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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암의 통전적 교회사학 되새김(교회와 신학 제13호, 2020,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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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암의 통전적 교회사학 되새김
  Rumination on Hyeam's integarative theology regarding with Church History
         
                                        김경재 (한신대명예교수, 문화신학)

1. 들어가는 말

  이 글은 한국신학사에서  교회사학계의 제1세대라고 평가받는 원로이시고 그 분야 개척자이신  혜암 이장식 교수(1921- )가 남긴 학문적 결실물 안에 특징으로서 나타나는‘혜암(惠岩) 교회사학의  통전적 특징(統全的 特徵)’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김 하려는 것이다. 통전적(integration)이라는 단어 안에는 통합, 합병, 집대성, 완성, 융화, 조화등의 복합적 의미가 있다.  혜암 교회사학의 ‘통전적 성격’은 단순히 백과사전같은  지식의  종합을 의미한다거나 학문적 깊이나  학술적 독창성(오리지날리티)을 결여한 것이 아니다.  앎과 깨달음과 믿음의 내용들이 ‘유기적 관계성 안에서 더불어 서로 넘나든다’는 통섭(統攝, consilience) 개념에 더 가까운 개념이다. 신학과 타학문과의 관계에서보다는 신학이라는 학문의 다양한 전문분야간의 통합이기에 통섭보다는 통전이라고 글제목을 붙였다.

  혜암의 탄신 100주년을 찬하 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신학의 여러분야와 서로 다른 교단의 학자와 목회자들이 혜암의 학문적 업적을 다양한 주제를 배당받아 조명하게 되었다. 필자는 한국신대학 학부시절 혜암선생님에게 교회사 관련 강의를 직접듣고 자란 은혜를 입었지만, 혜암선생의 박학다식(博學多識)한 학문의 넓이와 높이와 깊이에 압도되고, 졸업후 전공분야가 달라지게된 이유를 핑개로 혜암 선생의 학문업적의 진가에 대하여 무지한 상태였다고 고백하게 된다.

 혜암의 교회사학의 특징으로서 통전적 성격은‘교회사학’도  신학의 한 전문 영역이지만 ‘교회사학’이 갖는 성격에서부터 기인한다.‘교회사학’을 좁게 이해하면 제도화된 교회들의 역사적 발전사를 연대기적으로 서술하는 학문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교회사학’을 제대로 연구 하려면, 제도화된 교단이나 교파의 직제, 교리, 사회윤리, 경건운동, 선교역사만이 아니라 실로 기독교신학의 모든 분야가 관련되는 통전적 학문성격을 띄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혜암선생이 남긴 20여권의 단행본이나 논문집에는 교부신학, 기독교사상사, 신조및 교리사, 교회론, 선교신학, 평신도 신학, 에큐메니칼 운동, 선교신학등 다양한 학문적 결실을 남기게 되었다.     

 한국 기독교계 안에서 혜암의 교회사학이 남긴 진정한 가치와 의미에 대하여 충분한 평가와 활용이 이뤄지 않는 이유중 하나는, 위에서 말한대로,  혜암의 교회사학이 지닌 통전적 혹은 통섭적 성격을 깊이 되새김하지 못하고 한국신학계 초창기 1세대 신학자들의 당시 감당해야야만 했던 ‘다양한 신학적, 목회적 주제들’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라고 오해한 점이 많다. 한국신학계의 진보진영이나 보수진영은 양쪽 모두 혜암교회사학의 통전적 성격을 어중간한 ‘중도로선’이라고 오해한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 글의 주텍스트로 사용한 1970-80년대, 다시말하면 혜암이 신학자로서 50-60대의 학자로서 절정기에서 쓴 15편의 논문들을 정독하면 혜암의 교회사학이 지닌 통전적 성격은, 40년전 그 때나 2020년 지금이나 한국 교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 얼마나 귀중한 논문들인가 새로운 눈으로 놀라게 된다.

  필자는 혜암이 1970-80년대에 쓴 매우 중요한 논문 15개를 읽고, 혜암 교회사학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다음같은 몇가지 주제를 가려뽑아 그의 교회사학이 지닌 통전적-통섭적 신학특징을 되새김할 것이다. 혜암의 신앙과 신학의 기초형성에 큰 영향을 준 혜암의 어머니와 만우 송창근 목사의 영향에 대한 고찰을 포함하여 6가지 소주제를 검토할 것인데 그 소주제들은 다음과 같다: (i) 혜암의 신앙과 신학 체질형성에서 모친과 만우 송창근 목사의 영향 (ii) 교회의 직제, 예전, 교리, 신학등의 역사문화적 상대성 (iii) 한국교회 체질형성의 뿌리와 그 장단점 (iv)  평신도 신학과 아시아 교회의 선교적 과제 (v) 한국교회 예배에서 말씀설교와 성례전 예식의 통전 (vi) 토착화신학과 교회선교의 당면과제

2. 혜암의 교회사학의 특징으로서 통전적 성격의 특징과 의미

(1) 혜암의 신앙과 신학 체질형성에서 모친과 만우 송창근목사의 영향

 한 신학자의 신앙과 신학형성의 구성적 요소를 고찰한다면  타고난 심리적 성격, 가정환경과 부모의 영향, 받은 교육과정과 사회문화적 영향, 개인의 독서와 경건훈련등 다양한 요소가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의 논제인 혜암의 교회사학에서 통전적-통섭적 특징 형성에 큰 영향을 준 인물로서 혜암 모친의 경건신앙과 그의 영원한 멘토요 스승인 만우 송창근 목사의 영향에 국한 하여 잠시 일별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혜암에게 있어서 모친과 만우 송창근의 영향은 마치 성 어거스틴에게 있어서 모니카와 암브로시우스가 끼친 영향에 상응하는 중요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혜암은 1921년 4월17일 경남 진해 동쪽해안의 한 작은 어촌 덕산에서 태어났다. 혜암이 태어난 가정은 기독교가정이 아니었다. 경남지역의 선교를 분담한 호주장로교 선교회가 1900년초 경남의 진해와 웅천지역에 두교회를 개척해 세웠는데, 그 하나는 주기철 목사를 배출한 웅천교회요, 다른 하나는 혜암 이장식 목사를 배출한 경화교회다.혜암의 어머니가 덕산에 시집오기 전에 이미 기독교신앙을 지니셨고 시집오실 때 이미 성경과 찬송가를 고이 간직하여 가지고 오셨고, 어린 아들 혜암에게 신앙적으로 결정적 영향을 주셨을뿐 아니라 이 가정을 기독교 가정으로 변화시키셨던 것이다. 남편이 병으로 일찍 타계하게 되자 행상을 하면서 가정경제를 일으켜갔고, 혜암의 어린 시절부터 기독교의 경건한 신앙을 삶으로서 가르쳐주신 것이다.

 혜암의 과묵한 성격은 부친을 닮은 면이 많지만, 모친도 당시 한국교회의 부흥회적 감성주의 신앙이나 율법주의적 신앙을 아들에게 신앙유산으로 물려주지 않았다. 혜암이 자서전에서 증언하는 어머니의 신앙은 철저한 성수주일 신앙과 삼일기도회 참석, 새벽기도회 참석, 사경회 강사대접, 성미를 뫃아 드리는 경건, 목돈이 없어서 교회건축헌금을 빚내어 헌금하고 다달이 갚아가는  정성어린 약조와 분할 헌납, 동내 제사음식을 꺼리지 않고 받아 감사하는 열린 신앙등등을 회고하며 증언하고 있다.

  이런 혜암의 모친의 건전한 경건신앙 유형은 혜암의 신앙과 신학형성에 신앙적 DNA 영향을 주었다. 줄여말하면 폴 틸리히가 그의 명저 『신앙의 역동성』에서 경고한 건전한 신앙이 3가지 형태로 탈선하는 왜곡 곧 ‘주지주의적 왜곡’(intellecual distortion:교리중심적 경직신앙), '감정주의적 왜곡‘(emotional distortion:열광주의적 감정신앙), ’도덕주의적 왜곡‘(moral distortion: 바리세주의적 도덕 교만신앙)의 덫을 피해가도록 어린아들의 기본적 신앙심 육성에 큰 영향을 끼쳤다.  틸리히의 지론과 혜암의 입장에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건전한 신앙은 지성, 도덕성, 감성을 숭고한 형태로 고양시켜 내포하는 것이지 그 어느것 하나라도 배제하는 것인 아니라는 점이다. 혜암의 교회사학 글에서 언제나 그 세가지 요소가 바른 위치에서 바른 분량에서 통전되기를 추구하는 것이다.

  혜암의 신앙과 신학적 특징으로서 필자가 강조하는 통전적-통섭적 성격은 물론 그가 고등교육을 받고 연구하면서(한신대, 카나다 퀸즈신학대, 뉴욕 유니온신학교, 예일대 신학부, 아퀴나스신학부등) 깊어지고 높아 갔지만 그 배아적 씨앗은 혜암의 청소년기 학창시절을 보낸 명문학교 대구 계성학교에서 5년동안 수업받으면서  형성되어간 것이다. 혜암의 자서전에 의하면, 계성학교에서는 1년에 한번 저명한 외래강사를 초빙하여 신앙수련회가 있었는데, 계성학교 5년 재학기간동안 놀랍게도 당대의 지성적인 목사들 송창근, 김재준, 한경직, 윤인구,  최필근 목사를 강사로 모시는 신앙집회를 경험하는 행운을 누렸다.   다섯분중에서도 특별히 만우 송창근 목사와의 만남은 신앙적으로나 통전적 교회사학 형성면에서 결정적 영향을 받았던 것이다.

   혜암은 은사 만우 송창근 목사가 한국 교계와 신학계에 끼친 공헌을 다음같이 압축하여 진술하고 있다. (i) 만우는 민족을 사랑하고 민족 정신을 살리려고 고난도 겪었지만 소위 민족주의자는 아니었다. (ii) 신도들의 신앙각성과 교회개혁과 복음전도를 열망하여 교회의 권위를 강조했으나 교권주의자는 아니었다. (iii) 기독교신앙의 정통을 지킬 것을 강조했으나 소위 정통주의 교리주의자는 아니었다. (iv) 신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부르짖었으나 소위 신신학자는 아니었다. (v) 새로운 신학사상을 논했지만 서양신학의 직수입이 아니라 기독교의 토착화를 생각했다. (vi) 교회의 목회자 권위와 예배와 신앙생활에서 경건을 강조했지만 소위 경건주의자연 하지 않았다.(vii) 빈민과 소외된 자들을 위하여 헌신했고 사회개혁을 강조했으나 사회주의자는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혜암은 강조하기를, “이덕주교수가 지적했듯이 송박사님은 조화와 일치의 미(美)를 추구하셨는데 애국심과 신앙생활의 조화, 신학과 설교, 문학과 신학, 교회와 사회, 전통과 개혁, 보수와 진보 등등의 조화를 희구하셨다”. 혜암이 은사  만우에 대한 위와 같은 평가는 , 만우가 납북되어 순교하신지(1950) 그후 50여년동안 혜암의 교회사학이라는 학문분야를 통하여 더욱 심화확장되어 ‘통전적-통섭적 교회사학’이라는 업적을 이루게 되었다.

(2) 교회의 직제, 예전, 교리, 신학 등의 역사문화적 상대성

 혜암의 교회사학이 지닌 통전적 특징은 전통을 중요시 하되 어느 시대 특정 교파나 교단의 직제, 예전, 교리 신학을 절대시 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바라보는 통찰력에서 나온다. 그러한 통찰력, 포용성, 그리고 그의 비판적 사고는 교회사학을 전공한 혜암의 광법한 독서와 연구를 통해 2,000년 기독교사를 통달한 지식과 지혜에서 나온다. 혜암은 월간지 『기독교사상』에 위 논제와 관련된 2개의 의미깊은 논문을 발표하였다. 그 논문의 하나는 ⌜교리논쟁과 문화적 사고유형⌟(1977년 12월호)이고  다른 하나는 ⌜교회직제의 역사와 성격⌟(1982년 11월호) 이다.  먼저 교회직제의 역사와 성격에 관한 혜암의 견해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혜암은 위 논문의 서론과 결론부분에서 다음같이 말한다,

  예수는 하늘나라 운동을 전개하였고 교회는 그 나라 운동을 이어받으면서 제도화해 갔다. 교회의 제도는 우선 직제부터 시작되었는데 직제란 것은 직분, 몫, 또는 자리등의 의미를 가진 희랍어 클리로스(klyros)라는 말로 신약성경에 표기되어 있다....그리하여 클리로스(klyros)란 말에서 교역자(Clergy)라는 말이 생긴 것이다.
 
  혜암은 교회사학의 거장답게 2,000년  교회사에서 직제의 내용과 그 신학적 의미가 어떻게 발전해오거나 변질되어 왔는가를 크게 4시대로 시대구분하여 살피고 있다: (i) 사도시대 이후의 직제(2-3세기) (ii) 니케야회의 이후의 직제의 발전(4-7세기) (iii) 중세교회의 직제 (iv) 종교개혁운동과 교역제도가 그것이다. 위 논문의 결론부분에서 혜암을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교회의 교역과 직제는 실로 발전과 변혁이 많았으므로 어느시대의 직제를 표준으로 삼을 수 없으며, 신약성서에서 찾아볼 수 있는 직제도 그 자체 불분명한 점이 있을뿐더러, 그것이 영구적인 직제로 추천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교회의 교역과 그 직제는  교파와 교단이 제도적으로 만든 것이니만큼 그 제도를 개혁하기 전에는 그 제도를 지켜야 하고, 개혁이 필요할 때는 연구와 공론을 거쳐서 제도적으로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교회의 제도는 제도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고 전도와 선교와 봉사의 효과를 보다 크게 하기 위한 것이므로 필요에 따라서는 갱신되어야 한다.

위에서 잠시 살펴본 교회의 직제나 제도에 관한 혜암의 견해를 되새김 할 때, 그는  전통을 존중하지만 전통주의자가 아니며 교회제도, 감독제도, 장로제도, 목사와 평신도의 관계, 총회나 노회의 권위등이  존중되어야 하지만 절대 신성불가침의 것인양 절대화 되어서는 않된다는 입장이다. 그것들은 인간본성의 나약함과 역사와 문화의 상황이 지닌 상대성을 내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다른 논문 ⌜교리논쟁과 문화적 사고유형⌟에서는 위와 같은 혜암의 입장이 더욱 분명하게 나타나며, 교리논쟁 때문에 분열을 거듭해온 한국 교회지도자들에게 많은 깨달음을 얻게 한다.

  2,000년 교회사에서 가장 논쟁이 심하였고 그 결과 교회분렬과 신도들간의 반목을 조장했던 교리가 기독론 논쟁 이었는데  혜암은 교회사에 나타난 기독론의 견해차이도 단순하게 그 어떤 학설을 주장한 신학자들이나 교부나 감독들의 개인적 취향 때문에 생긴 문제라기보다는 인간의 이해에 있어서  해석학적 사유지평을 틀지우는 문화적 사고의 유형적 특성에 기인하고 있음을 설파한다. 그 대표적 논문은 ⌜교리논쟁과 문화적 사고유형⌟이다.

  혜암은 기독론의 견해차이를 그 뿌리에서 고찰하면 ‘문화적 사고유형’의 특수성에 기인하고 있다고 본다.  대표적 3가지 문화적 사고유형의 패턴은 히브리적 사고(유대주의적 사고), 헬라적인 사고(영육이원론 영지주의 사고), 그리고 라틴적 사고(로마적 법적 사고)라고 본다. 다시말하면, 기독론에서  성육신 이해문제, 신성과 인성문제, 그 양자 사이의 관계성 문제, 예수그리스도의 대속론 이해, 부활과 종말론 문제, 삼위일체론에서 삼위간의 관계성 문제등이 단순한 개인 신학자들의 견해차이가 아니라 그 뿌리에 문화적 유형의 차이와 특징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기독론 논쟁의 번잡한 항목을 다시 재론할 필요는 없다. 다만 혜암이 말하는 문화적 유형론의 특징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기 위하여 한두가지 예를 든다면 다음같은 것들이다.  기독론의 전개과정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을 반대하고 소위 양자론적 기독론을 주장한 에비온주의자들은 그 신앙계보의 뿌리가 창조주와 피조물을 엄격하게 구별하는 히브리적 사유의 문화유형 때문이다. 반대로 가현론적 기독론을 주장한 기독론자 계보는 뚜렷한 영육이원론과 신화적 육화론이 널리 용납되어지는 영지주의적-신플라톤적 헬라문화 사고유형의 나타남이다.  터툴리안과 안셀무스에서 나타나는  기독론과 속죄론의 ‘페르소나’(persona) 용어와 법적 보상설등의 사고유형은 매우 실천적인 로마문화 유형의 사고 텃밭에서 육성된 것이라고 본다.  위 논문결론부문에서 혜암은 다음같이  말한다

   구약적 기독교와 신약적 기독교, 율법적 경건과 복음적 경건, 보수적 신학과 진보적 신학 등등이 다 문화적 사고유형의 차이에서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차이를 아주 극복하거나 상대편을 무시하려 드는 사람은 자기의 인간성의 약점만을 드러낼 뿐 상대방을 승복시키지 못할 것이다.실로 그리스도의 신인 양성의 신기한 연합관계처럼, 문화적 사고유형을 달리하는  기독교인들이 신기한 연합과 협력관계를 이루도록 노력하는 것이 진실한 기독교인과 참다운 신학자의 자세일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혜암의 교회사학에서는, 기독교 2,000년 역사동안 나타난 다양한 직제, 교리, 신학들을 이해함에 있어서 독단적이거나 독선적 사고를 부정하고, 그 모든 것들이 인간성의 한계와 문화적 다양성에서 형성된 온전하지 못한 상대적인 것들이며, 진리를 가르키는 손가락들로서 이해하고 다른 문화적 사고유형을 이해하고 포용하려는 신학적 자세와 통전적 교회사 이해를 할 것을 교훈하고 있는 것이다.  
   
(3) 한국교회 체질형성의 뿌리

  오늘의 한국 개신교는 위기라고 말한다. 교계 지도자들이나  교회를 염려하는 평신도들만 아니라 비기독교인들인 한국사회 구성원들도 비판적 관점이거나 염려의 눈빛을 보낸다. 한국교회는 처음교회가 소래마을에 설립되고(1884), 언더우드와 아펜젤라등 초기 선교사들이 정식으로 입국(1885)한 이후 오늘까지 135년간 한국 근현대사회사에서 큰 역할을 했고 괄목할만한 교세성장을 이루었다. 그런데 선교 135년 만에  긍정적 평가보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게된 이유가 어디에 있을가? 이 문제를 교회사학적 관점에서 통전적으로 고찰한 혜암의 탁월한 논문은 ⌜한국교회의 형태와 교회갱신⌟이다.

 혜암은 오늘 한국교회가 당면한 여러 가지 문제의 발단과 그 뿌리엔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역기능적으로 오늘날 나타나는 한국교회의 형태적 체질을 교회학적으로, 사회학적으로 분석하여 그 치유처방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구체적으로 예들면, 최근 몇 년동안 한국장로교회의 대형교회중 하나인 명성교회가 ‘교역자 세습문제’로 교계와 사회의 비판을 받았지만 해당교회는 소속한 노회나 교단총회의 결의를 무시하고 다분히 개교회중심주의적 행태를 보여주었고 교계와 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켰다. 혜암은 개교회중심주의라는 옳지못한 경향성이 단순한 개교회 담임목사의 탐욕과 명예욕에서 그 원인을 찾기보다는 한국교회 체질속에 그러한 잘못된 생각을 하게만든 원인이 있음을 분석한 것이다.

   혜암이 분석한 한국교회의 체질과 형태에서  문제의 초점은 (i) 교파주의적 조직과 교회의 유대성에 관계된 문제  (ii) 회중교회 형태와 교회 권위 문제 (iii) 경건주의와 한국교회의 부흥회 체질문제 (iv) 민족주의, 민주주의, 한국문화와 관계등 몇가지로  나누어서  분석하고 성찰한다.  

   첫째, 교파주의적 조직과 교회의 유대성 문제를  혜암은 다음같이 분석한다. 대부분의 한국교회 교인들은 자기가 출석하는 교회의 교파나 교단이나 독특한 신학적 신학교리에 별관심 없다. “사도신조를 기본신앙으로 삼고 모여든 예수쟁이들 이었을 뿐이다.” 한국에 19세기 말에 온 맨 처음 초기 선교사들도  모국의 교파주의 폐해를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첨엔 선교지 한국에 교파적 기독교 교회를 세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들을 파송하고 경재적 선교비를 제공해주는 구미 “선교 본국 교파들 교권의 세계적 확대와 과열된 세계선교의 실적 경쟁의식 때문”이었다고 분석한다.  그리스도 몸으로서의 교회의 유대성은 약화되고, 장로교나 감리교라고 하는 동일계통의 교단적 연합도 어려워질만큼 독선적 신학과 교권이 야합되고 뒷받침되어 유별나게 오늘날 한국 교회들의 행태에서 보는 ‘개교회주의’가 기승을 부리게 되었다.

  둘째, 혜암은 오늘날 한국교회가 교역자(목사) 중심의 개교회주의 형태로 체질이 형성되어 교회의 참다운 군위와 능력이 실추된 것은 매우 역설적인 말이지만   한국교회 초기부터 한국교회가 ‘회중중심적 교회’로서 초창기 체질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 두 교파가 (장.감) 한국에 들어와서는 미국의 장로교나 감리교 두 교회의 제도보다 더 자유롭게 되어서, 즉 더 회중중심적이 되어서, 한국교회는 회중교회적인 조직과 채질을 갖게되었다. 회중교회적 형태는 개교회 중심적이어서 상회(上會)에의 종속개념이 매우 희박하며, 개교회는 신자들 개개인의 자원적 가입 또는 계약으로 교회성원이 되는  것이므로 따라서 교회 신도들이 중심이 되어서 교회를 관리 운영해 가는 것이다.  

혜암의 위와 같은 통찰은 매우 중요한 관점이다. 한국교회는 본래 회중중심적이기 때문에 “교회회중이 교회권위의 소재(所在)가 된 것이어서 성직자 초청결의도 전교인 공동의회에서 하고, 교회의 교단 가입및 탈퇴문제, 교회의 예결산문제와 자산 처리같은 중요결정도 회중들의 총회 곧 공동의회에서 결정하는 것이다. 한국교회의 이러한 기본체질은 목사에게 설교권과 성찬집례권및 제직회나 공동회의 사회권을 부여하지만, 개인성직자의 카리스마가 교회를 좌지우지하거나, 교권을 장학고서 재벌 기업체의 최고 CEO 처럼 권위를 남용하는 것은 본래 한국교회의 모습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셋째, 한국교회의 근본체질 형성에서 경건주의 신앙전통이 준 빛과 그림자를 혜암은 깊이있게 성찰한다. 경건주의 신앙 및 신학운동은 유럽에서 17세기 무렵 종교개혁의 영적 에너지가 식어지고 교리적 신학논쟁으로 경직되어가는데 대한 신자들의 저항에서 비롯되었다. 경건주의자들의 공통적 특징은 신자들이 구원받은 확증을 특정 신학 교리나 심지어 성경무오설등 어떤 객관적 지식의 수용 여부에서가 아니라 “오직 개인의 신앙으로 중생과 회심의 체험에서 얻으려는 것 이었다”   

  17세기 유럽에서 발생한 경건주의 신앙불꽃은 청교도들과 신대륙으로 신앙자유를 찾아 이민간 신도들의 마음에서 조용하게 계승되어 가다가 19-20세기 미국교회에서 일어난 저 유명한 심령대부흥운동에 의해 다시 뜨거운 불길로 타오르고, 한국선교사들 대부분이 바로 이‘성령대부흥운동’의 직간접 영향으로 중생과 회심을 경험하고 복음선교, 의료봉사, 기독교 복지사업에 헌신하게 된 것이다. “한국 개신교의 경건주의는 구원의 객관적인 확증을 성서에서 찾는다....경건주의는 성서를 교리나 신학의 교본으로 삼기 위해 읽는 것이 아니고, 각자의 구원의 확신의 객관적 확증을 얻기 위해서 성서를 읽었다. 그래서 심령부흥운동과 성경공부는 언제나 병행된 것이었다.  한국에서도 부흥회가 사경회(査經會), 곧 성서대회라고 불린 것이다”.   

  혜암의 통전적 교회사학의 성찰에 의하면, 초창기 한국교회  체질 안에 내장된 귀중한 경건주의적-사경회적 신앙유산이, 그 이후 변질되어 교권주의와 교파주의자들및 신학적 근본주의 신학집단이나 극우 보수파들의  경직화된 성경주의(성경관)에 의해 변질되었다고 본다. 지나친 자유주의적 성경비판학이 성경의 참된 영성을 밝혀내기보다는 성경의 권위를 파괴한 것도 잘못이다.  다른 한편, 초창기 건전한 부흥사경회는 감성적으로 과잉된 열광주의적  방언신유등  은사체험 강조운동으로 변질되어 초기 경건주의 신앙유산을 상실하게된 것이다. 마침네 한국교회는 저명한 부흥사나 교역자의 종교기업처럼 수량적 성장위주 종교집단으로 타락하여 참다운 중생, 사랑, 봉사, 겸비, 협동, 연대등등의 덕목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한국교회 본래적인 건강한 모습의 회복을 위하여 통전적 성찰, 진지한 회개가 요청된다는 것이다.

 넷째, 한국교회 형태와 체질형성의 뿌리로서 혜암은 정치사회사적 측면을 마지막으로 성찰한다. 그것은 한국교회의 민족주의, 민주주의, 그리고 전통문화와의 관계를 고찰하는 것이다. 문화와 관계는 이글에서 혜암의 토착화신학과 관련하여 다시 논할 것이므로 민족주의와 민주주의와 교회관련만 잠시 고찰하기로 한다. 19세기 말 공식으로 선교사가 들어와서 개신교를 선교할 때 부터  오늘날까지 한국교회는 3가지 정치사회적 과제와 씨름하게 된다.

  그것은  조선조 유교문화의 정치적 현실체인 봉건주의적 가치관의 극복, 약육강식론에 입각한 일본의 식민지배로부터 건강한 민족애와 민족주의 형성, 그리고 해방후 남북 분단상황과 산업화 과정에서  정치적 민주주의와 인권존엄성 파수, 이상 3가지 문제로 요약된다.  이 3가지 문제에 대한 혜암의 입장은 아래 인용문에서 압축되어 보여준다.  
   
      한국 교회는  앞으로도 한국 교회의 민족주의적 애국운동과 정치적 및 현실적 참여의 역사와 전통을 살려서, 국가와 민족과 사회를 올바르게 계몽시키고 인도하는 종교적 역활을 수행해야 하되, 기독교의 역사적인 정교분리 원칙과 기독교의 사회윤리와  정치철학을 학구적으로 연구해서 참여행위의 지침으로 사망야 할 것이다.

  위의 인용문을 되새김 하면, 혜암은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노력해야하는 교회의 본질적 사명을 고려할 때, 민족문제나 현실적 정치적 사안에서 심각한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역사도피적이거나 몰역사적 종교집단체가 되어 신령한 타계주의적 개인의 영혼구원에만 관심을 갖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역사현실에 참여하는 정도, 방법, 태도에 있어서는 신중을 기하고 넘어서는 안되는 금도를 지켜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그 금도의 선이 무엇이며 어느 수준이어야 하는가 언급은 없다. 그러나 정교분리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과 기독교 사회윤리적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는 것과 현실적 정치철학에 대한 학구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입장은 이 글 처음에 소개한 만우 송창근 목사의 정치신학적 입장과 같은 입장이다. 혜암의 입장은 기독교 정치정당을 만든다든지, 성직자가 국회의원직이나 정부의 고급공무원 직에 섣불리 참여한다든지, 특정한 정치정당을 명시적으로 지지하는 등의 정치적 행위엔 동의하지 않는 다는 입장으로 이해된다. 혜암의 정치신학적 입장은 결국 복음서가 증언하는 대로 하나님나라와 현실역사와 관계에서  갖는 역설적 긴장관계 때문이다. 그것은 두 실재의 관계가 불일불이(不一不二)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4) 평신도 신학과 아시아교회의 선교적 과제     

 혜암의  통전적 교회사학 특징을 고찰함에 있어서 그의 평신도신학과 아시아교회의 선교적 과제를 고찰하는 것은 중요한 연구과제가 된다. 이 과제를 되새김하기 위해서 본고는 혜암의 논문 ⌜평신도의 교회학적 위치⌟와 ⌜외래선교와 아시아교회 150년⌟등 세편의 논문을 주로 참고할 것이다.

 혜암의 평신도신학은 성서적 근거와 목회적 사명과 미래 선교지평의 확대심화를 위해서 평신도의 책임, 역할, 기대가 얼마나 막중한 가를 설파한다.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가 종교개혁정신의 활성화와 개혁추진을 위해 『독일 귀족들에게 보내는 글』보다 더 진지하고 신학적 통전성을 드러내고 있다. 혜암은 신약성서에 나타나는 ‘예정되고 선택된 거륵한 백성’(엡1:4-6,9-14), ‘택하신 족속, 왕같은 제사장, 거룩한 나라, 그의 소유된 백성’(벧전2:9-10), “교회는 그리스도이 몸‘(고전 12:12)등에서 백성(laos)은 무리 또는 회중이라는 말이므로 ” 교회는 성직자 중심의  제도적 교회가 아니고 오직 ’신도대중의 교회‘가 되어 있었다.  ... 즉 신도 없이는  교회는 없다는 말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신도들이 교회의 주체가 된다”.

 루터의 종교개혁에서 만인 성직론의 의미를 혜암은 이렇게 해석하고 있다: “평신도들의 교회 대내적 사역은 물론, 그들의 생업도 하나님의 소명에 의한 직업으로 간주함으로써, 그들의 직업이 종래의 사회신분제도를 말하는 것이 아닌 동시에 직업이 개인의 생계수단과 번영의 수단일 수 없게 되었다.....생계를 위한  직업까지도 종교적, 선교적 사명을  띠는 것이기 때문이다.” 혜암은 통전적 교회사학의 관점에서 보기 때문에, 16세기 종교개혁운동의 성공은 루터나 칼빈등 위대한 영적 지도자들의 공헌도 크지만, 그들 이전에 많은 평신도학자들이 인문과학 사회과학 심지어 자연과학에서 그 준비작업을 해놓았기 때문이라는 것도 밝힌다.  평신도들의 중요성, 곧 그들의 재능, 책임, 사역, 전문지식, 삶의 현장에서의 주역활동은 전문성직자들의 보조원으로서 교회안에서 돕는 일에 그치지 않고 그보다 더 크고 넓고 중요하다는 통찰을 갖게한다. 사실 현대 한국교회의 개혁은 평신도들의 각성과 참여없이는 거의 불가능하다. 더욱이나 오늘날 ‘하나님의 선교’(misssio Dei)를 말하는 시대에 평신도의 중요성은 더 말 할 필요도 없다.

  혜암의 교회사학이 갖춘 통적적 특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교회사가로서 동서양 교회사를 모두 연구한 연구업적에 기초한다. 한국 신학계의 교회사 전문연구학자들 중에서  혜암만큼 아시아교회와 아시아지역 선교역사를 깊이있게 일찍부터 연구한 학자는 없다. 『아시아 고대기독교사』는 그 분야 연구에서 고전적 위치를 갖게되었다.이 책이 단행본으로 출판된 것은 1990년이지만, 필자가 한국신학대학 학부시절(1959-1964) 혜암선생의 교회사 강의에서 그 내용을 듣고 신성한 충격을 받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전통적으로 교회사라하면 의례 서양교회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알던 시대인데, 초대동방 시리아 에뎃사, 인도 성토마스교회, 당나라시대 경교이야기, 심지어  가야문화속에 발견되는 기독교적 흔적에 대한 교회사가로서 해석을 듣고 매우 놀랐던 것이다.

  혜암은 ⌜와래선교와 아시아교회 150년⌟(기독교사상 1982, 2월호) 논문과 ⌜아시아 혁명과 아시아교회 형성⌟(기독교사상, 1978, 2월호)를  집필하였는데 다음같이  통적적 교회사가로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한다.

   물론 우리는 서양선교의 혜택을 많이 받았고 아시아 기독교의 성장이 선교사들의 노력에 크게 힘입은 것이지만, 외국 선교사들은 주로 기독교 특히 교피적 기독교를 보급시키는 역할을 하였고 아시아 각국의 기독교의 진짜 성장은 아시아 기독교인들의 신앙과 전도와 헌금과 각종 희생적인 봉사로 된 것이다. 그러므로 아시아의 기독교 역사는 아시아 본토민들의 신앙과 전도와 봉사를 중심으로 하여 엮고 써야 할 것이다.

    오늘날 한국 교회는 지나치게 양극단적 입장으로 분렬되어있다. 선교사 의존과 사대주의적 선교사신학의 절대숭배자들과, 서양선교사들의 노력과 공헌을 아예 무시하고   비판하는 극단적 입장이 그것이다. 혜암의 통전적 교회사학은 그 두 부류 입장이 잘못임을 지적한다. 공헌은 공헌대로 정직하게 역사적 사실로서 평가하되, 아시아인들의 주체적 신앙과 신학정립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지론을 교회사의 역사적 사실연구와 과거 유럽과 특히 미국선교사들의 공헌에서 빛과 그림자를 공정하고 평가하는 지식과 용기를 후학들과 한국 교회지도자들에 남겨주고 있다.  

(5) 예배에서 말씀설교와 성례전 예식의 통전

  혜암의 교회사학이 지닌 통전적 특징이 가장 유감없이 표현된 논문이나 저작중에서 ⌜예배와 성찬의식⌟(기독교사상, 1979.2월호) 논문은 후학들과 목회자들의 주목을 받아야 할 매우 의미깊은 논문이다. 모든 신학의 궁극적 목적이 신학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교회를 섬기는 학문”으로서 학문이라는 점은 혜암의 교회사학에서 더욱 강조 되고 있다.  

  혜암은 위 논문에서 개신교의 결정적 약점 혹은 문제점으로서 성만찬예식과 성만찬을 중심으로 얽혀있는 영적 상징신학 결핍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지닌 것인가 강조하고 있다. 혜암도 종교개혁자들의  전통 특히 개혁파교회의 말씀중심, 설교중심, 성경공부 사경회의 중요성에 대하여 깊이 동감하고 그러한 신학적 계보에 속한 신학자로서 ‘설교중심의 약점’에 대한  통렬한 자성의 소리는 혜암이 교회사학이 지닌 통전적 신학의 통찰력에서만 가능한 용기있는 발언이라고 본다.

  아무튼 성만찬이 개신교 교회의 예배에서 일려나는 까닭으로 성례전이 개신교에서 죽어가게 되었다...... 사크라멘토(sacramento)fk는 말은 성만찬과 세례의식과 같은 의식이 신령한 불가시(不可視)의 은혜를 가시적인 것을 매개로해서 약속, 보증 또는 전달한다는  말이다......따라서 개신교에서 사크라멘토가 경시되어 간다는 것은 개신교의 예배와 교회에서 은혜를 약속하며 보증하고 또 전달하는 상징적 형식이 죽어감에 따라 그 형식이 담은 내용, 곧 은혜도 잃어간다는 말이 된다..... 이러한 위험성을 간파한 교회지도자들과 신학자들은  금세기에 와서 성례전의 강조를 일삼았으나 한국교회와 같은 경건주의적이고 설교중심적이고 부흥주의적인 교회에서는 성례전의 강조가 잘 통하지 않는다.

 위 인용문에서 혜암이 지적하고 경고한대로  한국 개신교 교회강단이 지나치게 설교중심의 예배로 고착되어가는 것은 쿤 문제점을 진닌다고 본다. 성경말씀중심, 설교중심이 종교개혁의 중요 유산임에는 틀림없지만, 복음진리의 심오하고 신령한 은혜의 깊이와 높이와 넓이를 ‘설교’라는 언어사건을 매개로하는 수단으로 충분하게, 그리고 매 주일마다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설교는 복음진리를 변증하고 설득하려는 경향성이 강하여 신학적, 교리적, 변증적 강론이 되기 일쑤다. 정신적 치유와 깊은 심정적 감동감화에 실패하기 쉽다.
  
  그의(예수의) 최후 만찬은  그의 동지들, 즉 제자들과 동지적 결합의 공동식사이며 애찬이었음은 틀림없다. 그러므로 성찬의식은 반드시 주님의 최후 만찬이 가졌던 애찬이며 동지적인 식사가 되어야 한다. 오늘날 교회들은 성찬식을 평소에 갖지 않음으로 성찬식이 가지는 이러한 애찬과 동지적 결합과 유대의식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며 경험할 길이 없다.

  필자의 이 논문에서 성찬식의 신학적 논쟁사를 장황하게 다시 거론할 생각도없고 필요도 없다. 가톨릭의 화체설, 루터의 공재설, 칸빈의 성령감화 임재설, 쯔빙글리의 기념설등 다양한 신학교리들이 얼마나 공허하고 난해한 신학적 공론에 불과한가 절감한다. 성찬식을 주님과 제자들의 “동지적 결합, 유대의식”으로 해석하고 그 은혜감동을 살려내자는 혜암의 성찬론은  파격적이라 할 만큼 매우 신선한 것이다.  여하튼 개신교 예배에서 설교중심을 극복하고 ’말씀과 성찬‘의 통전을 강조하는 혜암의 주장은 우리 시대에도 매우 귀중한 예배학적 조언이 될 것이다.

(6)  토착화신학운동과 교회선교의 과제

  혜암의 교회사학의 두드러진  특징이기도 하고 그의 교회사학이 한국교회에 끼친 공헌과 가치로서 ‘통전적 사고’의 사례를 몇가지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살펴보고자하는 소주제는 혜암의 토착화신학 입장이다. 그의 토착화 신학에 관한 입장에서 혜암의 통전적 교회사학은 어떻게 나타났는가를 살피려는 것이다. 1970년대 한국 신학계에에서 발생했던 두가지 주체적 신학토론의 하나는 토착화론이요, 다른 하나는 민중신학 이었다. 전자는 복음이 한민족에게 전파된 이후 발생한 문화-종교적 토착화론이요, 후자는 정치-사회적 토착화론인 셈이다.  토착화론은 감리교 신학자들(윤성법, 유동식, 변선환등)을 통해서 크게 공헌하였고 미중신학은 장로교 개혁파신학자들( 안병무, 서남동, 문동환, 김용복, 서광선등)을 통해서 크게 공헌했다.

  혜암은 개신교의 신학계보로서 말하면 감리교 전통이라기보다는 장로교 개혁파전통에 속하지만 장공 김재준 목사와 함께 1970년대 일어난 한국 신학계의 토착화론에서 토착화의 필요성에 찬성하는 몇몇 안되는 장로교계열에 속한 신학자였다. 혜암의 그런 입장은 그가 전공한 교회사학 연구를 통하여, 2,000년 교회사는 결국은 토착화 과정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떤 입장의 토착화론이냐 하는 것이다. 토착화론에도 여러 가지 입장이 있기 때문이다.

  토착화란 복음이 전파되는 비기독교적 문화-종교의 공동체 안에서 수용되고 발전할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현실이고 또 바람직한 것인가를 관심하는 문제이다. “종교는 문화의 실체(substance)이고, 문화는 종교의 형식(form)이다”라는 유명한 명제를 틸리히는 주장했다. 그러나 여기에서 말하는 ‘실체-형식’의 상호관계를 ‘내용물-그릇용기’ 관계라고 가볍게 생각해서는 않된다.  다시말하면 ‘문화는 종교의 형식’이란 신학적 표현을  사람이 입고있는 옷이나 알몸을 가리우는 외피정도로 이해하는 것은 문화를 너무 단순하게 보는 잘못된 것이다. 문화는 사람 몸둥이 위에 걸치는 옷이나 문양같은 기능도 있지만, 깊이보면 문화는 사람 몸을 생동적으로 살아움직이게 하는  핏줄이나 근육조직과도 같은 것이다.  문화는 가치와 의미를 추구하고, ’궁극적 관심‘을 갖는 인간의 가치관, 목적지향성, 의미추구, 꿈과 이상향과도 관련된 매우 복잡한 것이다. 히브리어와 헬라어로 쓰여진 성경원본이 한글로, 한자로 , 헬라어로 번역되는 순간 이미 토착화는 이루어지는 것이다. 혜암은 다음같이 토착화에 대한 기본생각을  말한다.

   본인의 견해는 토착화는 한국 전통문화 복고주의도 아니고 또 현대주의 지향도 아니고, 다만 전통적 문화의 가치와 현대문화의 가치관이 만나는 자리에서, 그 두 신구(新舊) 문화 가치관 사이에서 있어야 할 가치변화와 조절되어야 할 가치균형을 위한 작업을  기독교가 기독교적 가치관에 입각헤서 시도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위 인용문장에서 ‘복고주의’, ‘현대주의’,  ‘가치변화’, ‘ 가치균형’, ‘기독교적 가치관’등등의 어휘 안에 많은 생각이 응축되어 있다. 일단 정리하면, 혜암은 토착화는 싫든 좋든 현실문제인데 바른 기독교적 가치관을 지키면서 전통적 과거문화에로 복고주의나 뿌리를 무시하거나 부정하는 과학적 또는 급진적 현대문화에로의 영합을 경계한다. ‘가치변화’와 ‘가치균형’은 복고주의적 과거문화와 급진적 현대문화사이의 문제로서 강조되며, ‘기독교적 가치관’이라고 표현된  복음의 본질은  변함없이  지킨다는 입장이라고 보여진다.

 이러한 혜암의 입장은 리챠드 니버가 주장하는 복음의 능력에 의한 세상질서와 가치체계의 ‘문화 변혁론’(Transformation Theory)에 가까운 입장이라고  읽혀진다. 구체적으로 복음의 본질이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로서 총괄되는 아가페적 자기희생 사랑, 자유와 정의와 평화공동체 실현, 인간존엄성과 생명가치의 우선성, 자본주의적 맘몬주의와 공산주의적 유물론의 비판적 극복, 하늘과 땅과 사람이라는 삼제(三才)의 조화와 유기적 통일성등을 말할 것이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위기는 건전한 토착화론을 상실하고, 한쪽엔 1970-80년대에 한국교계를 풍미한 미국자본주의 문화풍토 속에서 형성된 ‘무한 성장 축복론과 미국 대형교회의 모방’에 있고, 다른 한편엔 유럽의 극단적 사회계급투쟁론과 구별되기 어려운 일부 변질된  급진적 정치혁명론등  양쪽 진영의 문제점을 극복하지 못한 결과로 발생환 위기인 셈이다.  혜암의 토착화론의 한계는 구체적 각론으로 발전하지 않았다는 점이지만, 토착화론에 관한 그의  원칙적 기본입장은 혜암의 통전적 교회사학의 또다른 표현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3. 나가는 말

혜암선생의 100수 생신을 축하면서 기획특집으로 마련된 이번호 『신학과 교회』에서 필자는 혜암의 교회사학이 지닌 통전적 성격을 특별히 혜암선생이  학자로서 가장 절정에 이르렀던 1970-1980년대에  집필한 10여편의 주제논문을 분석함으로써 고찰하였다. 혜암의 신앙과 신학의 뿌리가 된 고향교회 모친과 송창근 목사의 경건신학및 통전적 사고 영향, 교회의 직제와 교리, 한국교회의 체질, 평신도신학, 말씀과 성례전의 통전, 그리고 토착화론에 관한 논문들을 주로 검토 하였다. 위의 논문들을 되새김화면서 필자가 새삼스럽게 재발견하고 감동한 점을 서술함으로서 결론을 대신하려 한다.
 첫째, 혜암이 100세에 이르기까지 연찬하고 연구한 교회사학의 바탕엔 건전한 교회가 되도록 한국교회를 섬기려는 초지일관의 ‘교회사랑 신학’이라는 점이다. 목회현장과 교회현실을 외면하거나 신학의 학문성을 강조하여 <교회따로 신학 따로 >의 교회사학이 아니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근본문제는 목회현장 교역자가 신학을 외면하고, 신학자들은 교회현장을 외면하는 양자의 분리와 상호비판경시에 있다.

 둘째, 혜암의 교회사학의 특징은 통전적 이해를 추구하면서, 보수신학이나 진보신학 어느한쪽에로 치우친 극단적 입장을 경계한다. 지성, 감성, 덕성을 조화시키고 온전케하는 영성을 지향한다. 그렇다고해서 값싼 피상적 중도신학에 머무르는 태도는 아니다.  혜암은 종교개혁 정통신앙에 굳게서면서도 개신교가 저지른 <말씀과 성례전의 통전 실패>.와 한국교회 초창기부터  부흥회 지향적 경건주의가 빠진 기복신앙과 사경회를 잃어버린 감정흥분의 대중집회에  경고음을 울린다.  혜암의 교회사학이 지닌 넓은 사유지평은 후학들에게 모든 형태의 직제, 교리, 예전, 신학이 역사문화적 맥락속에서 형성되고 발전해온 것이며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셋째,  혜암의 폭넓고 깊이있는 교회사학은 그가 일찍부터 개척적으로 연구한 아시아교회와 그 선교 발전사에 관한 귀중환 진실을 알려주는 학문적 공헌을 하였다. 동시에 서구중심적 편향된 신학조류 특히 한국교회 발전에 큰 공헌을 한 미국선교본부의 선교정책과 선교사들이, 초심을 잃고 교파신학적 개신교를 제3세계에 문화이식 시킴으로서 오늘날 한국교회의 교파주의, 숭미주의적 기독교체질, 개교회중심주의등의 폐단의 단초가 되었음을  우리로 하여금 성찰하게 한다. 그리하여 “믿는 일과 아는 일에 하나가 되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도록’ 한국교회와 신도들을 돕는 주체적 신학 연구시대가 열릴것을 촉구하고 있다. 혜암선생의  넓고 깊은 교회사학의 업적에 경의를 표하며, 더욱 강녕하시기를 빈다.

[Abstract]
       Hyeam's  Integrative Characteristic regarding with History of the Church

This essay is an attempt to ruminate the integrative characteristic to be found in the scholarly works of Dr. Hyeam  C.S. Lee, an Emeritus Professor of Hanshin University. The term ' integration' represents diverse concepts like as coherence, conformation, unification, unity, harmony, merge. and so on.
However, this  paper is not supposed to give embracing answer  to manyfold problems  raised in the subject matter  in terms of 'integrative characteristic' in theological thinking, but to confront the reader with Hyaeam's point of theological view which is decisive for the ministrial formation  in Korean Church of Today.
  However, this paper is not supposed to give embracing answer to manyfold problems raised in the investigation of our subject matter, but to confront the readers with Hyeam's point of view which is decisive for the ministrial  mission as well as worship service in Korean church of today. The integrative feature of Hyeam's theological thinking should not be misunderstood as superficial, shallow-minded 'middle way'. Rather, Hyeam's integrative thinking is an expression of the authentic christian faith, in which human being's cognitive, aesthetic, social, political concerns are merged. Hyaeam tries to overcome both of the inclinations toward the left-wing and right-wing deviationism. i.e. radical liberalism and radical conservatism.
  For our thematic development, we will concentrate our attention upon six theological issues selected from Hyaeam's articles written during 1970's-1980's:
(i) the influence of hyaeam's mother and Rev.Dr.Song regarding with Hyaeam's spirituality formation (ii) the historico-cultural relativity and limitation of  the church organization, doctrine, and theology (iii) the foundation of Korean church (iv) Lay-theology and mission of Asian Church (v) integration of preaching and sacraments in Korean Church (vi) On indigeneous theology of Korean church .

[Key Words]
 integration, pietistic evangelism, foreign mission, sacramento, Lay-theology, indgenous the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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