

   3.1 만세운동은 하루아침에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적어도 몇 개월전부터 파리강화회의등 국제정세변화를 예의 주시한 깨어있던 젊은 지성인들에 의하여 깊이 숙의되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 중에서 최남선, 현상윤, 송진우, 최린등 4인의 이름을 적어놓았다. 1918년 10월부터 1919년 3월1일 까지 약 5개월동안은 한민족의 깨어있는 지성인들에게는 피가 마를만큼 숨막히고 분주한 시간이었다. 독립만세운동은 특정 사회단체나 젊은 학생중심의 개별행동이나 혹은 특정 종파 개별행동 이어서는 아니되고 민족 전체가 하나되는 운동이어야 한다는 ‘민족운동의 ’일원화’를 위해 종파대표와 지도급 인사들 사이에 긴밀한 논의와 협력 그리고 심사숙고가 있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인용문에서 보는바 처럼 저자 박은식은 3.1운동의 거사를 준비하고 견인해간 주도세력은 당시 조선사회의 여러단체들 중에서 천도교, 기독교, 그리고 불교였다고 기록하고 그 각 종단의 대표적 지도인물 3명씩의 이름을 적어놓았다. 필자는 역사서술에서 객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점을 깊이 감안할 때 그의 공정한 역사서술의 눈을 존경하고자 한다. 필자는 주어진 논제 “3.1운동과 종교간의 협력”이라는 쉬운듯하면서도 복잡하고 난해한 과제를 서술 해가는데 있어서 조선독립운동의 역사서술에 있어서 원조격인 역사가 박은식(1859-1925)의 공정한 눈으로 언급한 3대종단 그룹들이 펼처갔던 일련의 역사적 사건들을 ‘당시 역사적 상황’을 따라가며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3.1만세운동을 성사시킨 3대지도자로서 손병희, 이승훈, 그리고 한용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갈 것이다. 이 글의 결론으로서 3.1운동 거사를 성공시킨 종단지도자들이 공유했던 신념, 종교적 영성, 공통된 뜻과 비젼을 정리하려고 한다.

2. 손병희의 이념과 지도력, 그리고 천도교의 공헌과 종단간 협력
  3.1 운동을 논할 때, 3.1 운동의 중심에 큰 수레바퀴 중심 축처럼 말없이 자리잡고 있는 손병희라는 인물을 빼놓고서 3.1운동과 종교적 협력문제를 생각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손병희가 천도교의 3대 교주였다는 직책상의 자리매김 때문도 아니고, 그이 이름이 독립선언서 서명자 33인중 맨 첨에 위치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도 아니다. 손병희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서는 3.1운동과 종교간 협력은동을 거론할 수 없는 것은 그의 철학과 신념, 종교인으로서 비젼과 인물됨 때문이다.

  의암(義菴) 손병희(1861-1922)는 동학의 창시자 수운(水雲) 최재우가 득도하여 ‘시천주 후천개벽’(侍天主後天開闢 ) 종지(宗旨)를 내걸고 동학을 창도한 해(1860) 바로 그 다음해(1861)에 충북 청원군 북이면 금암리에서 태어났다. 손병희가 탄생한 3년 뒤 3.1운동의 기독교 핵심지도자였던 남강 이승훈이 태어났으니(1864) 의암과 남강의 년령차이는 3살 손병희가 위인 셈이다. 당시 조선사회의 신분적 차별과 불평등에 저항정신을 가지고 고민하던 청년 손병희는 그의 집안 조카 손천민의 인도를 받아 22세때 동학에 입문(1882)하여 2대교주 해월(海月) 최시형의 지도아래 깊은 종교적 수련을 쌓고 동학도들의 기본정신인 보국안민(輔國安民) 과 광제창생(廣濟蒼生)을 자신의 평생 삶의 이념으로 받아드린다.

   동학농민혁명(1894)이 일어나기 전, 1890년대 조선사회는 유교적 건국이념이나 실학정신을 잃어버리고 당쟁과 탐관들의 폭정으로 민초들은 시달리고 외세는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시류에 따라 식민지 쟁탈전으로 약소국가들은 강국의 밥이 되고 있던 시기였다. 조선왕조는 동학창도자 수운을 역모죄로 다스려 참형시킨 뒤 그 교를 종교로서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도리혀 수탈과 박해를 일삼았다.

  손병희는 3대교주가 되기 전에 삼례집회, 광화문 복합상소, 보은집회들에 참여하고 교조신원운동(敎祖伸寃運動)에 앞장섰다. 특히 동학농민봉기 때(1894) 남접대장군 전봉준과 손을 잡고 북접군(北接軍)을 총지휘하여 개벽된 새 세상을 실현하려했으나 일본군의 신무기 앞에 우금치 전투에서 패배하여 동학은 3만명 이상 교도들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동학의 가르침, 후일 동학이 천도교로 이름을 바꾼 뒤에도 그 종교는 종교와 정치의 일치(敎政一致), 평등과 정의로운 새세상 만들기를 주장하는 종단이다. 그러므로 3.1운동 당시 이 운동에 참여가 반드시 조선독립을 확실히 보장 받는다거나 천도교 발전에 이익은 커녕 큰 시련과 피해가 올 수 있다고   예견하면서도 3.1운동에 전교단의 역량을 쏟아부은 것은 손병희의 종교적 신념때문 이었던 것이다. 동학농민전쟁에 북접군 총지휘자로서 참여하여 무수한 동학도들을 잃고 뜻이 일단 좌절되었던 손병희로서는 3.1운동 거사를 동학혁명의 역사적 계승으로서 생각하는 뜻을 맘 속에 품었을 것이다.

손병희가 동학의 3대교주로서 도통을 정식으로 받게된 해는 1896년 1월이었다. 해월은 손병희에게 의암이라는 호를 내려주고 손천민 김연국등 당시 대표적 동학두령들 앞에서 손병희가 동학의 3대교주임을 선포했다. 그리고 난 이후 곧 해월은 당국에 체포되어 ‘좌도난정율’(左道亂政律) 죄목으로 수운처럼 순도(殉道)당했다(1898). 이제 동학의 재건과 교리사상의 정립과 일본등 외세의 침략수탈에 대응하는 막중한 책임을 손병희가 짊어지게 되었다.

  손병희는 동학도통을 물려받은뒤 약 10년동안 스스로의 종교수련, 동학교리와 조직정비등에 힘쓸 뿐만 아니라 경세치국 지도자로서 안목을 넓히고 심화시키기 위해 상해, 일본등을 탐방하고 근대화를 조선보다 앞서 이루었다는 나라들의 물질문명과 정신 문명을 탐구했다. 동학이 민족 종교로서 큰 일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대내외 동학에 대한 선입견부터 일신하고 근대적 종교교단으로서 개혁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1905년 교단의 명칭을 천도교로 변경하고 당시 신문에 공표하였다. 손병희는 동학이라는 종단이름을 천도교로 개명하면서 기존의 동학의 핵심 종지인 시천주(侍天主) 를 “사람이 하늘이다”라는 의미의 인내천(人乃天) 으로 강조점을 옮겼다. 당시 신문에 천도교라고 교단명칭을 변경하는 대고천하(大告天下) 핵심 내용은 다음 같다.

   도(道)는 천도요, 학(學)인즉 동학이니, 예전의 동학이 지금의 천도교이다.
   종지(宗旨)는 인내천이요, 강령(綱領)은 성신쌍전(性身雙全) 교정일치(敎政一致)요, 목적은 보국안민(輔國安民) 포덕천하(布德天下) 광제창생(廣濟蒼生) 지상천국(地上天國)이요, 윤리는 사인여천(事人如天) 이요, 수행도덕은 성경신(誠敬信) 이라. [손병희철학, 33쪽]

  소위 ‘대고천하‘ 곧 동학교를 천도교라는 명칭으로 종단의 이름을 변경한다고 온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는 공고문에 실린 글 중에서, 위에 인용한 짧은 문장 속에 동학 곧 천도교의 모든 핵심교의, 비젼, 종단의 존재이유, 윤리관, 영성수련의 비젼과 방도등이 모두 들어있다.

  특히 두드러지는 특징은 ’시천주‘(하느님을 모신다) 기본 종지가 ’인내천‘(사람이 곧 하늘이다)로 바꾸어진 점이다. 이 강조점의 변경은 손병희 시대에 이르러 천도교가 현대종교로서 탈바꿈하고 인간의 주체적 책임윤리를 강조하려는 것이 본 뜻이요 ’하늘님 섬김과 모심과 경외‘를 부정하거나 소홀히 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천도교 사람들을 강조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인본주의적 도덕종교에로 성격이 변질되어갔고 천도교의 종교로서 쇠퇴의 길을 걷게되는 간접적 원인이 되었다고 천도교 전문학자들도 평가한다. “손병희의 ’인내천‘은 천이 인간에게 본유(本有) 되어있는 존재였다. 그것은 체험되어야 하기보다는, 발견되고 깨쳐저야 하는 것이었다.”

  손병희는 천도교의 교리를 이성적으로만 이해한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끈질긴 영성수련을 통하여 깊은 영적 체험도 하였다. 3대교주로서 책임을 맡은 후 손병희는 당시 운영이 어렵던 보성전문학교와 동덕 여학교 인수, 박문사 인괘소 설치와 만세보 신문발행, 1912년엔 서울 우이동에 봉황각을 지어 7회에 걸쳐 49일간씩 500여명의 천도교 중간지도자들에게 영성수련 실시등 준비를 했다.

  다시 말해서 손병희는 하루아침에 갑자기 3.1운동에 참여하기로 뛰어든 종단 지도자가 아니라 천도교의 비젼인 보국안민, 광제창생, 교정일치, 성신쌍전등을 실천하는 연장선상에서 손병희에게 3.1운동은 역사와 민생의 삶에 관심을 가진 진리종교가 참여하고 짊어져야 할 피할 수 없는 ‘영광스런 수난의 길’ 을 택하기로 결단한 것이다.

  우리의 논제인 “3.1운동과 종교간의 협력” 이라는 본론으로 들어가자. 천도교 측에서 종교간의 협력을 이뤄나가는 과정의 창구 혹은 천도교측 대표적 대화매개자는 독립선언문을 인쇄한 천도교 보성사 인쇄소 사장이요 33인중 한사람인 묵암 이종일(1858-1925)과 보성학교 교장 최린(崔麟, 1878-1958)이었다. 최린은 일본 메이지 대학교 법학부에서 공부한 당시 지식인의 한사람이요 매우 열성적인 유능한 인물이었다. 그가 3.1운동에 천도교 대표로 참여하고 33인중 독립선언문 서명자중 한사람으로서 큰 일을 초창기에 한사람이었지만 그의 생애 후반부에 변절하여 친일 행각으로 생을 마감하여 천도교 교단에서 축출당하고 민족에게 말 할수 없는 치욕을 안겨준 사람이다.

  3.1독립운동 준비 과자정에서 천도교인의 쟁쟁한 지성인 두사람 이종일과 최린은 첨엔 뜻이 같아 같은 길을 걷기 시작했으나 결과는 너무 달랐다. 대쪽같았던 언론인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이종일은 지조를 지키면서 아사(餓死) 했지만 최린은 일제말엽 높은 벼슬과 영화를 누렸다.

  손병희가 이름과 신분을 숨기고 일본에 체류하면서 일본을 탐구하던 시기에 최린은 일본에 유학생으로서 손병희의 제자가 되고 천도교 신도가 되었다. 1919 3.1독립운동 무렵 최린은 그의 학력과 세계 정지 지형에 밝은 관계로 천도교 손병희가 인수한 보성학교 교장직을 수행하면서 당시 지식인들 최남선, 현상윤, 송진우등과 긴밀한 연락을 주고받으며 천도교 지도자급 인물인 교주 손병희를 비롯한 권동진, 오세창, 이종일등협의하면서 기독교측이나 불교측과 연락망 구실을 하였다. ⌜동학혁명100년사, 하권⌟에서 당시 일을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 따라서 천도교측에서는 1918년 12월15일의 민중 운동에 대한 대중화(大衆化), 일원화(一元化) , 비폭력회(非暴力化) 3대원칙을 다시 확인한뒤 의암(義菴)은 지도자로서 중앙학교팀의 현상윤, 송진우, 김성수, 최남선등과 상의 하고 권동진, 오세창, 최린의 보성사팀은 천도교의 내부문제를 담당하여 지방의 두목들을 상경하도록 하였다...... 따라서 2월15일 천도교측에서는 유교, 불교, 기독교측의 타교단과 학생단 등과의 연락을 완료하고 처음에는 거사일을
2월28일로 정한 것 같았으나 기독교의 반대로 3월 1일을 택하게 됨으로 3.1민주혁명명이 된 것이다.“

위의 인용문에서 마지막 부문 “기독교측의 반대로 3월1일을 택하게 됨으로”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기독교인들은 ‘성수주일’(聖守主日)하는 것을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전교인 동참을 위해서 일요일은 피하자는 뜻이었다. 기독교측의 3.1운동의 거사준비와 진행준비에 관해서는 다음 장에서 별도로 살피겠지만, 천도교와의 협력일치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실이 두 종단의 협력에서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보성사인쇄소 사장, 보성보통학교 교장, <천도교 교회월보>의 주필로 일하는 독실한 천도교 애국지사인 묵암 이종일은 남강 이승훈과 신민회의 동지관계로서 귀의한 종교는 서로 다르지만 두사람은 신뢰와 친분이 두터운 터였다. 이종일은 천도교와 기독교및 불교나 유교와의 일원화된 거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교주 의암 손병희와 협의를 거쳐 관서지방 기독교 대표적 인물 이승훈에게 만나기를 요청하는 연락을 보냈다. 그 일련의 사건을 ⌜동학혁명 100년사⌟는 다음같이 전하고 있다.

(i) 1919년 2월 12일, 연락을 받고 상경한 남강 이승훈은 천도교측의 거사계획을 들었다. 민족적 거사에 임함에 있어서 일원화, 대중화, 비폭력화에 동의하고 민족적 의지의 표현을 모색하던 남강은 자신을 비롯하여 관서지방 기독교지도자들의 참여와 합류에 흔쾌히 동의하였다. 2월 12-14일, 이승훈은 선천지역의 기독교 목사 양전백, 유여대, 김병조, 갈선주, 신흥식 장로 이명룡등의 참여 동의를 받았다.

(ii) 2월17일 재차 상경한 이승훈은 이상재, 함태영, 이갑성, 박희도등 기독교 지도다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천도교측 손병희를 비롯한 송진우, 최남선, 김성수, 현상윤, 최린등과도 거사에 과하여 협의하면서 거사준비에 필요한 긴급자금 지원을 당시 재정능력이 있었던 천도교 측에 요청하여 천도교측에서 준비해준 5천원의 성금을 받았다.

(ii) 천도교와 기독교의 합류는 성사되었으나 불교계나 유교와의 접촉은 아직 이뤄지지 않는 상태였다. 당시 불교계 상황은 1400 여년의 한국불교사의 위업에도 불구하고 당시는 대부분 산중불교(山中佛敎)로서 역사의식은 약하고 개인의 해탈이나 기복신앙에 침잠해있는 형국이었다. 천도교의 이종일과 최린은 불교계의 개혁적 지도자 한용운과 백용성의 참여를 얻어냈다. 한용운과 백용성은 더 많은 뜻있는 불교지도자들의 참여를 고려했으나 시기의 촉박과 기밀보장등의 이유로 더 이상 교섭이 어려웠다.

(iii) 의암 손병희등은 유교계의 참여가 빠진 것을 못내 아쉬어 했다. 위정척사파 계열인 곽종석이나 김창숙등 유교계 거물이 있었으나, 3.1운동은 위정척사차원을 넘어서 왕조체제시대로부터 전환하여 주권재민의 자유평등과 반상등 사회신분차별 철폐를 선언하면서 민주공화제로 전환하는 역사적 사건인지라 조선왕조의 이념집단인 유교계의 참여를 독려할 시간적 여유나 조직적 접맥로선이 심히 어려웠던 것이다.

(iv) 1919년 3월1일, 민족 거사의 행동부대 역할을 수행했던 진정한 이름없는 애국자들은 일차적으로 젊은 학생들이었다. 기독교계로서는 박희도 이원벽등을 중심으로한 연희전문학교, 정신여학교, 이화학당, 세브란스 의전 학생들이요, 천도교의 보성학교와 불교계 중앙학림의 젊은 사자들이었다.

(iv) 3.1 혁명운동이라는 거대한 민족적 거사는 최소한도의 경제적 재원이 꼭 필요하게 마련이다. 독립선언서를 인쇄하고, 전국연 통신과 조직을 위한 경비가 필요하며, 태화관에서 독립선언서를 발표할 때도 공개적 행사이지만 경비가 필요하다. 3.1운동의 거사에서 대부분의 필요경비를 천도교측이 담당했다는 역사적 사실에 주목해야한다. 그 뒤에 손병희의 지도력이 있다. 손병희는 서울 경성에 천도교 대교당 건축을 위한 신도들의 성금을 알뜰하게 저축해 왔다. 대교당 건축을 위해 쓰이기도 했지만 후일에 일제에 의해 모금중지 당했다. 손병희는 천도교 중앙본부가 모아온 돈을 상해임시정부를 비롯한 국내와 독립운동단체 지원, 김규식의 파리강화회의 파견비 3만원 지원, 기독교측 이승훈의 요청을 받아드려 당시 금액 5천원을 기독교측에 지원했다.

  위에서 살핀대로, 3.1운동에서 한국종교간 협혁은 쉽게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이 아니고 뜻있는 종교계 지도자들과 지사들의 생명을 내건 헌신, 열정, 희생, 양보, 배려등 선한 마음들의 결실로서 이뤄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종단의 이해타산을 넘어서 민족 존영과 자유 평등 인간다운 세상의 실현을 위한 실천적 신앙심 이었다.특히 천도교의 입장에서 볼 때, 손병희의 지도력과 헌신과 교단의 운명을 건듯한 3.1만세운동에 헌신은 그의 단순한 정치적 관심행동이 아니라, 그가 귀의한 천도교의 두가지 신앙적 신념인 인내천(人乃天)과 이신환성(以身換性)의 실천적 행동고백이었다.

3. 이승훈의 신앙과 지도력, 그리고 기독교의 천도교와 협력과정

이 글의 서론에서 이미 언급한바 처럼, 그 동안 기독교 교계에서는 목회자들이나 평신들이나 막론하고, 1919년 3.1운동은 기독교가 주동이 됐고 추진도 기독교 세력이었다고 알고 있다. 기독교의 공헌과 희생이 절대적 이라고 생각해서 타종단 특히 천도교의 공헌에 대하여 잘 알지못했고 인정하지도 아니하는 추세였던게 사실이다. 그런 독단과 배타적 우월감은 역사적 진실이 아니므로 오해는 바르게 교육되어야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1운동의 민족적 거사에 기독교의 공헌과 희생이 절대로 평가절하 되어서는 않된다. 당시 기독교의 적극적 참여와 전국 교회조직과 기독교계 학교들과 기독교 교인들와 사회단체들의 신경망 같은 신속하고도 효율적 활동이 절대적 공헌을 했다는 것은 부정하지 못한다.

그리고 또하나 일반 적으로 기독교계 밖에서의 갖는 오해가 있다. 기독교가 1919년 2-3월경에 천도교로부터 3.1거사 동참제의를 받기 이전에는 아무런 주체적 생각이나 준비과정이 없다가, 돌연히 3.1운동에 협력하기를 권고받아 참여하게 되었을 것이라는 역사적 오해이다. 역사적 진실은 그렇지 않다. 그 점을 아래에서 밝혀질 것이다. 교회사가 김양선은 다음같이 역사적 사실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국내에 3.1운동을 획책한 곳은 서울 ◦ 평양 ◦   정주등 세 곳이였는데, 서울에서는 손병희 ◦ 최린등 천도교측 지도자들과 함태영 ◦ 박희도 ◦ 이갑성등을 중심한 기독교 지도자들이 각각 3.1운동의 중추세력이 되었고, 평양에서는 김선두 ◦ 변인서 ◦ 도인권 ◦ 이덕환등 기독교 목사와 장로들이 중심이되어 3.1운동을 시작했고, 정주에서는 이승훈 ◦ 김병조 ◦ 이명룡등의 목사, 장로들이 3.1운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만일 이승훈 ◦ 함태영 ◦ 박희도등 기독교측 지도자들의 용감무쌍한 불퇴전의 결단이 아니었더라면 중도에 매우 미약해졌던 천도교측과의 연합전선은 성립되지 못할번 했고, 연합전선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면 3.1운동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였을 것이다.

위 인용문에서 보면,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기 이전에 기독교계 측에서는 적어도 3곳을 중심으로 세계 시대사조 변화와 국내외 독립운동 기운을 감지하고 어떤 중요한 대중적 독립운동거사를 모의하고 준비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이다. 서울은 감리교 교세가 강하고 감리교와 YMCA,YWCA등을 중심으로 논의되었고, 평양에서는 장로교 교세가 우세한 지역인지라 장로교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동일한 관서지방중에서도 특이하게 정주를 중심으로 이승훈의 역사의식이 준비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천도교와 기독교의 연합전선을 펴기로 협의하는 과정에서 최남선 ◦ 송진우 ◦ 최린등 첨엔 열심가지고 종단간 연합전선을 제안했던 천도교계 인사들이 개인사정과 일본경찰의 개인행동 감시에 한 때 열기와 의지가 약해진 점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승훈등 기독교 지도자들이 천도교계 최린등 접촉창구 인사들에게 주장하기를 기독교와 천도교와의 연함이 만약 불가능하다면 기독교만이라도 독립선언운동을 하겠다는 “용감무쌍한 불퇴전의견단”이 꺼져가던 불씨를 다시 일으켰던 일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 필자는 3.1운동 거사성취에 공헌한 무수히 많은 애국지사들과 교계지도자들이 있음을 전제하고 그 중에서도 특이한 상징적 인물 남강 이승훈의 신앙과 지도력에 주목하고자 한다. 그는 목사 성직자가 아니었고 장로로서 평신도 지도자였고, 전문적 정치가가 아니라 교육자요 실업운동을 일으킨 기업가였다.

   3.1운동에 기독교측 참여는 천도교가 교주 의암 손병희를 비롯한 중앙총부 지도층의 적극적 참여로서 이뤄진데 비교하면, 기독교측은 장로교나 감리교를 막론하고 교단 총회장이나 총무등 직책상 책임자들이나 총화나 노회의 협조아래 이뤄진 것이 아니다. 남강 이승훈같은 평신도 중심이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가? 한국의 원로교회사가 민경배는 한국에 들어온 개신교의 특징을 다음같이 말하고, 그 특징이 바로 초기 한국 선교를 가능하게 했고 동시에 부정적 기능을 했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프로테스찬트(개신교) 교회가 성공한 직접적인 동기와, 그리고 또 초기 한국 개신교의 신앙 형태, 이 이중(二重)의 근거노릇을 한 것이 경건주의와 복음주의 이다. 이 경건주의는 기독교 문명에서 과학이나 정치, 그리고 문화적 우월성이라는 생리를 제거하고 ... 다만 순수한 복음의 삶만을 중추로 삼는 신앙이다. 그래서 세속과 종교의 분리를 당연하게 보거나, 아니면 세속에 무관하게 되는 생태를 가진다..... 한국에 들어온 (미국)선교사들은 한마디로 복음주의자들(evangelicals)이라 할 수 있었다.... 이 말은 긍정적인 공헌을 말하는데도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동시에 부정적인 면을 언급하는 데도 꼭같이 불가피한 근거가 되는 내력을 가지게 된다. 신학의 빈곤, 교회론의 약화, 사회부재의 영혼구원, 정치무관의 정숙주의, 합리성의 결여, 그리고 이원적(二元的)인 신앙의 전제가 그것이다.

  다소 길게 인용한 민경배교수의 초대한국 기독교 신앙유형에 대한 종합적 판단과 평가는, 1919년 3.1운동의 발의 추진 주도적 지도력 발휘에서, 그리고 천도교등 타종단과의 협력교섭에서 왜 장로교나 감리교나 교단 중앙본부의 책임자가 등장하지않고 남강 이승훈과 같은 사례에서 보듯이 평신도가 주도적 역할을 하게되는가 이해하는데 이유설명의 배경이 된다.

  한마디로 줄여말하면, 1907년 대부흥운동을 통해서 교회의 ‘그리스도 몸으로서교회’라는 유기체적 교회공동체 의식은 다소 살아나고 나라잃은 백성으로서 기독교 성서가 가르치는 진리속에서 자유, 평등, 해방, 남녀평등, 신분차별철폐, 평화, 박애등 귀중환 진리를 터득하고 있었지만, 소극적이고 부정적 의미에서 ‘경건주의적 부흥회적 기질의 복음주의 신앙형태’가 주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신학적 흐름은, 선교사들의 공식적인 ‘정교분리 정책’에 의해 뒷받힘 되었고, 탈역사적이거나 몰역사적 개인영혼구원 신앙에 몰입하고, 이 세상의 정치적 현실은 잠간 지나간 후 망하고야 말 ‘장망성’(將亡城)이어서 별가치를 두지 않았던 것이다. 조선에서 일하는 미국 선교사들도 신학적으로는 ‘정교분리정책’과 정치외교상으로는 ‘카츠라-테프트 밀약’(1905)에 기초한 미국와 일본의 양국이해관계에 순응하여 조선독립운동에 불관여 원칙을 지탱했다. 다만 뜻있는 선교사들은 3.1만세운동을 지지하고 세계에 실상을 알렸다.

1919년 2월, 남강 이승훈이 평양을 중심한 교계지도자들에게 독립운동 만세거사를 설명하고 찬동과 참여를 권유했응 때, 당시 평양을 중심으로한 장로교 교계지도자들은 ‘정경분리 선교정책’이나 ‘부흥사경회인도’나 기독교인으로서 천도교등 이교 종단과 협력을 꺼리는등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그 때, 남강이 책상을 치면서 “나라없는 놈이 어떻게 천당에 가. 이 백성이 모두 지옥에 있는데 당신들만 천당에서 내려다보면서 거기앉아 있을수 있단 말이요?”라고 말하여 장내를 숙연케하고 당시 경건주의적 복음주의, 부흥회적 영성 지도자의 거두였던 길선주목사와 신흥식 목사등의 참여결단을 가능케 했다는 일화가 전해온다.

실로 남강 이승훈은 3.1만세 운동과정에서 기독교를 대표하는 인물로서 지도력과 과감한 결단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천도교나 타종단과의 협력협동을 성사시킨 지도자였다. 특히 3.1운동과 관련하여 교육자 실업인 애국지사 신앙인등 여러 호칭으로도 그의 인품과 한 일을 다 표현 할 수 없는 큰 인물 참사람 남강 이승훈(南崗李昇薰, 1864-1930)은 동학창도자 수운 최재우가 참형당하던 해(1864) 평북 정주(定州)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남강은 그의 아호이며 이름은 인환(寅煥)이요 자(字)는 승훈(昇薰)이었는데 흔히 남강 이승훈이라 부르지만 1930년 전후 그가 3.1옥중생활마치고 나오는 때나 서거시에 신문지상에는 이인환으로 나타난다. 그가 세운 오산학교 졸업생 함석헌은 남강 선생을 지극히 사모했는데 다음같이 사모곡을 부른다.

   남강(南崗)이 무엇인고 성(誠)이요 열(熱)이로다. / 강(剛)이요 직(直)이려니
   의(義)이시며 신(信)이시라. / 나갈 땐 단(斷)이면서도 그저 겸(謙)이시러라./
   일천년 묵은 동산 가꾸잔 큰 뜻 품고 / 늙을 줄 모르던 맘 어디가 머무느냐.
   황성산(皇城山) 푸른 솔 위에 만고운(萬古韻)만 높았네.

남강선생의 인품은 위 시에서 노래한 대로 열성, 강직, 의로움, 독실한 신앙, 결단력, 겸비와 낮춤, 교육일념의 사람으로 묘사되고 있다. 같은 오산중학교 졸업생이면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학술원회원을 지낸 석학 김기석박사는 ⌜남강 이승훈⌟이라는 귀중한 평전을 후세에 남김으로서 인간 이승훈의 면모와 체취, 오산학교 설립과 교과 과정과 학교이념, 그리고 남강의 3.1운동 관련 활동등에 관하여 비교적 자세한 자료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남강 이승훈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유기그릇 제조공장과 판매업을 하는 실업인의 부자집에서 어린 시절 훈련을 받고 차차 자수성가하여 관서지방만이 아니라 당시 1919년 전후무렵 조선의 유능한 실업가로 대성하였다. 우국충정으로 마음앓이 하면서도 돈버는 실업일에 종사하던 남강의 인생여정에 결정적 변화는 1907년(남강 44세) 평양에서 도산 안창호의 강연을 듣고 그와 만난 사건이었다. 남강은 실업경제육성과 민족 심성교육과 조선독립이라는 세가지 대업에 일생을 바치게 된다. 전재산을 흔쾌히 털어 강명의숙과 오산학교를 설립하고, 도산과 뜻을 같이하여 신민회(新民會)에 가입한다.

  1910년 (47세) 기독교신앙에 들어가 교회를 짓고 오산학교를 기독교정신으로 바꾼다. 라부열, 조만식, 유영모등을 교장으로 모시고 관서지역에서 가장 실력있는 고등보통학교로 발전시킨다. 감옥은 남강에게는 이상한 ‘인생대학’이었다. 무관학교사건, 105인 사건, 그리고 신민회 사건으로 말미암아 남강은 3번 햇수로 9년 옥살이를 하면서 3.1운동이라는 민족적 거사를 이끌 한국의 모세로서 하늘의 연단을 받는다.

  여기에서 남강의 3.1운동 지도자로서 눈부신 활동을 자세하게 재론할 수 있는 지면이나 여유가 없다. 남강의 일생중 “가장 바쁜 달”이었던 1919년 2월, 숨가쁘게 전개되었던 당시 상황의 일부를 남강과 관련하여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남강은 졸업생들과 여러경로를 통하여 상해, 만주, 동경등에서 일어나고 있는 민족 독립운동과 독립선언 기획들에 관하여 자상하게 듣고 있었다. “때가 찬 것”을 감지하고 결정적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1919년 2월초순, 송계백 현상윤 송진우 최린등은 독립선언의 기획을 모의하였다. 그들은 첨엔 박영효,이완용, 한규설등 옛 고관들에게 교섭했느나 그들은 여러이유로 참여를 거절했다. 젊은 지도자들은 천도교대표 손병희에게 그 뜻을 알리고 쾌락을 얻는다. 그리고 2천만 민족전체의 대동단결 거사를 위하여 기독교나 불교들 다른 종단과 합력이 절대요처오딘다고 판단한다.

독립만세운동의 대중화 일원화 비폭력화등 원칙에 합의를 보고 최남선이 오산학교 김도태를 통하여 남강 이승훈과 접촉하여 상경요청을 하였다. 남강은 연락을 받자말자 협의사항의 중대함을 직감하고 상경하여 서울계동 김성수 별체에서 송진우를 만나 독립선언과 만세운동의 기획진행상황을 듣게 된다. 남강은 평양과 경성(서울)을 여러차례 오가면서 손정도, 길선주, 신흥식, 함태영, 이갑성, 박희도, 오화영 정춘수, 오기선, 안세환, 현순, 유여대, 김병조, 정춘수등 50여명의 기독교 지도자를 만나 거사의 뜻을 전하고 동지를 규합하며 천도교측과의 공동선언을 추진한다.

    (1919) 2월 24일, 남강은 함태영과 함께 다시 최린을 만나 독립선언을 위한양교 합동에 대한 승낙을 정식으로 통고하였다. 이렇게하여 독립운동에 대하여 천도교와 기독교의 합동이 성립되었고 천도교는 최린을 대표롷고 기독교는 남강과 함태영을 대표로 하여 앞으로 3자의 회합에서 구체적인 일을 결정하기로 하였다. 민족의 명의 독립을 선언할 양교의 합동이 이루어졌고 이제        불교의 참가만을 기다리게 되었다. 이 회합에서 선언서와 청원서의 문건 작성 및 그 인쇄는 천도교측이 담당하고 이것을 해외로 보내는 것은 기독교측이 담당 하기로 하였다.

독립선언서의 초안작성은 알려진 대로 최남선이 수고하였으나, 최남선은 당대 최고 지성인중 한 사람이요 문필가이며 천도교, 기독교, 불교애 대해서도 깊은 이해를 갖고있는 학자였다. 그러나, 훗날 고백하기를 독립선언서의 중심을 이루는 기본이념 곧 만인의 자유, 평등, 해방, 인간생명존엄과 존중, 인류공동선, 박애정신, 원수용서등은 기독교 독점물은 아니지만 기독교적 이념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술회하였다. 최남선의 초안을 3대종단 서명인들이 숙독했으므로 개인작품이라기 보다 집단지성의 작품으로 보아야 한다.

4. 만해 한용운의 불교개혁 사상과 3.1운동에서 불교계의 합류

흔히 독선언서에 서명한 33인의 종교지도자 수의 분포가 기독교 16, 천도교 15, 그리고 불교 2명의 숫자에 집착하여 3.1독립운동에 불교의 참여도는 미미하였고 당시 불교계의 관심도 천도교나 기독교에 비하여 비극히 약했을 것이라는 편견이 일반인에게서만이 아니라 지식인들 사이에도 존재한다.

  물론 당시 불교계가 한용운의 ‘조선불교 유신론’(유신론)을 주장할 만큼 산중불교, 개인중심 해탈불교, 역사의식과 공동체의식 결여의 종교등 병증세를 지니고 있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3.1운동 100주년 기념 학술세미나: 불교, 조선독립 횃불을 들다”(불교평론, 77호 특집호) 라는 주제로 발표한 논문들이 밝히는 것 처럼, 불교계의 3.1운동 참여는 일반 상식보다 지대하고 중요한 것이었다.‘3.1운동과 종교간의 협력‘이라는 우리글의 주제에 초점을 맞춰 간략히 살필 수밖에 없다.

만해 한용운(1879-1944)은 불교개혁가, 독립운동가, 시인 작가, 그리고 파격적인 선사(禪師) 로서 일반인들에게 알려져 있다. 만해는 한국불교가 조선조 500년 동안 억불숭유정책을 이겨내지 못하고 본래의 대승불교적 정신 곧 대승적 인간구원론과 보살정신을 잃고 산중불교, 승려중심불교, 역사현실의식 결여의 불교로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통력하게 비판하면서 불교개혁론을 주창했다.

  만해의 조선불교유신론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한국불교 본래의 모습을 되찾자는 것이요, 그것은 화엄사상과 선사상(禪思想)의 통전적 융합체인 살아 숨쉬는 불교, 대중의 삶속에 있는 불교, 고난당하는 중생제도의 불교에로 복귀를 주장하는 것이다. 만해연구 학자 김광식은 만해의 공적을 다음같이 말하고 있다.

   한용운의 민족운동 첫걸음은 임제종운동(臨濟宗運動, 1911년)의 주도로 나타났다. 임제종운동은 일본불교(조동종)가 한국불교(원종)를 통제관리하여 한국
불교를 일본불교로 개조하려는 것에 대한 저항한 운동이다. ... 불교계를 대표
하여 3.1운동 민족대표 33인의 한사람으로 참여한 그는 기독교, 천도교 지도자들과 함께 만세운동을 기획,주도하였다. 민족대표로서의 한용운은 3.1운동을 성사케 하였고, 나아가서는 ⌜독립선언서⌟의 공약삼장을 추서하여 3.1운동의 방향을 정립하였다. 그리고 불교 근대학교인 중앙학림의 청년승려들을 만세 운동의 선두에 서도록 하여, 결과적으로 전국의 사찰이 만세운동에 참여케 촉진하였다.

위의 인용문에서 김광식의 불교학자로서 만해의 역할에 대한 적극적이고 다소 과장된 표현을 감안하더라도 불교계의 참여, 한용운의 적극적 활동과 공헌을 읽기엔 충분하리라고 판단된다. 최남선의 독립선언문 초안을 보고 미지근하여 한용운이 공약삼장을 추가했다는 학설은 사학계에서 판단할 학문적 논쟁인 만큼 이 자리에서 평가를 삼간다.

  분명한 것은, 3.1운동의 준비지도부에서 최린 이승훈과 긴밀히 협력했던 만해는 불교계의 뜻있는 대표적 승려들을 다수 더 교섭하려 했을 것이다. 예들면 당시에 민족의식이 투철한 송만공, 백초월, 박한영, 오성월, 전진응 등 인물이다. 그러나 그들이 대부분 지방 사찰에 거주했기 때문에 통신역락, 서명자 직접서명등 조건에 제한을 받아 종로 대각사에서 포교활동을 하던 백용성만 33인의 명단에 자신의 이름과 함께 참여하였다는 주장은 타당하다고 본다.

5. 맺는 말
우리의 논제는 ‘3.1운동과 종교간의 협력’ 이었다. 적어도 그 당시 천도교, 기독교, 불교 3대의 협력이 없었더라면 국소적(局所的)인 , 종단별로서 독립만세운동은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당시 2천만 한겨례의 10%정도 연인원 200만명이 참여하여 국내외 커다란 반응을 불러일으킨 민족적 거사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본론에서 잠시 살펴본대로 첨엔 젊은 유학생이 중심되고 주동이 된 학생운동으로서의 조선독린 선언운동, 천도교와 기독교가 각각 별개로 독림만세운동을 일으킬 생각을 아니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러면 어찌하여, 어떻게 3.1운동에서 종교간의 협력이 성공적으로 성사되었는가?

  첫째, 천도교와 기독교와 불교이 지도자들이 민족적 거사로서의 독립만세운동은 일원화(一元化), 대중화(大衆化), 비폭력(非暴力)이라는 3대원칙을 가지고 추진되어야 한다는 일치된 공감과 정당한 판단을 하게된 것이 가장 큰 실질적 이유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종단의 개별행동을 자제하고 어떠하든지 긴밀한 협의와 논의를 통하여 3대원칙을 원칙으로서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는 3종단의 협력공조가 필수 불가결하다는 점에 뜻을 함께 하게 된 것이다.

둘째, ‘3.1운동에서 졸교간 협력’이 가능한 더 본질적 이유로서는 협력에 동참한 각종단의 근본가르침과 종지(宗旨)가 각 종단마다 표현이 다르고 강조점이 다양할 지라도 도탄에 빠져 고통당하는 민족생명을 살려내서 정의 평등 자유 박애가 실현된 세상을 만드는데 종교의 구경목적이 있다는데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천도교에서는 보국안민, 사인여천(事人如天), 인내천, 이신환성(以身換性)이 그것이다. 기독교에서는 경천애인(敬天愛人), 인의(仁義)를 핵심으로하는 하나님나라 실현이다. 불교에서는 만물동체(萬物同體), 전미개오(轉迷開悟), 보살도실천(菩薩道實踐)이 그것이다. 약육강식이라는 지난시대 낡은 문명시대가 지나고 정의와 인도(人道) 박애를 중시하는 새 문명시대가 도래한다는 시대의식에도 뜻이 일치했고, 종교인들로서 비폭력투쟁을 견지한다는 원칙도 대중적 지지와 공감을 얻었던 것이다.

셋째, 인류문명사에서 모든 비극적 대중고통의 원인제공자도 인간이고 그 해결자도 인간이다. 위에서 살펴본 3.1운동의 종교간 협력을 가능케한 첫째와 둘째 이유가 아무리 당연하고 당위적인 이유가 될지라도 그 원리원칙을 실천에 옮겨갈 살신성인하는 사람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3.1운동과정이 성공적일수 있었던 실질적 이유는 우리가 본론에서 잠시 살펴본것 처럼 손병희, 이승훈, 한용운등 3대종단을 상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대표한 3사람의 인품과 거룩한 뜻이 3.1운동이라는 거사를 가능케 한 것이다. 물론 3사람 힘만으로 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세 사람은 대승적 생각을 하는 각 종단에 속한 많은 사람들을 대표하고 3.1운동을 견인해갔던 실천적 신앙인이요 살신성인하는 인물들이다.

그들은 진리파지의 역사적 산물로서 역사 속에 현실적 종단으로서 존재하는 ‘역사적 종교들’(불교, 기독교, 천도교, 유교, 이슬람교등)이 그 나름대로 위대하고 고귀한 것이지만 ‘진리 그 자체’는 더 위대하고 고귀한 것임을 깨닫고 있었다. 그리고 ‘진리 그 자체’는 현실적이고 역사적 생명체의 희비애락의 실상과 동떨어진 플라톤적 이데아세계가 아님도 깨닫고 있었다. 성속(聖俗)은 구별되어야 하지만 분리되어서는 않되며, 개인생명과 전체생명도 그러하다고 본 것이다.

3.1운동에서 당시 종교간 협력이 가능하고 실천에 옮길 수 있었던 다른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지만, 이상의 3가지 이유가 가장 중대한 본질적 이유라고 본다. 그러한 선인들의 고귀한 종교적 삶과 뜻에 비교해 볼 때, 오늘을 살아가는 종교계와 그 지도자들은 너무나 배타적 종파 교리중심주의와 편협한 종파적 이기주의에 사로잡혀있지 않는지 반성케한다.

  각종단중심의 3.1운동 공헌논쟁이나 독점적 영향력 행사를 했다는등 비생산적 담론을 이제부터는 중단하고 실지로 각종단이 각각 자기종교에 충싱하되 생명과 정의와 진리와 평화 실천운동에 다시 하나가 되는 각성이 증대되기를 희망해 본다. 좋은 나무는 선한 열매를 맺을 것이며, 종교의 진면목은 말과 교리내용에 있지않고 삶 속에서 생명을 살리고 더 풍성하게 하는 ‘생활신앙’에 있기 때문이다.

[참고서적]
1. 박은식 지음, 남만성 옮김, ⌜한국독립운동지형사⌟수정신판(서문당,2019)
2. 김용휘, ⌜손병희의 철학:인내천과 이신환성⌟, (이대출판문화원, 2019)
3. 동학혁명100주년기념사업회, ⌜동학혁명 100년사⌟(하권) (태광문화사, 1994)
4. 김양선, ⌜한국 기독교사 연구⌟ , 기독교문사, 1980)
5. 민경배, ⌜한국기독교회사⌟, 개정판(대한기독교출판사, 1992)
6. 김기석, ⌜남강 이승훈⌟(한국학술정보주식회사, 2005)
7. 김광식, ⌜만해 한용운⌟, (동국대출판부, 2011)
8. ⌜불교평론⌟, 특집호 “불교, 조선독립의 횄불을 들다‘(2019, 봄호)
9. 크리스챤 아카데미 편, ⌜열린종교와 평화공동체⌟(대화출판사, 2,000)
10. 죤 힉 지음, 이찬수 옮김, ⌜하느님은 많은 이름을 가졌다⌟(도서출판 창, 1991)

[Abstract]
This essay is an attempt to contemplate the motive and process of a close co-operation among Korean religions, especially between Chondokyo, Christianity , and Buddhism during the March First Movement in 1919. To considerate this great co-operation, this essay focued upon three representative religious leaders; Son-Pyonghui(the 3rd general leader of Chondokyo), Lee Sunghoon(Christian elder), and Han Yongun (Buddist reformer).
To bring the Independent March Movement to a successful result,     They united in one mind upon the Three principle of the March Movement: popularization , unitarization , and nonviolence. And also they have unshakable belief that Korea Independence is the clear command of heaven, the course of our time, a legitimate manifestation of the right of all nations. so that, nothing in the world can suppress or block it.
Three religious leaders could be in cooperation with the conviction that The March First Movement for Korean Independence represents the demand of Korean people for justice, humanity, survial, and dignity. The March First movement of 1919 would not been successful had it not been for open mind to Truth itself and sacrificial spirituality beyond egocentric belief.

Key words: The March First Movement of 1919, Son Pyonghui, Lee sung hoon, Han yongun, unitarization, Three open pledges, sprit of freedom, justice and human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